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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게 맞는 하나의 답, 맞춤치료가 여는 새로운 가능성

작성일
2026-09-17

가능성을 증명해온 연구의 궤적 23

미래의학 프론티어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치료법이 많지 않았던 시절부터 폐암의 변화를 지켜온 안명주 교수는 늘 환자에게서 다음 연구의 질문을 찾았다.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치료부터 면역항암제, 신약 임상시험과 AI를 활용한 정밀의료까지 연구의 영역은 끊임없이 넓어졌지만 향하는 곳은 한결같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언제 적용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연구에서 찾은 답이 다시 환자의 치료로 돌아가는 길, 그 선순환 속에서 그는 폐암 치료의 다음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Q. 교수님께서는 30여 년간 폐암 치료와 신약 개발 연구를 이어오셨습니다. 폐암 연구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혈액종양내과에서 진료와 연구를 시작한 지는 30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폐암에 집중한 것은 약 20년 전부터입니다. 당시만 해도 폐암은 흡연과 관련된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해 다른 암에 비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생존기간이 1년을 넘기기 어려웠고,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도 10여 종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큰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폐암은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했고, 이후 폐암 치료와 신약 개발 연구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Q. 교수님께서 폐암 연구를 이어오신 지난 20년 동안, 치료의 흐름을 가장 크게 바꾼 전환점은 무엇이었나요?

20년 전 비소세포폐암, 그중에서도 선암에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이 폐암 치료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해당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치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나의 유전자 변이를 기준으로 환자를 구분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료의 가능성을 폐암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특히 EGFR변이는 동양인, 비흡연자 여성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됐기 때문에 국내 환자에게도 중요한 연구 분야였습니다. 저 역시 초기부터 EGFR 표적치료제 임상연구에 참여했고, 이후 1·2·3세대를 거쳐 최근 4세대 치료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함께해 왔습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입니다. 처음에는 폐암에서도 면역관문억제제가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지만 비소세포폐암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저도 키트루다를 비롯한 면역항암제의 초기 임상연구부터 참여했고, 이후 치료 대상이 4기 환자에서 수술 전후 환자까지 확대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지난 20년간 폐암 치료를 가장 크게 바꾼 두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께서 참여하신 연구 가운데 실제 폐암 치료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연구는 무엇인가요?

EGFR 변이 폐암의 표적치료제 연구입니다. 초기의 이레사와 타세바부터 3세대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까지 다양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기존 항암치료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렉라자의 임상시험부터 허가에 이르는 과정에도 참여했습니다. 연구 단계에 있던 신약이 실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자리 잡는 과정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가운데서는 EGFR 희귀 변이 폐암에서 오시머티닙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EGFR 희귀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지 않았는데, 연구를 통해 오시머티닙이라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연구 결과가 국제 진료지침인 NCCN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면서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면역항암제 연구 역시 폐암 치료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연구입니다. 처음에는 진행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연구가 축적되면서 4기뿐 아니라 3기와 2기, 나아가 수술 전 선행요법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결국 지난 연구들은 새로운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폐암의 치료 방법과 순서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소세포폐암 면역항암제 연구와 EGFR 변이 폐암 치료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들 연구가 기존 치료와 비교해 어떤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였으며 환자들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12~15%를 차지하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입니다. 특히 기존 항암치료와 면역항암제에 실패한 뒤에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새로운 이중항체 기반 면역치료제입니다. T세포를 활성화해 소세포폐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와 비교해 치료 반응과 생존기간에서 큰 개선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뚜렷한 치료 발전이 많지 않았던 소세포폐암의 2·3차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EGFR 변이 폐암 역시 표적치료제의 발전과 함께 치료 성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1세대에서 2·3세대로 치료제가 발전해 왔고,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새로운 유전자 변이나 조직학적 변화가 나타나면 이를 다시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등, 치료의 한계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 진행하고 계신 바이오마커 연구에서는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폐암 치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폐암 치료에서는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 발현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가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폐암 환자에게서는 조직검사 결과뿐 아니라 CT와 같은 영상자료, 병리정보, 임상정보 등 매우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됩니다.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존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특징이나 패턴을 찾아낼 수 있고, 이를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계신 연구는 무엇인가요?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 과제와 그 이유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폐암 신약 임상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표준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려면 1·2·3상 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양대학교병원에서도 새로운 신약을 이용한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성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에 좋은 반응을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유전자 변이나 조직학적 변화가 나타나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조직이나 혈액을 다시 분석해 내성의 원인을 찾고, 변화된 암의 특성에 맞는 다음 치료를 선택하는 연구가 중요합니다. 미세잔존질환(MRD)을 조기에 찾아 재발 가능성을 살피는 연구도 이러한 정밀의료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와 함께 AI를 활용해 항암치료 환자의 부작용과 상태 변화를 살피는 디지털 헬스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은 뒤 다음 외래 진료까지 약 3주의 공백이 생기는데 이 기간에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바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가 휴대전화에 자신의 증상을 음성으로 기록하면 AI가 자연어를 분석해 표준화된 부작용 단계로 변환하고, 중증도가 높은 경우 의료진에게 알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증상을 일일이 기록하기 어려운 고령 환자나 혼자 생활하는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AI를 통해 진료와 진료 사이의 공백을 줄이고 환자와 의료진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입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논문 발표나 신약 개발보다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연구 성과가 실제 환자의 삶을 바꾸었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국제학회에서 소개하는 일도 연구자에게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역시 새로운 치료법이나 신약을 통해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는 모습을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확인할 때입니다. 연구실과 임상시험에서 시작된 결과가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고 치료 결과를 바꾸는 것을 직접 볼 때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Q.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구진과도 활발히 협력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특히 도전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폐암 연구는 한 기관이나 한 국가만의 연구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현재도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폐암 연구그룹과 협력해 새로운 치료기술과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동연구 결과를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 연구진과 함께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검증하고, 이를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하는 연구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표적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뿐 아니라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치료 등 치료 방법이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어떤 환자에게 적용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밝히는 연구 역시 국제 공동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향후 10년 뒤 폐암 치료가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기를 기대하시는지, 그리고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의학의 모습도 함께 들려주세요.

한양대학교병원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실제 진료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폐암은 이제 한 진료과의 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입니다. 혈액종양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분야가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유전체 분석과 영상·병리 데이터, AI 기술을 함께 활용해야 보다 정교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신약 임상시험과 중개연구를 활성화해 아직 표준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대학병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진단부터 치료, 재발 예측과 장기 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진료 현장에서 생긴 질문이 연구로 이어져 다시 환자의 치료에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의학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