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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의 흉터는 마음에도 남는다,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비교적 빨리 치료된다.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문제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처에 있다. 우선 발견이 어려울뿐더러 설령 발견한다 해도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외면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외상 후스트레스 장애다.

외상의 흉터는 마음에도 남는다 PTSD,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리. 편집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모든 것을 겸비한 대기업 임원과 그런 그를 완벽하게 보좌하는 비서 간의 로맨스를 다뤘다. 두 주인공의 애틋하고 유쾌한 이야기는 시청자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는데, 정작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때가 많았다. 유년시절의 힘든 기억 때문이다.

두 주인공의 첫 만남은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주인공 이영준과 여자주인공 김미소는 각각 9살, 5살 때에 한 유괴범에 의해 납치된다. 며칠간 두 아이를 감금했던 유괴범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결국 목을 매달고, 주인공들은 의도치 않게 이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사망한 유괴범을 뒤로하고 그곳을 탈출한 두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그것이 아픔의 끝은 아니었다.

당시 5살이던 김미소는 많은 부분을 잊고 자랐다. 하지만 9살 이라는 나이에 모든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이영준은 그 후 20여 년을 고통 속에 자라게 된다. 유괴범이 자신을 결박하는 데 사용했던 케

이블 타이를 우연이라도 보게 되면 땀을 흘리며 몸을 떨었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겉모습만 보아선 아무런 아픔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치명적인 상처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다.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PTSD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낯설지 않은 질환이지만, 이를 자신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이는 여전히 드물다. 주인공이 오랜 시간 PTSD로 고통 받은 이유 역시, 사고 후 이를 인지하거나 치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TSD는 실제 자신이 큰 위험을 겪거나 사고를 당하는 것 외에도 가까운 사람에게 큰 사고가 생겼을 때 혹은 그러한 위험을 상세하게 듣는 것만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이 명백하다.

치료를 통해 외상의 경험을 삶의 자원으로 바꾼다

김석현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이 정신 질환의 진단 기준은 시대별로 다르다. 또 미국정신의학회(APA)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용하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2013년에 발간된 APA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판이 가장 최근에 개정된 진단기준이므로 이를 통해 PTSD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PTSD의 원인과 증상

PTSDPTSD는 실제 죽음이나 죽음의 위기를 겪을 만한 위험, 심각한 부상 또는 성폭력 등을 직접 경험했거나 직접 목격한 경우 또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긴급구조대원이나 경찰관 등과 같은 직업군에서 업무상 외상성 사건을 접하고 사건의 혐오스러운 내용을 세세하게 혹은 반복적으로 경험한 경우에 발생하며,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PTSD로 진단받게 된다.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침습적 증상: 반복적, 불수의적 그리고 침습적으로 괴로운 외상의 기억이 떠오르거나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것, 해리 반응(플래시백), 외상성 사건의 일부와 유사하거나 상징하는 내적 혹은 외적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강력하거나 지속적인 심리적 고통 등 현저한 생리적 작용이 나타난다.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자극에 대한 지속적인 회피

외상성 사건이나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고통스러운 기억, 생각 혹은 감정 또는 이를 회상시키는 외부 요인을 회피하거나 회피하려고 노력한다.

외상성 사건이 일어난 뒤에 시작되거나 악화되는 사건과 관련 된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

외상성 사건의 중요한 측면을 기억할 수 없거나 자신과 타인 또는 세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지나친 부정적 믿음이나 기대, 외상성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해 자신이나 타인을 비난하게 되는 지속적이고 왜곡된 인지, 지속적인 부정적 감정, 의미 있는 활동에 흥미를 갖거나 참여하는 것이 심하게 감소하거나 타인들로부터 고립되었다거나 소외된 느낌을 느끼며 긍정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각성과 반응의 심한 변화

타인이나 물 체에 대한 언어적 또는 신체적 공격으로 표현되는 과민한 행동과 분노, 무모하거나 자기파괴적인 행동, 과도한 놀람 반응, 집중의 어려움, 수면장애 등이 있다.

치료를 통해 삶의 자원으로 만드는 외상경험 외상을 겪는다는 것은 그 당시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많은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크든 작든 외상적인 경험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극복이 불가능한 외상 또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우리가 아는 위인들 가운데는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외상을 극복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외상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외상 경험이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자. 전문가들이 당신의 외상 경험을 삶의 자원으로 바꾸는 데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2018.09.03

관련의료진
정신건강의학과 - 김석현
태그

#PTSD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