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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의 등불로 살다 -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작성일
2014-03-05
‘요셉의원’은 행려인과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되고 병든 이들을 돌보는 자선의료기관이다. 굶주린 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추위에 지친이 들에게는 입을 옷과 잠자리도 제공하고 있는 이곳은 의료봉사자와 후원자들의 재능기부와 나눔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15년째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한양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의 사랑도 더해졌다.

15년간 의료봉사,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사는 것

2014_03-04_소식지_김영수_1오전 10시. 김영수 교수를 만난 건 한양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진료실에서다. 오후에 있을 외래진료를 앞두고 그는 벌써부터 반듯하게 앉아 환자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다소 뚝뚝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인사를 나눈 그는 오래지 않아 따뜻하고 푸근한 면면을 하나씩 꺼내 보였다. 단호하지만 정감 있는 음성, 엄격하지만 유쾌하고 상냥한 태도의 의사선생님. 김영수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15년을, 한결같이 의료봉사에 쏟았음에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의사의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실 의료봉사 자체는 의과대학 재학시절부터 다녔어요. 그땐 무의촌이 많았으니까 그런 곳에 주로 갔었죠. 밤새도록 수술하고 낮엔 환자를 진료했던 레지던트 시절만 빼면, 의사가 되고자 맘먹은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학창시절부터 이어온 그의 의료봉사활동은 1999년 요셉의원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나가면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요셉의원 설립자인 故 선우경식 선대 원장의 고등학교 후배였던 그가 동료의사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 지금도 신새벽에 수술을 마치고 빡빡한 진료 일정까지 소화하려면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봉사활동만큼은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하게 의료봉사를 해왔냐고 묻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말하기 좀 오글거리지만 그냥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사는 거예요. 평생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 해야하는 것이 의사니까요.”

“한양대학교병원도 요셉의원도 ‘우리병원’이에요”

2014_03-04_소식지_김영수_3요셉의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노숙인들이다. 늘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행려자들은 영양실조와 당뇨 등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환부터 척추 질환, 말초신경염, 뇌졸중 등 수술이 필요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까지 다양하다. 오랜 시간 봉사활동에 임한 만큼 기억에 남는 환자 도 많다. 김 교수는 요셉의원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한양대학교병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수술 받을 수 있도록 후원자들을 모으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요셉의원에 젊은 노숙인이 왔는데, 디스크가 터진 상태였습니다. 한양대학교병원의 후원으로 수술을 할 수 있었지요. 그 환자가 회복한 뒤에 2년 동안 요셉의원에서 봉사자로 일하다가 직업 교육을 받고 사회로 복귀했어요. 그런 환자를 보는 것이 봉사자로서도 의사로서도 가장 큰 보람이죠.”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나 요셉의원에 찾아오는 노숙인들이나 김 교수에게는 모두 똑같은 환자들이다. 환자를 대할 때 그는 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까지 살뜰하게 보듬으려 노력한다.

“제 전문분야가 신경성 통증인데, 통증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어요. 그래서 전 환자들 마음속에 내제된 불안이나 근심과 같은 병의 뒷면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분들이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한마디는 무엇일까, 어떤 걱정거리를 안고 계실까 하는 것들 말이죠. 의사는 의술로 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할 줄도 알아야 해요.”

2014_03-04_소식지_김영수_2김영수 교수에게 요셉의원은 한양대학교병원과 마찬가지로 ‘우리병원’이다. 그는 함께 요셉의원에서 봉사하고 있는 이들을 ‘식구들’이라고 지칭했다.

“요셉의원 식구들 중에는 저 같은 의사와 간호사뿐만 아니라 빨래봉사만 20년 동안 하고있는 분, 청소 봉사만 10년 넘게 해오신 분도 있어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정년 후에 그분들처럼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를 이어가고 싶어요.”

노숙인들의 쉼터와 무료배식소, 빼곡히 들어찬 쪽방촌에 둘러싸인 요셉의원은 27년째 김영수 교수와 같이 노숙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나눠주고, 그들의 사회 복귀를 묵묵히 지원하고 있는 이들의 손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글. 백아름 사진. 김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