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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의술의 만남 - 구스타프 클림트 & 뇌졸중

틀을 거부하고 파격을 택하다

25_소식지_2015_05+06 신경과 고성호 교수유럽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뽑혀도 손색이 없는 도시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이다. 비엔나는 제2차 세계대전의 화마를 무사히 피함으로써 아름다운 중세도시가 그대로 보전되었고 많은 문화유산들이 과거 모습 그대로 남겨져 있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유명한 것이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글. 고성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황금색 그림들

24_소식지_2015_05+06몇 년 전 한국에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대단히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림에 대하여 문외한인 나도 유명세를 듣고 전시회장을 찾게 되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의 강렬하고도 밝은 황금색 그림들은 지금도 내 머리에 남아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키스>라는 작품이다. 키스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에 대하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클림트 자신과 클림트의 정신적인 사랑이었던 에밀리에 플뢰게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받아들 여지고 있다.

클림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금세공업자였던 아버지로부터 그림에 대한 재능은 물려받았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14살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림에 대한 정규 과정을 배울 수 없었던 클림트는 당시의 정치 현실을 비난하는 그림을 담벼락에 그림으로써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이 일을 계기로 클림트는 그림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비엔나의 국립응용미술학교인 뷔르거슐레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후 비엔나 장식 미술 학교에 입학함으로써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평범하고 안정된 길을 거부하고 당시 비엔나 화풍의 주류를 이루었던 비엔나 미술가협회에 반대하여 ‘빈 분리파’를 창립했다. 또한 연이은 파격적 작품들을 발표함으로써 당시 평론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클림트는 금세공업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색을 많이 사용하였고 평생을 결혼하지 않은 채 많은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림들을 그렸다. 그러나 이런 화풍은 당시 주류의 화풍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오스트리아 내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누렸던 클림트는 죽을 때 까지 오스트리아 바깥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화가였다. 그가 사망하고 난 후 50년이 지나서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자유로운 인생을 산 클림트에게 닥친 ‘뇌졸중’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들을 남긴 클림트도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1918년 1월 11일 아침, 뇌졸중으로 인해 오른쪽 반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같은 해 2월 6일 당시 유행하던 스페인 독감으로 56세에 사망하고 말았다. 틀에 박힌 형식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았던 클림트. 비록 클림트는 사라졌지만 그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남아서 지금까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클림트를 고통스럽게 했던 뇌졸중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자. 뇌졸중이란 뇌혈류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흔히 중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뇌졸중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분류되는데, 클림트가 겪었던 것처럼 편측마비가 생기거나,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및 심한 두통 등의 증상들로 나타날 수 있다.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 및 노령인구의 증가 등으로 뇌경색 환자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데 뇌경색은 병의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에 투여하는 혈전용해제와 6시간 이내에 시행되는 혈전제거술이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치료법이다. 따라서 뇌경색 발생이 의심되면 가능한 빨리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이후에는 보존적인 치료만이 가능한데 경우에 따라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투여하고 혈압을 적당하게 조절하여 뇌부종을 방지하고 2차적 손상의 최소화를 위한 치료들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뇌경색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게 되는데 아직 까지는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뇌경색이 치료보다 예방을 위한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이다.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생활 습관들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금연, 체중 관리, 운동 등을 통하여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고, 고혈압 환자의 경우 철저한 혈압 관리,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적절한 혈당 관리,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고지혈증의 치료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심방세동이 있거나 경동맥 협착이 확인된 경우, 정기적인 진료 및 투약을 통하여 뇌졸중 발생의 위험을 낮추어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클림트도 건강을 위해 더 노력했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 해본다.

예술과 의술의 만남 | 명작을 남긴 화가의 질환이 작품과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오늘날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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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 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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