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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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진단이 복잡한 급성 복통] 2. 수술을 요하는 급성복통

수술을 요하는 급성복통

복통은 증상 자체가 굉장히 다양할 뿐 아니라 애매한 경우가 많아 경험 많은 의사라 할지라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의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이 병원을 찾아야 할만한 복통인지, 수술이 필요한 복통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복통일 때 급하게 응급실을 찾아야 하며 어떤 경우 응급 수술이 필요한 걸까?

글. 안병규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외과

신속한 진단이 필수적인 급성 충수돌기염

“아, 배 아파”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만큼 복통은 응급실을 찾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평생 복통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가 아플 때마다 병원을, 특히 응급실을 찾지는 않는다. 몇 시간 혹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차차 좋아지는 경험을 하다 보니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민간요법 등으로 집에서 지켜보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의학적으로 복통은 크게 내과적으로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 관찰을 하는 복통과 외과적으로 수술 치료를 해야 하는 복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하는 질환은 크게 출혈성 질환, 염증성 질환, 장 천공, 장 폐쇄, 허혈성 질환으로 나뉜다. 출혈성 질환에는 궤양 등에 의한 위장관 출혈, 외상에 의한 간, 비장 및 장간막 출혈 등이 있으며 염증성 질환에는 급성 충수돌기염, 급성 담낭염 및 급성 게실염 등이 있다.

위, 십이지장 궤양이 깊어지며 발생하는 궤양 천공 및 대장 게실 천공, 소장 천공도 수술을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장 유착 혹은 종양에 의한 장 폐쇄, 장이 꼬이며 발생하는 장 염전, 탈장 주머니로 빠져나온 장 이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아 생기는 감돈 탈장은 장 폐쇄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소장 및 대장으로 가는 주요 혈관이 혈전이나 색전에 의해 막히는 장간막 색전증, 허혈성 대장염 등은 허혈성 질환에 속한다. 이러한 질환은 대부분 갑자기 복통이 발생하며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이 중 가장 흔한 질환은 맹장염이라고 알려진 급성 충수돌기염 이다. 일반적으로 충수돌기염은 간단한 병이라 생각되지만, 사실은 증상이 매우 다양해서 경험 많은 외과 의사라도 쉽게 진단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체한 것처럼 메스꺼우며 명치 끝, 배꼽 주변이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고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 부위가 옮아간다. 이즈음 응급실을 찾아오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쾌되나 병원에 늦게 오거나 진단이 늦어져 충수돌 기염 증이 터지게 되면 복막염으로 진행하게 되며 이때는 열도 심하게 나고 통증도 심하여 수술도 힘들어진다. 때에 따라서는 충수돌기만 떼어내는 것이 아니고 대장절제까지 해야 하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생길 경우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은 임상 증상과 신체 진찰, 혈액검사 소견으로 어느 정도 내릴 수 있지만, 증상이 애매한 경우,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 초음파, CT 검사 등 영상의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복강경으로 95% 이상 수술을 진행하나 이전에 수술받은 과거력, 염증의 정도에 따라 개복 전환, 대장 절제 등의 수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내원 당시 이미 터져서 국소적인 복막염으로 진행되거나 고름집이 잡힌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항생제 치료 및 배농술을 시행하여 염증이 가라앉은 후 수술을 시행하는 간격충수절제술(Interval Appendectomy)을 하는 것이 좋다.

2015년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실을 통해 수술한 외과 질환 통계

2015년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실을 통해 수술한 외과 질환 통계

급성 담낭염・궤양 천공도 응급수술 필요

수술이 필요한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인 급성 담낭염은 담낭 안의 돌(담석), 용종, 찌꺼기 등이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오른쪽 윗배의 통증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열을 동반하며 오른쪽 상복부 통증이 있으면 급성 담낭염이 아닌지 의심하여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검사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초음파 검사와 CT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되며 수술 역시 대부분 복강경으로 진행하는데, 염증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 수술 후 하루 이틀 안에 퇴원할 수 있으나 염증이 심하거나 터져서 담즙에 의한 복막염이 생긴 경우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장 유착은 소장의 일부가 다른 부분과 들러붙으면서 장의 흐름이 끊기거나 원활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전에 복부 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는 분들에서 많이 발생하며 과거력이 없는 분들도 과식하거나 급하게 폭식을 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장 내용물이 유착 부위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복통과 함께 배가 점점 불러오고 가스 및 변 배출이 안 되며 울렁거리거나 토하는 증상이 발생한다.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1~5분 지속하다가 한동안 배가 덜 아프고 다시 같은 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은 금식하며 장을 쉬게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되나 5~10% 정도는 수술적으로 치료해야 해결이 된다. 특히 복통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열이 나고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는 등 독성 증상을 보이는 경우 즉시 응급수술을 시행해야 하며 자칫 수술 시기가 늦어질 경우 심각한 장 괴사가 발생하고 사망할 수도 있어 수술 시기를 정확히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궤양 천공 역시 수술을 해야 하는 흔한 응급 질환 중 하나다. 평소 불규칙한 식사를 하거나 자주 속이 쓰린 증상을 가진 분들에게서 흔히 생긴다. 위 내용물이 복강 내로 새어 나오면서 복막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는 똑바로 누워 있기 힘들 정도의 심한 복통을 느끼며 배가 널빤지처럼 단단해지고 발열 증상이 동반된다. 환자의 평소 증상과 신체 진찰, 가슴 X-ray 촬영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나 정확한 위치와 복강 내 염증 정도의 파악을 위해 CT 촬영이 필요하다. 수술은 복강 내 세척, 천공 부위 확인 및 일차 봉합술을 시행하며 복강경?개복술 모두 안전하게 가능하나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하는 추세다.

허혈성 질환 중 장간막 색전증은 평소 심장질환, 특히 부정맥이 있던 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혈전이 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큰 혈관을 막으며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은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진단이 어렵고 일단 발생하면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복통이 시작되면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데 이는 혈액공급이 차단되면서 장이 허혈, 괴사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소장의 대량 절제가 불가피하여 단장증후군 (Short Bowel Syndrome)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며 진단 혹은 수술이 조금만 늦어도 소생하기 힘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열거한 질환들은 평소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갖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의 원론적인 방법 이외에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다만 이전까지 경험한 복통에 비해 강도가 심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혹은 배가 불러오거나 열이 동반되는 급성 복통의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하는 것이 좋다.

급성 복통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병력 청취와 의사의 손에 의한 신체 진찰이다. 경험 많은 외과 의사는 한 번의 진찰로 환자의 복부에서 압통, 반발통, 복벽 강직 및 근성방어를 알 아낼 수 있다. 이러한 소견은 환자의 복통이 수술이 필요한 질환임을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진찰 소견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 많은 외과 전문의라 하더라도 한 번에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고 수술 시기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평소의 복통과 다른 복통, 다른 증상이 동반된 복통이 발생한다면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기에 응급실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는 것이 더 심각한 후유증을 막기 위한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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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 안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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