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환자 마음 읽는 의사
이비인후과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정교한 분야이다. 섬세한 손길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천직이라 느끼며, 환자 삶의 질까지 향상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료하는 송창면 교수를 만났다.
긴급수술 후 로비를 가로질러 뛰어오는 그의 첫인상은 전형적인 의사와는 다른 느낌이다. 개구쟁이 어린아이 같은 미소와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빛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의 빗장을 풀고 스르르 다가가게 만드는 듯했다. 실제로도 그는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환자들에게 설명을 잘 해주는 친근한 의사로 소문나 있었다.
“원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실 저는 환자들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환자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을 주면서 환자들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여 년 전 한양대학교병원과 인연을 맺은 송창면 교수. 그에게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묻는 질문에 잠깐 망설이는 듯하다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과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미술을 전공 할 만큼의 재능이 있지는 않았어서(웃음) 들었던 생각이 ‘그럼 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자, 의사 중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섬세하고 정교하게 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의대에 진학하고 이비인후과 임상강사로 있을 때, 감사하게도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태경 교수님께서 두경부외과 전문으로 저를 추천해 주셔서 한양대학교병원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모든 진료과에서 필요한 덕목이 정교하고 섬세함일 텐데 수많은 진료과 중에서 이비인후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진다.
“앞에 말씀 드린 것과 연결이 되는데요, 이비인후과는 숨 쉬고, 말하고, 먹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고 듣는 기관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에요. 이 부위에 질환이 생기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 중 두경부는 아주 작은 미세한 차이에도 사람마다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어떤 이는 세계적인 가수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두경부에 질환이 생겼을 경우 수술적으로 치료할 때도 마찬가지로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시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생각했던 수술하는 의사와 딱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이비인후과가 섬세하고 정교한 진료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비인후과는 진료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귀, 코, 목을 진료한다. 그중에서도 송창면 교수의 전문 분야는 목, 즉 두경부이다. 구강, 인두, 후두, 경부, 갑상선 등에 생기는 질환을 치료하는 데 수술적 치료가 많은 편이다.
“후두, 인두, 경부라는 말이 일반인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인두는 식도와 후두에 붙어있는 근육성 기관이고요. 후두는 목구멍 깊은 곳에 발성을 담당하는 성대와 그 위아래의 기관을 이야기합니다. 성대에 혹이나 결절, 낭종, 암이 생기거나 성대의 운동 장애가 생기면 목소리가 변할 수 있어요. 이런 성대의 질환이 후두질환이고, 이를 주로 치료하고 있어요. 또 갑상선암, 두경부암 수술도 많은 편이고요.”
자세한 설명을 들을수록 송창면 교수가 왜 이비인후과에서 섬세하고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됐다. 최근 송창면 교수는 미국으로 장기 연수를 다녀왔다. 성대와 성대 근육에 생기는 후두질환과 삼키는데 장애가 생기는 삼킴 장애 환자에 대한 최신 치료법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연수 후 한국에 돌아와 더 적극적으로 치료과정에 임하게 됐다고.
“목에 불편감이 있거나 삼키는 데 불편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심각한 질환이 없는 경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음성 검사와 삼킴 검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간단한 검사를 통해서 중요한 질환을 진단하고, 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막연한 불안함을 느끼며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 이야기하고, 치료 및 수술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소통이다. 특히, 갑상선암이나 두경부암 환자들은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만큼 환자의 심리 상태나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 사실 갑상선암이나 두경부암은 수술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지만, 암이라고 하는 단어의 무게가 주는 공포나, 치료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이 높기 때문이다.
“치료를 잘하는 것도 의사로서 굉장히 중요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갖는 불안과 공포를 이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면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송창면 교수의 힐링 스폿은 공원. 서울・경기 지역의 공원은 안 가 본 곳이 없고, 미국 연수 시절에도 대부분의 국립공원은 가봤을 정도라고. 송 교수가 이토록 공원에 푹 빠지게 된 매력은 무엇일까.
“공원을 걷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초록이 가득한 공원을 걸으면 에너지가 충전돼 환자에게 더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진료하게 돼요.”라고 이야기하는 송 교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어 송 교수는 “외래 진료실에서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이 병원에 오시기 전 식사는 무엇을 드셨는지, 주말엔 어떤 일을 하시며 시간을 보냈는지 등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환자와 긍정적인 유대 관계를 쌓고 싶어요. 공원 산책을 하면서 얻은 좋은 에너지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거죠. 그럼 치료나 수술 이후의 예후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송창면 교수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 “목이나 이비인후 어디든 불편감이 있으시면 혼자 고민하거나 방치하지 마시고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문을 두드려주세요.”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