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언제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
|
|
시작이 반. 중독 치료가 바로 그렇다. 그러나 중독을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다. 의지할 데 없이 마음의 병을 키우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전면에 나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 노성원 교수가 있다. 글. 윤진아 사진. 김지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내오는 신호진료 중 환자의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고, 유단자 출신 중독 환자의 입원실 탈출을 막다가 같이 뒹굴어 옷이 다 찢어진 적도 있다. 다행히 치료를 잘 마치고 퇴원을 했지만, “나도 모르게 강원랜드로 차를 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는 환자의 고백은 노성원 교수에게 무거운 사명을 안겼다.
도박, 알코올, 담배, 마약, 게임 등에 중독되면 의지가 아니라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독 질환을 제때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한양대학교병원은 2016년 정신건강의학과에 중독질환 분야를 신설하고, 중독치료전문가인 노성원 교수를 영입했다. 노성원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중독의학센터 연구교수, 일본 국립 구리하마중독의료센터 연구의사, 국립서울병원 국립정신보건교육연구센터 정신보건연구과장을 역임했다. 그 과정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앙정신의학논문상(2013), 미국임상정신약물학회 신진연구자상(2012), 환인정신의학상 젊은의학자상(2011) 등을 수상하며 국내 정신건강의학 발전에 매진해왔다.
중독 치료 시작은 ‘뇌질환 인정하기’어떤 질환이든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중독 질환은 더더욱 그렇다. 노성원 교수는 “환자 스스로 자신이 중독임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주변에서 중독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돼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 사람, 한 가정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가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순간은 재발이다. 어렵게 완치에 이른 알코올 중독 환자가 전해준 감사편지의 감동이 채 식기 전, 2주 만에 다시 만취해 병원을 찾은 모습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
중독 치료는 ‘마라톤’이다한국인의 26.6% 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나날이 다양해지는 스트레스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정신과 분야는 단기 치료가 어렵고,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도 많다. 노성원 교수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진료 일정을 마치고도 밤늦게까지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다. 올해 새로 시작한 연구과제 <알코올 중독의 새로운 약물치료 개발> 임상시험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양평군 정신건강증진센터 및 자살예방센터장, 양평군 치매안심센터장,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인 노성원 교수는 환자 개개인의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 치료 시스템 개선에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성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알코올 중독 예방·치료·관리 사업의 자문과 운영에도 함께 머리를 맞대왔다. 보다 많은 환자가 늦기 전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시기를 놓치기 전에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제시해줄 의료진이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말에 힘이 실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