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세상에 일찍 온 작은 기적의 오늘을 돌보고 내일의 희망을 키우는 의사
아이들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와 무한한 가능성이 힘의 원천이라는 이현주 교수.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정진(精進)하는 모습에서 뚝심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 과정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 보람이라는 모습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언제나 환자가 1순위라고 말하는 이현주 교수를 만나봤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선택한 소아청소년과
어린시절 잔병치레를 겪은 이현주 교수는 문득 질병을 정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의사가 되고 나서도 주변에 아픈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고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좋은 의사로서의 길로 이끌었다.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이와 연결된다. 소아과학, 신생아학을 알아가면서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며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회복시키는 일이야 말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게 된 것은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와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어요. 작은 몸이지만 미래를 담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성장과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에 제 역할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강해졌어요. 요람에서 고등학생까지 꾸준히 방문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통해 점차 회복되고 성장하며 발달하는 모습을 확인한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게 되었어요.”
이현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이른둥이 및 신생아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고 있다. 출생뿐만 아니라 발달 과정에도 초점을 맞추어 영유아 발달평가, 인지 발달저하, 뇌발달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대해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발달하는 과정을 추적 관찰하는 등 발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선택하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멘토가 되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품이 크고 포용적이시면서 늘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시는 것에 반해버렸죠. 그래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려움도 많더라고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이른둥이를 돌보던 순간마다 그 작은 생명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모습을 보며 책임의 무게가 커서 괴로워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러나 저는 많은 기적을 경험하였고 그 과정에서 절대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보호자와의 유대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아이들을 돌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심한 관찰과 신속한 대응, 그리고 협력적 소통이다. 신생아, 그 중에서도 특히 이른둥이는 작은 변화에도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 순간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작은 징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이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소아질환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한 명의 의사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 및 간호 파트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죠.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안과, 성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아이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어요.”
이현주 교수는 아이의 강인한 생명력과 동시에 세심한 관리와 치료가 만나야만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심한 관리와 치료, 보호자와의 긴밀한 유대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이에 대한 인생 전(全) 주기 건강 관리를 계획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계속 마주하다 보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치료했던 이른둥이와 신생아가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간혹 외래에서 볼 때마다 깊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작고 연약했던 아이들이 의지와 치료를 통해 강하게 성장해 밝은 얼굴로 외래에 찾아올 때면 그 순간마다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올라요. 처음 그 아이들을 중환자실에서 만났을 때의 긴장감과 절박함이 떠오름과 동시에 건강하게 걸어다니며 웃는 모습을 볼 때 생명의 강인함과 의사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죠. 이 순간들은 의사로서의 여정에서 가장 큰 보람이자 앞으로도 계속해서 최선 을 다해 아이들을 돌봐야 할 이유가 되어주고 있어요.”
큰 감동과 동기부여, 인상깊었던 해외연수
이현주 교수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하버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보스턴 아동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내 태아 및 신생아 신경 영상 발달 과학 센터(Fetal-Neonatal Neuroimaging Developmental Science Center, FNNDSC)에서 방문교수로 해외연수를 받았다. 이곳에서 태아 및 신생아의 뇌 영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장기적 신경 발달 고위험군을 미리 예측하고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태아 및 신생아에 초점을 맞춘 아동의 인지, 행동 및 신경학적 개선을 위해 세워진 연구소에서 P. Ellen Grant 선생님을 중심으로 60명 이상의 스태프 및 연구원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미국에서는 태아기부터의 뇌발달을 보다 정밀하게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매우 잘 되어있어요. 보다 발전된 기술로 태아기의 뇌발달을 모니터링하며 신생아기에 이어지는 발달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조기 진단과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죠.”
또한 이현주 교수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브라운대학교와 연결되어 미국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미숙아 및 영유아 팔로업(Follow-Up) 클리닉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이를 통해 한양대학교병원 외래에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해 영유아 인지발달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과 치료를 개발하고 있다.
“작은 생명들이 최선을 다해 회복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교한 치료 계획이 환자들의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특히 신생아 때부터 유전 연관 미팅과 뇌발달 보호 전략에 대한 미팅이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진행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유기적으로 협력해 환자의 상태를 고민하며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매우 좋았어요. 해외연수는 저에게 신생아 치료와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힐링의 시간에도 아이들 생각, 교구 제작까지 직접 하는 의사
환자를 위해,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이현주 교수는 인지 발달, 발달 심리학, 발달 심리 치료학, 유전학, 발달 모델 인공지능학 등 발달과 연관된 다양한 전공 연구원과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전의 발달학이 진단으로 단정 짓는 것에서 그쳤다면 지금은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고 치료 기능을 끌어주는 연구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뇌는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들의 발달을 돕기 위한 도구에 관심이 많아 직접 디자인과 제작까지 하고 있어요. 기존의 교구를 분석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때로는 저만의 아이템을 디자인해 공방에 맞춤 제작을 의뢰하기도 해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아이들의 발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죠. 동시에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해요.”
연구와 진료 외에도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힐링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현주 교수는 이 시간마저 아이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보내고 있었다. 제자와 후학에 있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교수, 희망의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걸어가고 있는 의사. 지식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열정을 불러일으켜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걸어온 길처럼 도전과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희망과 격려를 주고 싶어요. 또한 ‘내가 가장 힘들 때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틀에 박힌 삶보다는 재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저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는 정신의학적으로 ‘역경가설’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나를 힘들게 하는 시련을 극복하면서 큰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른둥이와 신생아의 오늘을 돌보고 내일의 희망을 키우는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