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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소통으로 함께 길을 찾는 의사 - 영상의학과 강보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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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과 의사는 판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환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CT, MRI, 초음파 등을 통해 환자의 사진과 영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수술과 치료에 직접 참여해 정확한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강보경 영상의학과 교수는 응급상황이 많은 복부 파트에서, 협진 교수들에게 가장 정확한 판독과 의견을 제공해 환자에게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진료 방향을 결정할 때 '우리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러면 수술을 할지 말지 고민되는 어려운 순간에도 강단 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영상의학과 의사는 판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환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CT, MRI, 초음파 등을 통해 환자의 사진과 영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수술과 치료에 직접 참여해 정확한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보경 영상의학과 교수는 응급상황이 많은 복부 파트에서, 협진 교수들에게 가장 정확한 판독과 의견을 제공해 환자에게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하는 보람을 찾아 걸어온 길강보경 교수가 울산에서 살던 중학생 시절. 동네 어르신들과 어울려 어패류를 드신 할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져 병원에 입원했고 몇 달 만에 하늘로 돌아가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시골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술을 꽤나 즐기셨던 할아버지는 비브리오 패혈증 고위험군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아버지는 “가족 중에 의사 한 명 없는 게 너무 한이 된다”면서 “자식 중 한 명은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나 강보경 교수와 그녀의 동생은 모두 의사가 되었다. 인턴 생활 초기에는 영상을 판독하는 일보다 수술에 관심이 갔다. 외과 혹은 산부인과는 어떨까 고민하던 어느 날, 수술방에 들어가 수술 준비를 하며 모니터에 환자 사진을 띄우는데 그게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진은 수술하는 의사에게 병변의 위치를 알려주고, 때론 영상의학과 의사가 수술방에 직접 들어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상의학과가 ‘정적인 과’일 것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일하는 보람이 클 것이라는 기대가 싹튼 순간이었다. 강보경 교수는 현재 영상의학과에서 복부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주로 간담췌와 위장관, 비뇨생식기 영상과 함께 조직검사 영상 판독도 담당하고 있다. 영상의학과에서 복부 파트는 응급이 많고 의사결정이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잦아 선호도가 높지 않다.
AI 시대 의료 연구의 혁신 현장을 찾아강 교수는 지난 2024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1년간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지를 해외가 아닌 국내의 서울아산병원으로 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연구실에서는 연구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고 창업을 통해 이를 상용화하는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시도가 일어난다는 점이 강 교수를 자극했다.
기존에는 다기관 연구에 참여한 경우, 타병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퀵이나 USB로 받아, 파일을 열어 판독하고 결과를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에서 데이터 업데이트와 비교, 관리 등을 모두 도맡아서 해주었다. 강 교수 같은 영상의학과 의사로서는 판독 이외 거의 모든 연구 업무를 덜어낼 수 있었다.
신이 아니기에 중요한 것들복부 파트를 담당하는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의사결정’이다. 수술을 진행하는 담당 교수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중에는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할지 말지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계에 놓인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의사결정의 부담 때문에 힘겨워하는 전공의들에게 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강 교수는 전공의를 볼 때도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실력은 어느 수준에 오르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쌓이지만 인성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임상의가 아니기에 환자와 접점이 거의 없지만 가끔씩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해주는 환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한양대학교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첫 환자가 그랬다. 처음에는 거의 매일 초음파 촬영을 하다가 이후에는 몇 달에 한 번씩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 환자가 “전부터 초음파 해주시던 선생님이시죠? 저 잘 회복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환자와 직접 소통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이런 작은 경험들이 감사하고 일상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
우리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강보경 교수에게 가장 큰 에너지를 주는 것은 가족이다. 의대 시절부터 커플이었던 남편은 지금도 강 교수에게 가장 친한 벗이자 동반자다. 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인 남편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지금도 여전히 즐겁고 소중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이와 4학년인 둘째는 요즘 게임에 푹 빠져 있는데, 아이들과 같이 게임하면서 노는 시간도 즐겁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독서광인 강 교수는 남편과 연애 시절 그랬던 것처럼, 요즘도 로맨스소설, 무협지, 자기계발서 등을 두루 섭렵한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에너지가 새롭게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이번 연수 기간은 강 교수 가족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오직 네 식구가 처음으로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의사 맞벌이 부부의 현실상 앞으로도 그 같은 시간은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 지난 1년이 더 소중하게 기억된다. 강 교수가 일하고 판단하는 중심에도 가족이 있다.
진료 방향을 결정할 때 ‘우리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러면 수술을 할지 말지 고민되는 어려운 순간에도 강단 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균형 잡힌 사람으로 성장하기지금까지는 늘 닮고 싶은 롤모델을 찾아 배우려 노력해왔다는 강 교수는 어느덧 자신이 누군가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다만 하나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삶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사람은 결코 되고 싶지 않다고.
강보경 교수는 얼마 전, 방학을 맞은 두 아이와 함께 병원에 왔다가 가슴 뭉클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과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와 걷는 도중에 큰아이가 벽에 걸려 있던 엄마의 얼굴을 알아봤다.
그날 이후 강 교수에게는 어려운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우리 아이들이 보기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로서 일도 잘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도 되어야 한다. 하나도 어려운데 둘 이상을 해야 하는,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목표란 항상 크게 가져야 하는 법. 지금은 부족함이 많아도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한다. 협진하는 교수들에게 신뢰 받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후배와 동료에게 균형 잡힌 롤모델이,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덧 원하는 모습에 근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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