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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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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 없이 연구하고 환자를 살피는 의사란 사람, 김상헌 교수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

의사란 직업 자체가 인류를 위한 하나의 사명이 되는 사람이다. 그들이 입고 있는 흰 가운은 권위의 상징이기보다 모든 색을 받아들이는 흰색처럼 만인을 평등하게 대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또 다른 다짐의 상징이기도 하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김상헌 교수는 의사로 몸담고 있는 동안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을 내고 싶다고 말한다. 훗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의사의 본분을 다하고 싶다는 그의 담담한 말 속에서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글. 이지연 사진.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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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알레르기내과의 비전을 보다

소식지_9-10_-012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김상헌 교수와 얼굴을 마주한 순간, 단박에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KBS-TV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비타민> 등 공중파 방송은 물론 각종 매체를 넘나들며 호흡기알레르기 질병에 관한 의학 지식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병원을 대표해 나간 자리이기도 하지만,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호흡기알레르기 질병에 관해 대중에게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더 컸다. “본래 호흡기내과라는 명칭을 쓰다가 지난해 호흡기알레르기내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내과 안에도 각 분야마다 전공이 나뉘는데, 내과의 9개 분야 중 하나의 파트가 바로 알레르기 분야라 할 수 있죠. 임상 분야로는 규모가 작아 행정단위로 독립이 어려워서 호흡기 진료도 같이 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저의 주 진료 분야는 알레르기 분야에요.” 김상헌 교수는 차분하고 청명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알레르기 분야’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를 묻는 대목에선 ‘속아서 결정했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그 이면에는 꽃가루, 미세먼지, 집먼지 진드기 등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알레르기성 질병에 관한 비전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속마음이 숨어 있었다.

“사실 알레르기를 ‘내 삶에 큰 피해를 미치지는 않지만, 일상에 불편함을 끼치는 존재’ 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알레르기 역시 그 강도가 세지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당장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간과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죠.”

‘아나필락시스’를 아세요?

김상헌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의사로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부심뿐 아니라 알레르기 분야의 중요성과 질병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어제 한 환자가 약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 왔어요. 알레르기란 것이 보통 사람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특정인에게는 과민 반응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주거든요. 분명 병을 낫기 위해 먹은 약인데 자칫 잘못 목숨을 잃을 뻔 했죠. 알레르기가 심하면 사람 목숨을 위협해 사망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유발하는 알레르기를 의학용어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합니다.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에요’라고 말씀 드리면 대부분 못 알아들으시거나, 굉장히 생소해해요. 질병에 관한 교육과 홍보가 그만큼 미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각인됩니다.”

김상헌 교수는 아나필락시스가 ‘류머티즘(Rheumatism)’처럼 들었을 때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는 질환으로 알려지길 바란다. 더불어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 호흡기알레르기성 만성 질환을 보유한 환자들이 한 명의 의사에게 꾸준히 관리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길 바랐다.

“호흡기알레르기내과를 주로 찾는 환자는 감기 환자에요. 병의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해 치료해야 하는 병도 있기 마련이죠. 혹여라도 호흡기알레르기성 만성질환을 겪고 계신 분이라면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한 명의 의사에게 꾸준히 관리를 받으셨으면 해요. 증상이 심해질 때만 잠깐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으면 체계적이 관리가 어렵거든요. 특히 만성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의사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과 관리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약물 맞춤 치료에 관심을 갖다

면역학 박사이기도 한 김상헌 교수는 2006년 한양대학교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20여 년을 의학계에 몸담다 보니, 이제는 병원과 연구실에 있는 것이 맞춤옷처럼 자연스럽다. 어떻게 해서 의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김상헌 교수는 ‘대답이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며 운을 뗐다. “어려서부터 의사가 돼야겠다, 의과 대학에 꼭 가야겠다 결심했던 건 아니었지만 자연대를 가고 싶었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연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문득 만약 내가 찾고자 하는 걸 찾지 못한다면 실험실에서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것보다는 의사가 된다면 적어도 환자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길은 달랐지만 그는 꿈꾸었던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들인 노력과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그는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덕분에 진료와 함께 연구 분야에도 극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9년에는 아·태 호흡기학회, 2011년에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최우수연제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에 매진했고, 2010년에는 윤호주 교수와 함께 1년 동안 서울의 여러 지역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자료를 사용해 천식의 급성악화와의 연관성을 연구한 바 있다. 현재 김상헌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떤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때 약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가 옷을 살 때도 사람마다 체격에 맞는 사이즈의 옷을 권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했다 면, 이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최적화된 약물을 투여하는 맞춤 치료를 하는 것이죠. 이미 몇몇 약들은 특정 유전자가 있을 때 100%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 역시 환자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안전한 약물을 처방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를 통한 약물 반응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김상헌 교수의 말 속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익’이었다. 정신 없이 달려오기 바빴던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을 지나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전문의가 된 지금,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공익적인 연구를 하고자 한다. 그의 굳은 다짐이 유독 빛을 내는 이유다.

“시간이 흘러 ‘이런 연구를 하느라 나의 젊음과 시간을 허비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을 꼭 내고 싶어요.”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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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알레르기내과 - 김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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