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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많은 남자 - 김태곤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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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천문회의 회원이었던 그는 한 달에 한 번 밤을 꼬박 지새우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드디어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기실 별보다 더 반짝인 건 ‘소년 김태곤’의 눈이었는지 모른다. 김태곤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새 꿈, 새 삶 선물해드릴게요!유년시절, 나이답지 않은 진득함과 집중력 덕분에 ‘강태공’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땐 그저 낚시꾼인 줄 알았지만 좀 더 성장한 다음에 사전을 찾아보니, 혼란스러운 세상에 곧고 지혜로운 처세로 미래를 준비한 인물이 바로 강태공이었다. 의사가 된 소년은 재활의학 분야에서 강태공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현대 의술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뇌병변, 척추손상 환자의 경우 의료적 치료는 외상이나 질병에 대한 병소를 치유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아요. 환자가 장애를 입었을 때 남아있는 기능으로 일상생활은 물론이며 직장생활까지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치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요. 저를 믿고 찾아온 환자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도와드리다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재활의 기본은 희망, “포기하지 마세요!”천체물리학 빅뱅이론에 심취한 소년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근본적인 관심은 ‘생명’이었던 듯하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명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관해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별자리 설명을 위해 만들어진 천체투영기의 인공 불빛만 봐도 가슴이 떨렸는데, 진짜 하늘 속 별빛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어요. 천문회 회원이 되고 나서 한 달에 한 번 천체 관측을 할 때마다 꼭 우주로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었죠.” 늦은 밤 연구하다 갑갑할 때면 병원 옥상에 올라가 별을 관측하는 게 유일한 취미생활이다.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그의 별보기는 더욱 빛이 난다.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에게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여주고 싶어 김태곤 교수는 종종 ‘별 보기’ 놀이를 권하고 있다. 병마에 주눅 들었던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약해진 어른들이 환한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나니, 바쁜 일정 틈틈이 짬을 내어 취미활동을 공유하게 됐단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하늘과 별을 볼 때마다 우주 속 귀한 인연임을 실감한다. 진심을 알아주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청신호다. 환자와 상담하고 치료하고 연구하고 강연하는 매 순간 밤하늘이 알려준 인생의 순리를 되새기며 김태곤 교수는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병원 안팎에서 빛나는 ‘인생 여행안내서’를 들고, 이 천진난만한 남자는 환자와 진득한 반성장에 나선 참이다. “재활의 기본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일반재활, 호흡재활, 난치병 재활 등 모든 질환이나 부상에서 재활은 단번에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5년 전 스물다섯 창창한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척추손상 환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택배 일을 하며 열심히 살던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처음 만났을 땐 세상 모든 일에 대해 화가 많이 나 있던 상태였어요. 우울증도 심했고요.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용기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을 주는 일부터 시작했지요. 손 일부의 힘이 남아있으니 휠체어를 타는 일부터 해보자고 설득한 끝에, 온종일 누워만 지내던 친구가 지금은 장애인스포츠까지 도전하고 있어요. 결혼할 여자친구도 생겼다더군요. 본인 말로는 사고 전보다 훨씬 더 밝은 사람이 된 것 같대요. 죽음만 생각하던 청년이 더 나은 삶을 꿈꾸게 됐으니, 의사에게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겁니다.” 먼 훗날 자신의 환자들에게 ‘살 맛 나게 만들어준 의사’였다고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김태곤 교수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면, 전공의들에게 전문지식과 더불어 알토란 같은 지혜를 나눠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는 말로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될 재활의학과의 내일을 예고했다. “사실 별들은 자신만의 빛을 지구로 보내고 있는데 이 우주의 색이 지구인에게는 저마다 다른 색으로 보이는 거래요. 까만 하늘의 하얀 별은 그러니까 우주의 오묘한 빛깔을 잘 모르는 지구인들의 눈에 보이는 양상일 뿐이고요. 지구에 없는 빛이라서 말예요. 의사로서 저는 환자 개개인이 지닌 고통과 의지와 꿈을 읽어낼 줄 아는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쉽진 않겠지만 부단히 정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환자도, 저도, 우리 병원도 찬란하게 제 빛을 발할 날이 오겠죠.” 오늘도 늦은 밤 병원을 나서는 김태곤 교수의 어깨에는 그가 도저히 내려놓지 못하는 재활의학 관련서적이 한아름 얹혀 있을 것이다. 무겁다는 불평은 잊은 지 오래다. 그 안에는 책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삶의 의미와 그가 꿈꾸는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김태곤 교수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것은 그를 반짝이는 별로 변신시켜줄 그만의 광활한 우주인지도 모르겠다.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에게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여주고 싶어 김태곤 교수는 종종 ‘별 보기’ 놀이를 권하고 있다. 병마에 주눅 들었던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약해진 어른들이 환한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나니, 바쁜 일정 틈틈이 짬을 내어 취미활동을 공유하게 됐다. 환자와 상담하고 치료하고 연구하고 강연하는 매 순간, 밤하늘이 알려준 인생의 순리를 되새기며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글. 윤진아 / 사진.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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