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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학 프론티어] 의사의 길 위에서 과학자의 사명을 발견하다 -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영서 교수

작성일
2025-05-16

새로운 길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 ⑮ 미래의학 프론티어

 

김영서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이라는 특수하고도 중요한 연구 영역을 20년 가까이 꾸준히 탐색해왔다. 환자를 진료하며 품었던 작고도 날카로운 질문은 점차 연구로, 교육으로 확장되며 의사과학자로서의 길을 단단히 다져주었다.

질병의 기전을 넘어 환자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젊은 세대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지적 탐구의 기쁨. 김영서 교수의 연구는 곧 삶에 닿아 있고, 김영서 교수가 그리는 미래의학은 사람 중심의 혁신으로 향한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는 아무래도 전문 분야인 뇌졸중과 관련한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실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 집중하신 연구는 어떤 연구였을까요?

저는 전공의 시절부터 제가 치료한 환자들을 바탕으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뇌졸중 환자가 중간에 나빠지면 나빠지는 원인이 무엇일까 찾아보고,좋아지면 좋아지는 원인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뇌졸중 임상연구를 가장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반인의 뇌졸중 인식도 조사 등을 포함한 설문연구를 많이 했고,그 다음은 뇌졸중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하여 다양한 임상적 특징이나 영상학적 특징,실험실적 변수들을 분석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도중에 노년기에 생기는 뇌졸중과는 다르게, 특별한 원인 분석과 치료가 필요한 젊은 뇌졸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젊은 뇌졸중’에 관한 연구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에는 뇌졸중에 대한 인식도를 알아보는 설문 연구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진행한 연구에서는 ‘뇌졸중 증상 인식이 빠른 병원 도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으며, 이는 2011년 『BMC Neurology』에 ‘Stroke awareness decreases prehospital delay after acute ischemic stroke in Korea’라는 논문으로 게재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뇌졸중은 발생 후 가능한 빠르게 병원에 도착해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많은 환자가 뇌졸중 증상에 대한 교육 부족, 인식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젊은 뇌졸중 환자들을 모집하여 뇌졸중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Q. 말씀해주신 것처럼 최근 젊은 뇌졸중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이런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예전에는 뇌졸중이 주로 고령자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20~30대 심지어 10대 환자까지도 간헐적으로 진단 받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서울 시내 8개 대학병원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도 45세 이하 뇌졸중 환자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수면과 관련이 있을 수 있고, 생활습관이 예전보다 훨씬 서구화된 것도 요인이 됩니다. 고지방·고염식 식단, 운동 부족, 스트레스 과잉, 불규칙한 수면 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전통적 위험 인자들이 젊은 세대에서도 점점 흔해지고 있습니다.

비만이나 대사 증후군이 10~20대에서부터 발견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젊은 환자들은 일반적인 원인 외에도 유전성질환이나 희귀질환, 자가 면역질환에 의해 뇌졸중이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파브리병 같은 경우 효소 부족으로 인해 발병하는 전신질환인데 뇌졸중으로 처음 발현되기도 하며, 이러한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뇌졸중 증상 발현 시 정확한 검사와 빠른 진료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젊은 뇌졸중 환자는 고령자와는 다른 진단 전략과 치료 접근이 필요합니다.

임상에서도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진료가 중요해지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질병 자체뿐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뇌졸중 연구 과정에서 ‘수면’이나 ‘정신건강’ 등과 같은 요소들도 다루셨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들이 갖는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일반적으로 잠을 많이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수면 시간 자체보다는 환자가 자신의 수면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제가 제1저자로 참여한 『2023 SKY 연구』 ‘Association of Long Sleep Duration and Stroke Outcomes’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루 3시간만 자도 상쾌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9시간 넘게 자고도 하루 종일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뇌졸중 발병률이 더 높았던 것이죠. 이는 단지 수면의 문제가 아니라 기저질환이나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장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 중 수면의 질이 낮은 경우가 많았고, 실제로 뇌졸중과의 연관성도 확인되었습니다. 정신과적 증상, 예컨대 만성 불안이나 우울감,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등도 뇌 건강과 분리해서 볼 수 없습니다.

젊은 뇌졸중 환자에겐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의 삶 전체를 바라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 과정 속에서 젊은 환자들이 겪는 다양한 사회적, 정신적 어려움도 함께 들여다보게 되었고, 단순한 의학 연구를 넘어서 환자의 삶과 연결된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연구는 점점 더 임상과 연결되고, 또 교육과도 연결됩니다.

 

Q. 최근 들어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힘쓰고 계신데요. 해당 과제에 대한 교수님의 철학과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들려주세요.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제가 최근 몇 년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고, 과학자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분법적인 구분이 의미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고, 의료 현장에서 과학적인 사고와 연구가 결합되어야 진정한 미래 의료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 의과대학생을 위한 학부과정 과제와 전공의를 위한 연구 지원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고, 박사과정, 박사 후 연구자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지원 모델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연구 아이디어를 스스로 도출할 수 있게 유도하고, 연구 설계와 분석의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며 지도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연구’라는 영역을 진짜 흥미로운 지적 탐험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3년에는 이 사업에 참여한 한 전공의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본인의 진로를 기초의학 연구자로 결정하게 되는 의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연구를 새로운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연구에 관해 고민할 때 “해보지 않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연구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그것도 경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료와 과학의 연결점에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의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보람입니다.

Q. 의사과학자가 단순한 연구자를 넘어 의료 현장과도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해 주셨는데요. 실제 임상과 융합된 의사과학자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의사과학자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며 얻은 문제의식을 연구실로 가져 가고, 연구실에서 도출한 해결책을 다시 환자에게 적용하는 ‘브릿지’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환자 진료를 하다가 느낀 의문점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해왔고, 그 과정에서 의료기기나 진단 알고리즘에 대한 개발로도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저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뇌영상 분석 기술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도 MRI나 CT 촬영 후 AI 기반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뇌경색 여부를 빠르게 판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응급환자의 경우 신속한 판단이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AI가 제공하는 1차 판독 결과가 실제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융합형 접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젊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의사과학자의 길은 어렵습니다. 진료와 연구, 교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고,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고, 내가 품은 하나의 질문이 수많은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 길을 정해 놓고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눈앞의 환자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이 또 다른 연구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연구란 결국 ‘궁금함’에서 시작합니다. 또한, 의사로서의 삶이 반드시 진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하고, 누군가는 치료제의 원리를 밝혀 내며, 또 누군가는 의료 시스템을 바꾸는 일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가능성 앞에서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회를 허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연구실에는 늘 도와줄 동료가 있고, 선배가 있고, 함께 성장할 후배가 있습니다.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 질문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그 여정을 저는 응원합니다.

Q. 의사과학자의 길을 직접 걸어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이 길을 계속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사실 의사과학자의 길은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전공의 시절, 한 교수님이 “정말 재미있는 연구는 밤새 계획서를 써도 지치지 않는다”고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무엇이 진짜 재미있지?’

아직 완전히 그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연구들이 나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길을 계속 갈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과학자의 길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고, ‘질문’을 향해 있는 길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김영서 교수의 연구는 환자를 향한 작고도 날카로운 질문에서 출발해 과학의 언어로 확장되어 왔다. 그 여정에서 그는 진료의 책임과 연구의 사명을 동시에 품어내며 의사과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임상과 실험, 교육과 소통을 아우르며 의료와 과학을 잇는 다리 역할을 자처하는 그는 오늘도 사람을 위한 의학, 삶에 닿는 연구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