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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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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를 구한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 응급의학과 오재훈 교수님께 보내는 편지

작성일
2018-09-04

인명재천(人命在天). 우리는 사람의 목숨이 하늘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특히 생사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과 마주해본 일이 있다면 그 말은 더욱 진리처럼 다가온다. 맹독성 식물인 초오를 먹고 심정지의 위기를 겪었던 강갑원 님은 이렇게 말했다. “한양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도 사람을 살리는 신이 있다”라고.

정리. 김아름 사진. 김지원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를 구한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오재훈 교수님께

지난해 11월 밤, 중국산 당귀로 만든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먹던 중 갑자기 가족 모두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선 저를 치료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마침 한양대학교병원이 떠올라 급히 이곳으로 이동했는데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재훈 교수님과 인연이 되었네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의식이 또렷했는데 점차 숨쉬기가 어려워졌고 눈앞도 흐려졌습니다. “하나, 둘, 셋!”이라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는데, 그 소리는 제 심장을 뛰게 하고자 제세동기를 사용하시던 교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목소리 끝에 충격이 전해졌고 제 몸은 10cm가량 붕 떠올랐다 떨어졌습니다. 답답하던 가슴에 피가 확 도는 듯이 시원했지요. 그렇게 한 두 번이면 될 줄 알았는데, 이후 수를 세기가 힘들 만큼 반복되었습니다.

“한 번만 더 해봅시다!”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대로 저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랬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저 스스로가 포기하게 되더군요. ‘이만하면 되었다, 할 만큼 하셨다’는 생각과 함께 의식은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보니 3일이 지났더군요. ‘살았구나’는 안도감이 몰려왔습니다.

스스로 포기하고 싶을 만큼 큰 위기였지만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던 오재훈 교수님과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분들, 당신들의 사명감에 신이 감동하셨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강갑원 드림

강갑원 님께

먼저 그날 강갑원 님의 목숨을 살린 건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우리 병원을 선택하신 스스로의 결정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시 강갑원 님은 초오라는 맹독 식물을 먹고 심각한 부정맥 상태를 보이셨어요. 심정지의 리듬이 보여서 심폐기능을 대신해주는 체외막산소공급 장치를 가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장치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응급실에 구비할 수가 있어요. 결국 한양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오셨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신 거죠. 저는 의료진과 함께 장치를 가동시킨 후, 제세동기를 이용해 심장에 충격을 가했습니다.

장치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긴 하지만 잠깐이라도 신체 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저녁 7시 무렵부터 새벽 3시까지, 150여 차례 제세동기를 사용 한 결과 신체 기능이 조금씩 돌아오는 게 보였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제 역할은 환자가 응급 상황에 이른 이유를 찾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 때론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강갑원 님은 그 마지막 단계의 치료가 필요했고, 다행히 효과가 있었죠. 당연한 일을 한 거지만 강갑원 님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시고 1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발전기금으로 주셔서 저 역시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기부해 주신 발전기금은 강갑원 님처럼 응급한 환자를 살리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제 손이 환자에게 가치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깨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재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