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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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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성공률 100%를 향해 연구하고 도전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의사

작성일
2025-03-12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김연환 교수 -

천공지 피판은 본인 신체의 일부를 정교하게 떼어 내 결손 부위에 근육 손상 없이 섬세하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는 수술이라 전문 분야로 하는 의료진이 많지 않다. 천공지 피판술 대가인 김연환 교수는 수술은 빠르고 정확하며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성공률 100%를 향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두 번의 선택으로 접어든 성형외과 의사의 길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연예인으로 태어난 사람, 의사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인생의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은 연예인으로 몇 년 후에는 의사로도 살 수 있다. 김연환 성형외과 교수가 의사의 길로 들어선 것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어릴 때는 전기와 전자에 관심이 많아서 전자공학과를 선택해 진학했어요. 그런 데 막상 입학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제 적성에는 맞지 않아 진로에 관해 고민이 많았죠. 그 시기에 갑자기 아버지께서 사고를 당하셨어요. 손가락을 심하게 다치셨는데, 손가락 피부 일부에 괴사가 진행돼 결국 손가락을 절단하셨죠. 아버지의 잘린 손가락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조금만 더 잘 치료했다면 손가락을 자르지 않아도 됐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계기로 전자공학이 아닌 의학을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전자공학과에서 의과대학으로 다시 진학을 하게 되었어요.”

김 교수는 처음부터 바로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양대학교병원 인턴 시절 성형외과 교수님 두 분의 재건 수술을 보고 마음이 요동쳤다. 성형외과는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분야가 아닌, 상처 부위를 섬세하게 연결해 절단을 막기도 하며, 이미 절단된 부위를 이어 붙이 기도 하는 진료과임을 목도한다. 그렇게 김 교수는 두 번째 선택을 통해 비로소 성형외과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턴 중간에 성형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선포했더니, 아버지께서 무척 화를 내셨어요. 의사라면 모름지기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해야 하는데, 미용 공부를 한다고요. 그런데 대학병원 성형외과는 없어진 신체를 다시 복원해 주는 개념이 더 강하거든요. 미용 성형술이 외모를 아름답게 만든다면, 재건 성형술은 신체의 기능적인 부분을 교정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죠. 이제는 아버지도 제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하시더라고요."

팔과 다리를 만드는 의사

김연환 교수의 전문 분야는 상하지재건(미세수술) 및 당뇨발, 욕창, 골수염, 안면외상, 미용성형(코)이다. 그중에서도 외상, 암수술, 화상, 당뇨 등으로 발생한 상하지 피부 손상을 천공지 피판(광배근)으로 재건하는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정형외과가 뼈를 만든다면, 성형외과는 피부와 살을 만들어요. 뼈도 무척 중요하지만, 피부와 살이 없으면 결국 절단할 수밖에 없기에, 피부와 살은 신체가 분리된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발에 걸린 환자는 발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는데, 이때 다리를 절단하게 되면 사망률이 매우 올라갑니다. 다리가 절단된 당뇨발 환자는 운동력도 떨어지고, 그것이 곧 당 관리까지 이어져 생명에도 지장을 미치게 되는데요. 당뇨발 환자가 다리를 보존할 수 있게 재건술을 하는 것이 성형외과의 역할이죠.”

재건술의 핵심은 혈관이다. 신체는 물론 장기 이식할 때도 혈관을 얼마만큼 미세하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혈관을 봉합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술할 때 보통은 최소 8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이 소요된다.

​장시간 수술은 심장질환, 당뇨, 투석 환자들에게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마취 시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고 회복이 늦어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최소한의 수술 동선, 최고의 수술 팀워크를 끊임없이 연구해 총 수술 시간을 무려 2시간으로 줄였다. 빠르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성공률 99%에 이르는 훌륭한 수술은 전부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허벅지 골수염이 심한 환자가 찾아왔었습니다. 여러 병원에서 절단을 권유했는데 다리를 살리고 싶어 저를 찾아오셨다고 했어요. 진찰해 보니까 충분히 재건이 가능해 정형외과 교수님과 함께 10회 이상 수술을 거듭했어요. 염증을 씻어내는 작업을 반복한 후 뼈를 이식하고 피판술로 혈관을 연결 하는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끝내 다리를 복원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신 분이셨는데, 수술 후 처음으로 등산하던 날 저를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굉장히 뿌듯하고 더욱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죠.”

해외연수에서 본 중증외상센터 시스템

김연환 교수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 토마스 병원(St Thomas’ Hospital)과 로열 런던 병원(Royal London Hospital)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두 병원 모두 규모가 큰 중증외상센터를 갖춘 곳이다. 김 교수는 이곳에서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둘러보고, 현지 의료진들과 외상 데이터를 수집해 ‘Vein Coupler를 이용한 동맥문합’과 ‘피판술을 통한 외상 환자 재건’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다.

“해외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어떤 구조로 치료가 진행되는 지 궁금하던 차에 과거 동료가 세인트 토마스 병원에서 근무 중이고, 저에게 수련을 받았던 제자가 로열 런던 중증외상센터를 관장하고 있어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성형외과 재건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기술을 배운다기보다 함께 연구하고, 외상센터 시스템에 관해 알아보고자 연수를 다녀온 셈이죠.”

영국 런던의 중증외상센터는 4개의 권역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사고가 나면 미리 약속된 권역 중증외상센터로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해 치료한다. 응급처치부터 이송, 치료 시작까지 1시간이 넘지 않는 이유는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철저히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 환자가 다른 병원에 가고 싶어하는 부적절한 이동이 없는 등 다양한 요소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해외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죠. 그렇다고 교수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좋은 시스템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변하는 거죠. 대학병원에서 규모가 큰 수술을 많이 진행하고, 재건 술처럼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수술을 홍보해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수술 성공률 100%를 향해

작년 11월 대한성형외과학회는 학술간담회에서 대학병원 내 재건 성형 전문의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재건 성형술 전문가를 육성하려면 전공의 자격증 취득 후 고난도 수술을 교육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응급 수술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 의사들의 스트레스가 과도하다는 이유이다.

“아버지의 사고를 계기로 의사가 되었지만, 저는 재건술이 재미있어요. 연구와 진료, 수술 등을 병행하며 바쁘기도 하고 힘들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교수로 남아 있는 거죠. 환자가 팔과 다리를 다시 쓰게 될 때마다 의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요.”

아직 성형외과를 미용 진료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국의 여러 병원을 돌다가 마지막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성형외과 김 교수를 찾아와 일상을 되찾은 환자가 여럿이다. 김 교수는 그런 환자들에게 안된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다리에 동맥경화 또는 당뇨가 심하거나, 사고로 혈관을 많이 다치면 재건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그럴 땐 환자들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수술 성공률이 낮은 무모한 도전이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요. 혈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혈관을 뚫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라도 시도하고 기회를 엿보는 거죠.”

버스에 깔렸던 젊은 환자가 왔었다. 다리 전체가 으스러져 피부가 다 날아간 케이스였다. 김 교수는 어떻게든 살리고자 수십 번의 수술을 진행했고 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재건에 성공한다.

“외과의사의 덕목은 수술 성공률 100%예요. 그렇지만 100%라는 건 세상에 없기에 100%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계속해서 재건술을 연구하고, 어려운 수술에 도전하는 거예요. 물론 실패할 수도 있죠. 그러나 제가 수술을 많이 해서 성공하는 케이스가 늘어날수록 성공률은 높아지는 거니까요.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수술한 환자들은 수술 성공률이 100%가 되도록 은퇴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