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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의료 현장을 만들어가는 의사 - 김봉영 감염내과 교수

작성일
2025-07-09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언제나 극적인 순간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많은 일이 일어난다.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오기 전, 적절한 치료와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병의 진행을 막는 것. 김봉영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말한다. 큰 그림을 그리며 안전한 의료를 위한 기틀을 닦는 김봉영 교수를 만나본다.

항생제와 균의 연결고리, 감염내과와 의료 질의 연결고리

흥미를 느끼는 일을 잘하기까지 하는 건 흔히 발견하기 힘든 재능이다. 특히 대부분이 힘들어하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더불어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마주했을 때 신뢰는 물론, 기대감까지 품게 된다. 메르스, 코로나19로 한 번쯤은 들어봤겠지만 아직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감염내과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김봉영 교수가 그렇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영향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친근하고 흥미롭게 느꼈다고 한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의대에 진학해 공부하던 중 주변 친구들이 어려워하던 분야인 감염학과 항생제 관련 분야에서 재미를 찾았다.

“본과 1, 2학년 때 친구들이 정말 힘들어하고, 재미없어하던 과목이 병리학 중 감염학 부분이었어요. 약리학 중에서는 항생제 부분이었고요. 그런데 전 재미있었어요. 성적도 잘 받아서 막연히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어서 2학년 때 감염학 통합 강의를 들었는데 더 재미있는 거예요. 암기할 내용이 굉장히 많고, 범위도 정말 넓은데 그 안에서 항생제와 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전공의가 된 뒤에는 명확한 답이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염내과에 끌렸죠. ‘한 번 해볼까?’ 했던 도전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김봉영 교수는 지금까지 감염내과 분야에 몰두해 어느새 한양대학교병원의 감염 관리를 이끄는 리더가 됐다. 그는 현재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이자 항생제적정사용관리실장, 감염관리실장, 음압병동실장을 맡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고, 감염을 막으며 병원 내 의료 질을 높여 환자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중이다.

“최근 가장 관심을 두는 주안점은 다제내성균의 병원 내 전파 방지입니다. 감염관리와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통해 일선에 있는 의료진이 사고 없이 더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병원의 의료 질 향상, 환자의 안전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혁신을 엿보고 혁신을 꿈꾸게 된 해외연수

김봉영 교수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존스 홉킨스 병원(The JohnsHopkins Hospital)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김 교수는 그곳에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팀 일원으로 병원의 정책 및 의사결정 과정, 회의 등에 참여했고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이전까지 문헌 등으로만 접했던 현장에 직접 녹아들어 문화적 배경과 사람들의 인식 등을 배웠으며 우리나라와 다른 현실에서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1,100여 개 병상, 감염내과 교수진만 120여 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와 자본 덕분에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치료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많은 토의를 거치기도 해요. 보통 내과계 컨퍼런스는 진단과 치료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데, 요즘은 검사 기법 등이 발달해서 검사 결과를 보면 치료의 방향이 빠르게 정해지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서로 다양한 가능성을 얘기하더라고요. 이러한 논의 시간이 모이고 모이면 굉장히 긴 시간인데,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겠지만 막연히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언젠가 혁신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15년 무렵 떠오르기 시작했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감염내과와 관련 분야가 이슈화됐다. 우리나라에 이제 막 도입된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 기관과 병원마다 관련 조직을 처음 만들어 가며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연수를 통해 경험한 미국의 의사결정 체계와 구조를 우리나라 현황에 알맞게 적용해 한양대학교병원이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위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확실한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의 역할을 분명히 하며,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빠르고 분명하게 조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국가 연구 과제 등을 수행하며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를 우리나라의 선두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김봉영 교수는 해외 연수 중 항생제 사용과 감염병 진단에서 높아진 영상 검사 의존도의 간극을 줄일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연장선으로 현재 김미미 영상의학과 교수, 최종욱 신장내과 교수와 함께 급성 신우염에서 영상학적 검사의 가치를 연구 중이며 향후 관련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틈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폐쇄까지 겪던 시기, 김 교수는 허리디스크로 인해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병원 내 감염 관리에 힘썼다. 그는 병원 내외의 다양한 회의에 참여하며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는 의사로서 환자의 입장을 계속해서 전달했다.

당시 통제된 병동 안에 머물며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수많은 회의에서 전했다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정책 등을 결정하는 자리에 참석하며 병원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실제 의료 현장 속 중요한 부분을 회의에 참석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감염내과는 수술을 통해 환자를 극적으로 살리는 건 아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처치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김봉영 교수는 환자의 질병을 막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감염 관리와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는 결국 환자 안전과 직결되며 병원의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고, 내성균 전파를 막는 등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분야다.

“감염내과에서는 상태가 안 좋았던 환자가 ‘벌써 치료가 끝났나?’라며 집으로 돌아가시면 환자는 의아하겠지만 사실 잘 치료된 거예요. 초기에 약을 잘 써서 환자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막은 거죠. ‘정말 이 정도만 해도 괜찮나’라고 되물으시는 환자분들께 ‘심각한 병인데 살아나신 거예요’라고 설명드리기도 합니다. 그게 감염내과의 역할이고 최고의 결과입니다. 드라마틱한 상황으로 흐르는 것보다 그 전 단계에서 빨리 치료하는 게 환자분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치료가 이게 다인가?’라고 의아해하지 마시고 저희 의료진을 믿고 안심하고 귀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환자분은 빨리 집에 가실 수 있고, 의료진도 덜 힘들어지니까요.”

병의 치료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약을 쓰고, 수술을 하는 과정만 거치는 게 아니다.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막는 것이 진정한 건강을 위한 치료의 기반이다. 어떤 일이 무사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기틀을 닦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겉으로 두드러지지 않기에 그 중요성을 미처 느끼지 못할 때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기반을 쌓는 건 더욱 쉽지 않다.

안전한 의료 현장의 배경에서 김봉영 교수가 몸담은 감염내과와 감염병 및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HyID팀(다학제 의료팀) 등이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서 미래를 준비하는 선구안과 모호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결단력이 필요한 분야다. 한양대학교병원의 안전한 의료 환경,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 그려나갈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