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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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넘어 ‘삶’을 생각합니다. 이원무 산부인과 교수

많은 환자들이 ‘완치’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서지만, 병 이후의 삶이 이전과 똑같을 수는 없을 터. 특히 부인암의 경우 생존의 문제를 넘어 온전히 이전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분야이다. 질병의 치료는 물론, 이후의 삶까지 생각하는 이원무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원무 산부인과 교수

아팠던 만큼,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환자들이 그를 거쳐갔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은 마음에 남아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완치 판정을 받고 나간 환자들보다 오히려 재진이 예정되어 있는 환자들이 먼저 생각난다고. 하나의 사례를 말하는 그의 걱정 어린 표정에서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만났던 환자 중, 요즘 들어 떠오르는 분이 있어요. 30대의 여성분이었는데 질출혈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자궁내막암이었죠. 출산 계획이 있었기에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했는데 경과가 매우 좋았어요. 이후 다행히 임신도 잘 되었고, 분만에서부터 산후 건강관리까지 제가 도맡아 했습니다. 출산 후 아직까지 병원을 찾지 않는 걸 보아,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안심이 되면서, 둘째 계획이 있으셨던 만큼 다시 병원을 찾을 시기가 된 것 같아 생각이 납니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한 사람의 일생 전반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의료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로병사의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믿을만한 의사가 있다는 사실은 축복임에 틀림 없다.

하나의 사례로 언급되었지만, 자궁내막암은 최근 부인암 중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질병이라고. 줄곧 미소를 띠고 있던 그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자궁경부암이 국가검진에 포함 되면서 조기 발견을 통한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자궁내막암의 경우 5년 새에 두 배가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특히 20~30대에서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암을 치료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를 덮고 있는 내막에 생긴 암이기 때문에 가임력 보존을 위해서는 원발부위 제거가 어렵습니다. 병의 진행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면 수술보다는 약물 치료로 진행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환자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한 시간 남짓, 그와 마주 앉아 있는 시간 동안 꽤나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의사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측면의 질문을 통해 ‘의사’의 자리에 임하는 그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고통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그의 다정한 면모는 불안한 환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있었다.

“아프지 않은데 괜히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설령 거짓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필시 다른 의도가 숨어있어요. 오랜 의사생활을 통해 환자들이 하는 말에는 모두 의미가 숨어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병을 앓으며 그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결국 환자 본인이에요. 그 입에서 나오는 모든 표현들이 모두 치료의 단서인 셈이죠. 때문에 진료를 볼 때에는 언제나 환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의 선배이자 은사이기도 한 김영재 교수님께서 언젠가 ‘세상에 같은 수술은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의 몸은 다 다르고 병의 양상도 모두 다릅니다. 이에 따라 수술 또한 각각의 경우에 맞게 달라야 하는 거죠. 이미 해봤던 케이스라 생각하고 가볍게 칼을 들었을 때 문제가 생겨요.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수술대 앞에서는 언제나 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원무 산부인과 교수

일상을 지탱하는 사람의 힘

대학병원 의사의 일상이란 꽤나 바쁘고, 고되다. 누구라도 지칠법한 일상 속에서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게 하는 그만의 원동력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막연하게 특정한 사람이나 가치 등을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결을 하고 있었다.

“한양대학교병원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저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동료 교수님들은 물론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전공의들, 다른 과의 교수님들, 간호사분들과 행정팀에 이르기까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이들이 있기에 저의 일상도 가능한 것이지요. 이따금 바쁜 일정에 지칠 때면 그 모든 이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견뎌냅니다.”

특별한 이유를 찾지 않아도 함께하는 모두가 서로의 원동력이라는 그의 말은 바쁜 일상에 묻혀 있던 이름들을 떠올리게 했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는 병동을 넘어 교실에까지 전해진다. ‘환자를 보고 제자를 가르치는 오늘’이 가장 큰 성과이자 보람이라고 말 할 정도로 그는 환자는 물론, 학생들에 대한 애정 또한 깊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원무 산부인과 교수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볼 때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언제나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기에, 그저 ‘시대에 편승하지 말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라’고 충고하는 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진료과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데, 실제로 그 과의 의사가 되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필요하거든요. 10년 뒤의 의료계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고민해야 하는 거예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모두 행복한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마지막 답변에는 오랜 시간 자신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걸어온 이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언제까지라도 그의 앞에 선 환자들의 삶이 더욱 건강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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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 이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