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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 낡은 심장의 문, 대동맥판막협착증

작성일
2026-10-19

우리 몸의 엔진, 심장을 말하다

'세계 심장의 날' 9.29.

- ② 대동맥판막협착증

글.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국형돈 교수


고령화 시대, 커지는 심장질환의 경고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심장에는 경계가 분명한 네 개의 방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방과 방, 방과 혈관 사이에는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있다. 판막은 심장이 온몸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담은 피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마치 문과 같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판막에 문제가 생겨 원활하게 열리고 닫히지 못하는 상태를 심장 판막 질환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으로는 판막이 잘 열리지 않아 혈액이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협착증’과 반대로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새는 ‘역류증’이 있다.

국내의 고령 인구에서는 심장 판막 질환 중에서도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은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국내 환자 수는 2010년 4,600여 명에서 2021년 19,000여 명으로 10년 간 4배 이상 급증했다. 그중 70대 이상의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0%를 웃돌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국내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판막은 사용할수록 노화된다. 나이 든 판막에 칼슘이 쌓여 판막이 딱딱해지면 순환의 과정에서 혈액이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져 우리 몸의 여러 장기 기관에 적정량의 혈액이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연쇄적으로 여러 증상을 낳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기존에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발병 원인으로 류마티스 열을 크게 꼽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류마티스성 판막 질환 유병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비류마티스성 판막 질환 유병률은 크게 증가하며 퇴행성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늦게 나타나는 증상, 더 위험한 이유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질환 특성상 초기 단계에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으며 심지어는 중증에 이르러서도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50%, 5년 내 사망률이 무려 80%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난소암, 유방암, 폐암 등 주요 전이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진단율은 12%로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발병하면 대동맥판막의 열리는 부분이 점점 좁아져 우리 몸이 필요한 만큼의 산소와 혈액을 내보내기가 버거워진다.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심장이 정상 상태일 때보다 과하게 기능해 피로도가 높아지거나 숨이 가쁘고 어지러운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청진과 심초음파로 확인하는 조기 진단

다행히 검사 방법이 복잡하지 않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청진 시 특유의 심잡음이 있기 때문에 주변 일반 내과나 심장내과, 순환기내과에서 간단한 청진으로도 1차 소견을 낼 수 있다. 이후 심장 초음파를 통해 확정 진단한다. 심장 초음파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2021년 9월부터 심장 질환이 의심되어 진단이 필요하거나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는 요양 급여가 적용돼 다소 경감된 비용으로 심초음파를 받아볼 수 있다.


개흉수술에서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까지, 치료의 변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아직 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수술 혹은 시술 등의 물리적인 개입을 통해 협착된 판막을 갈아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어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고령의 환자가 많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특성 상 동반 질환 및 컨디션 문제로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수술 고위험군과 불가능군을 치료할 수 있도록 2000년 대 초반 새롭게 고안된 치료법이 바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TAVI는 개흉 없이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기존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0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초기 안정기를 거쳐 최근에는 50여개의 TAVI 센터에서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TAVI는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시간이 짧아 입원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자연스럽게 환자의 일상 복귀 시점 또한 크게 앞당기게 되었다. 실제로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급부상한 TAVI의 안전성은 다양한 연구와 임상 자료를 통해 증명되었다. 수술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 등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최소침습적 치료법인 TAVI가 개흉술인 SAVR보다 대등하거나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수술 저위험군 환자에도 TAVI 시술이 가능하도록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치료만큼 중요한 심혈관 건강관리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고령 인구에서 발병률이 높은 만큼 동반 질환의 발생률이 높다.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이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며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인 고지혈증 역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흔히 동반된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심장과 폐를 만들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