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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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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한 자루로 시간의 가치를 빚다 - 박종석 한양대학교병원 기능원

작성일
2014-09-03

다이내믹 한양 | 한양대학교의료원 임직원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 골목 어귀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구두장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와인을 제조하는 농부에게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느린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가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볼펜으로 인물화를 그리는 박종석 환자기능원의 모습에서 진지한 장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하얀 종이 위, 수없이 덧칠했을 가는 선들을 바라보며 볼펜 한 자루에 담긴 그의 꿈과 열정을 듣는다.

글. 황원희 사진. 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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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재료로 그리는 특별한 그림

소식지_9-10_-016“이걸 전부 볼펜으로 그렸다고요?” 처음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이라면 으레 같은 질문을 같은 표정으로 묻는다. 투박한 볼펜으로 그렸다고 하기엔 너무도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인물화, 아니 작품이다. 한양대학교병원에서 환자 이송 업무를 맡고 있는 박종석 기능원은 점심시간 틈틈이 휴게실에서,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책상 위에서 시간을 쪼개가며 볼펜으로 인물화를 그린다. 그가 볼펜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쓰던 볼펜으로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오랜 시간 반복된 취미는 자연스레 실력과 자신감을 쥐어주었다.

“본격적으로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만화 캐릭터를 따라 그리기도 하고, 주변 사물을 종이에 담기도 했는데 문득 실제 사람의 모습도 담아내고 싶더라고요. 볼펜은 제게 워낙 친근한 재료니까 더 쉽게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볼펜과 친숙했던 박종석 환자기능원에게도 인물화는 꽤나 어려운 과제였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의 특성상 60~70% 정도만 완성하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미완의 작품이 쌓여 갔지만 포기한 그림들이 아까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스스로 다짐을 했어요. ‘무조건 한 작품을 완성한 다음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자’라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인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죠. 블로그에 초기 스케치부터 중간중간 과정을 올리면서 진행 상황을 공유해요. 처음에는 혼자만의 약속으로 인물화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점점 많은 분이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굉장히 뿌듯합니다. 격려 덕분에 지치지 않고 그림을 완성해 가고 있어요.”

박종석 환자기능원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작품이 알려지고,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참으로 감사하다. 특별할 것 없는 볼펜으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이 모두에게 기분 좋은 활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소한 시작에서 내일을 발견하다

소식지_9-10_-014 소식지_9-10_-015볼펜을 쥔 손바닥 밑으로 티슈 두 장을 겹쳐 놓은 후 땀이 종이에 스며들지 않도록, 볼펜 찌끼가 종이에 묻어나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하며 닦아내는 귀찮은 작업의 연속. 그러나 작업이 끝나고 완성품을 바라볼 때의 희열과 뿌듯함은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킨다. 박종석 기능원은 아날로그 작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순간,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다. “먼저 연필로 인물의 윤곽을 그립니다. 대신 그 외에 명암과 채색은 오로지 5가지 색상의 볼펜으로만 해결해요. 힘의 강약을 조절해 다양한 색상의 조화를 표현해 내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면 조커의 머리카락은 주황색과 노랑색 볼펜을 이용해요. 주황색을 아주 옅게 칠하고 노랑색으로 살짝 덧칠하는 방식이죠. 머리카락 하나, 옷깃 하나 모두 제 손길이 닿아서인지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남다른 애착이 느껴져요.” 인물화를 그릴 때마다 나오는 볼펜 찌끼까지 모아두는 그의 정성은 작품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 나간다. 그림의 완성도는 그가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과도 비례한다.

“사실 완성품이 많지 않아요.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최소 100시간에서 최대 150시간까지 걸리거든요. 워낙 섬세한 작업이다 보니 결 하나를 표현하는데도 조심스럽죠. 재미있는 건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볼펜을 한 자루 이상 사용한 적이 없어요. 필기하듯이 꾹꾹 눌러 쓰는 게 아니라서 생각보다 볼펜이 많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해 가면서 박종석 환자기능원은 자신의 이름을 건 개인 전시회도 구상 중이다. 당장은 어렵지만 지금부터 차곡차곡 작품을 완성해 훗날 전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지만 언젠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물론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지 만요.”

볼펜 한 자루에서 시작된 사소하지만 멋진 시도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 자신만의 재능을 특별한 가치로 바 꾸는 박종석 환자기능원의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박종석 기능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77i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