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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찾아오는 중독] - 급성 중독 환자의 응급 치료 방법

매일 다양한 물질에 의한 중독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의도적인 음독 사고부터 비의도적인 중독 사고까지 많은 중독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응급실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중독 환자의 치료는 경미한 생활물질 노출, 심각한 음독사고 등 개개의 상황과 경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글. 고벽성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급성 중독 환자의 치료 원칙은 어떤 독성 물질에 노출되었는지, 발현된 환자 상태 및 예상되는 중증도 그리고 노출 후 증상 발현까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는 주로 보존적인 치료, 위장관 오염제거, 해독제, 혈액 투석 등과 같은 적극적 제거 기술로 이루어진다.

위장관 오염 제거

초기에 환자 안정화 이후, 위장관 오염 제거는 필요한 경우 시행할 수 있다. 되도록 빨리 시행하는 것이 독성 물질 흡수 예방에 효과적이다. 주로 위세척이라고 불리는 치료와 활성탄 투여를 많이 시행하는데 다른 방법으로는 장 전체 세척, 내시경적 세척, 수술, 희석법, 설사 유발 등이 있으나 제한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최근 연구 등에서 위세척이 흡인성 폐렴, 기관 삽관율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고 실제로 위세척이 독성 물질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명확한 경우가 많지 않아 모든 경우에 위세척을 하지는 않는다. 위세척은 독성 용량 이상의 독성 물질에 노출 된 환자의 경우 1시간 이내라면 시행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도 유지 등 초기 안정화 이후에 시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활성탄 투여

활성탄은 표면적에 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주로 쓰인다. 독성 물질이 위장에 남아 있을 때 가장 유익하다. 보통 독성 물질 노출 후 1시간 이내를 추천하지만 나중에 투여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위세척보다는 투여 시간이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환자의 기도 유지가 되지 않을 때는 금기이며 노출 후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는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장 폐쇄일 때도 금기이니 유의해야 한다. 중금속과 같이 활성탄에 흡착이 잘 되지 않는 물질에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해독제

일반적으로 중독 환자는 보존적인 치료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으나, 해독제 투여로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키는 경우가 있다. 해독제 투여는 중독 후 심각한 손상이나 향후 발생이 예상될 때, 사용 시 이득이 실보다 많을 때, 금기 사항이 없을 때 사용해야 한다. 해독제의 사용이 다양한 방면에서 중독 효과를 줄이거나 중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나 무분별한 사용은 환자의 예후를 좋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 중독의 해독제인 플루마제닐은 혼수 상태의 환자에서 잘못 사용할 경우 경련을 유발할 수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강제 제거 요법

독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 기법들이 있는데 이는 혈액투석, 혈액관류, 교환 수혈 등이 있다. 혈액투석은 반투과막을 통과하여 혈액 속의 독성 물질을 걸러주는 방식으로 주로 대사성 산증을 유발하는 아스피린, 메탄올, 에틸렌 글라이콜 제제 중독에서 많이 쓰인다. 혈액관류는 독성 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 얇은 다공성 막을 함유하는 기법으로 바비튜레이트, 파라쿼트 같은 중독에서 사용될 수 있다. 교환 수혈은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환자 혈액의 일정량을 제거하고 동일한 양의 전혈로 다시 넣어 주는 것 으로 심각한 용혈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에서 고려할 수 있다.

보존적인 치료

중독 환자 치료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독극물을 치료하지 말고 환자를 치료 하라”. 이렇듯 보존적인 치료는 중독 환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환자의 완전한 회복을 위한 충분한 치료가 되기도 한다. 기도 보호는 중독 환자의 의식이 저하되거나 폐 흡인의 위험이 높을 때, 특히 위세척, 활성탄 투여 전에 시행되어야 한다.

저산소증과 호흡성 산증에 대한 치료로 기계호흡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저혈압이 발생했을 때는 우선 수액 요법을 시행하고 수액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저혈압은 승압제로 치료한다. 반대로 고혈압이 발생했을 때는 고혈압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교정이 우선되고 환자가 불안해서 일 수 있으므로 벤조다이아제핀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칼슘 채널 차단제나 베타 차단제 등 다른 혈압 강하제도 고려할 수 있으나 코카인 중독 같은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에서는 베타 차단제 단독 사용은 혈관 수축을 통한 혈압 상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삼환계 항우울제 중독에서는 심실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중탄산 나트륨을 사용하고 심전도상 QT 간격이 늘어나면 아이소프로테롤이나 인공 박동기를 통한 치료 혹은 마그네슘도 투여될 수 있다. 저혈압과 관련된 서맥은 아트로핀이나 일시적인 인공 심박동기 사용이 가능하다. 칼슘 채널 차단제나 베타 차단제 중독 환자에서 서맥이 발생하면 칼슘제재나 글루카곤, 고용량 인슐린이 효과적이다. 경련이 발생했을 경우 이차적으로 경련을 유발한 질환(저혈당, 저산소증, 고열)에 대한 교정이 우선이며 벤조다이아제핀으로 보통 치료하고 때때로 바비튜레이트가 추가될 수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독 환자 치료

한양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24시간 365일 중독 환자 치료 전문가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상주하여 치료하고 있다. 소변 검사를 이용한 독성 물질의 스크리닝을 하고 있으며 기본 보존적인 치료 외에도 위세척 기구, 활성탄을 구비하고 있다.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지속적 혈액 투석, 인공 호흡기를 보조로 하여 치료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개소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효과가 있는 고압산소치료 탱크를 구비하여 하루 24시간은 물론 휴일에도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고압산소치료는 일산화탄소 중독뿐만 아니라 당뇨족, 감압병, 괴사성 근막염, 피부 피판 이식 합병증, 청산가리 중독 등 다양한 질환에서 효과가 있다. 이 치료는 한양대학교병원 이외에 서울시내에 한 개 병원 정도에서 치료가 가능하나 평일 낮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은 야간, 휴일에도 가능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서울시내의 유일한 병원이다. 또한 자살예방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명사랑센터’는 대부분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취약 계층이 많은데, 이러한 중독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7.09.01

관련의료진
응급의학과 - 고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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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 #독극물 , #음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