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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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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간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사람. 전대원 소화기내과 교수

작성일
2014-04-30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전대원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소화기내과에서 간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전대원 교수는 환자와의 대화나 간에 관한 각종 연구에 열정을 불사르는 의사다. 환자의 진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쉽게 설명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는 좋아하는 일에 미친 듯이 빠져드는 것을 즐기는 사람. ‘간질환 연구에 미쳐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전 교수는 천생 타고난 의사다.

글. 이지연 사진. 정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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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였던 아이, 의사가 되다

2014_05+06_안녕하세요선생님_02만나면 응석을 부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편안한 인상에 환한 미소로 환자를 맞는 전대원 교수 앞에 서면 물어보지 않은 이야기까지 술술 뱉어내게 된다. 아무리 긴 하소연을 해도 다 들어주고 위로해 줄 것 같은 첫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전 교수에게도 해당하는 대목이다. 말하는 양으로 따지면 ‘분명 아줌마의 피가 흐른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전 교수는 더 많은 환자와의 만남을 갖기 위해 외래 진료일을 늘렸다.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의사가 좋은 의사’라 생각한다는 그는 그 일환으로 평소 어려운 의학용어를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환자에게 병명을 정확하게 설명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되묻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자기의 정확한 병명을 모르고 퇴원한 환자도 많았고요. 그런 경험을 여러 번 거치면서 환자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전대원 교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병원과 친숙한 인생이었다. 그래서 환자의 입장과 고충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지금은 말 잘하는 의사에 속하는 그도 입천장이 붙어 있지 않는 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말 못하는’ 유년을 살았다. 2~3차에 거친 수술과 1년간의 언어교정 등 지리한 치료과정을 거쳤음에도 전 교수의 기억 속에는 병원과 치료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더 크게 자리한다. “말을 못한다, 이상하게 한다며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말을 잘 안했죠. 여러 차례 수술을 하면서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걸 몸소 느낄 때마다 병원 가는 일이 재미있더라고요. 그 때의 수술 덕에 지금은 말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부모님의 권유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전대원 교수. 그렇게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 했던 소년은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정식 의사가 되었다.

자각증상 없는 간, 정기검진만이 살 길

2014_05+06_안녕하세요선생님_04전대원 교수가 속한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내시경을 하느라 육체적 피로감이 높은 편이다. 그에 비해 간질환 전문인 전 교수는 외래를 제외하고는 매일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이 일상이라 ‘편안한 보직’에 속한다고.

“저를 찾는 환자들은 간이 나빠져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본인의 잘못된 습관에 의해 간경화나 간암이 발병한 경우와 어머니로 부터 물려받은 수직간염인 ‘B형 간염’에 걸려 찾아오는 경우, 비교적 완치가 가능한 C형 간염 환자들이 대부분이죠. 모든 의사의 맘이 똑같겠지만 저 또한 환자를 완치시켰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니까요.” 우리 인체의 여러 장기 중 크기가 가장 큰 간은 온갖 궂은일을 군소리 없이 해내는 우직한 기관이다. 사람이 영양분을 섭취하면 당이 제일 먼저 간으로 이동해 저장을 하고, 각 기관으로 보낸다. 몸속에 세균이 침투하면 그걸 막아내는 면역 기능은 물론 해독작용도 하는 아주 중요한 장기다. 그럼에도 80% 이상이 훼손됐을 때 심각성을 느낄 만큼 자각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도 불린다.
“간에는 통증을 느끼는 세포가 없어서 혹이 생겨도, 반으로 쪼개도 아픔을 느끼지 못해요.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정기검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죠. 하여 간질환이 걸릴 것 같은 위험군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어 B형 간염, C형 간염 보유자나 간질환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6개월에 한 번씩 꼭 초음파나 피검사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전대원 교수는 20여 년 간 간질환 연구 및 진료를 맡으면서 안타까운 현실들을 자주 목도했다. 그중 30대 초반의 한 여성 환자는 그의 삶에 큰 울림을 남겼다. 건강한 식습관을 지켜왔음에도 B형 간염이 악화돼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이 환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의과대에 사체기증 의사를 전했다. “현실을 부정하고 원망하는 게 보통의 모습인데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그 환자 분을 보면서 도리어 많은 것을 깨우치고 배웠습니다. 의사로서 더 열심히 환자들을 봐야겠다는 생각, 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의학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죠.” 아침 5시면 일어나 1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는 전대원 교수의 변함없이 반복적인 일상은 자신의 건강과 환자의 건강을 돌보고자 하는 작은 노력인 셈이다.

치료를 위한 총체적 접근 방법 연구

2014_05+06_안녕하세요선생님_03실험과 연구를 즐기는 전대원 교수는 대한간학회에서 수여하는 우수논문상을 거의 매년 받아 왔다. 특히 2013년에는 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교육의 효과를 측정해보는 연구’를 진행해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생긴 질병에 대처하고 환자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식이교육이 먼저라는 생각에서였다. 환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5일간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양을 꼼꼼히 기록한 일지를 환자가 우편으로 보내오면 그것을 연구진이 분석해 다시 환자에게 보내고 상담하는 방식이었다. “환자들이 싫어하고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고마워 했어요.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 몸무게가 평균 4kg 감량하는 효과도 봤고요. 그러한 결과를 보면서 우리 의사들이 너무 무심했구나, 약물이나 수술적인 방법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습니다.” 전 교수는 “이제껏 누구도 내게 이런 교육을 해준 적이 없었다”는 환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향후 심도 있게 연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를 정했다. 섭취 칼로리의 증가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해 잉여 칼로리가 지방 형태로 간에 축적되는 ‘지방간’에 관심이 많은 전 교수는 총체적 접근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한다.

“지방간은 비만과 관련 있어요. 환자가 무엇을 잘못 먹고 있는지, 잘못된 생활습관은 없는지, 이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등을 보는 거죠. 지방간 환자가 오면 내과의도 보지만, 영양사를 비롯해 운동처방사, 정신과 전문의가 함께 입체적으로 환자를 파악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팀이나, 센터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지방간과 관련해서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환자 치료방법 및 접근방법을 연구하고 싶다는 전대원 교수. 그의 꿈이 지방간 환자들을 치료하는 새로운 시도, 새로운 초석이 되기를 함께 희망해본다. ‘간에 푹 빠져있는 의사’라 표현해도 과히 넘치지 않는 전 교수의 다양한 연구와 그 결과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