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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증 극복과 가임력 보존의 길

작성일
2026-06-15

여성 건강, 끊임없는 변화와 관심 - '국제 여성건강 행동의 날'- ① 자궁내막증

글. 한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금지현 교수

가임기 여성에게 비교적 흔한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며 통증과 난임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특히 난임 여성에서는 절반 가까이에서 발견될 만큼 임신과 깊은 관련을 보인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임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지만, 질환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기에 대응한다면 충분히 건강한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뛰어난 의료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자궁내막증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여전히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외부에 자궁내막 유사 조직이 증식해 만성적인 골반통과 난임을 유발하는 부인과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전체 유병률은 약 10%에 달하지만, 난임을 겪는 여성에서는 최대 50%까지 발견율이 증가한다. 치료받지 않은 젊은 자궁내막증 여성의 자연 임신율은 2~10%로 추정되며, 정상 가임기 부부의 자연 임신율 20%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질환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기 진단과 개인별 맞춤 난임 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건강한 임신에 다가갈 수 있다. 지금부터 난임을 겪는 자궁내막증 여성의 가임력 보존과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 건강 정보와 최신 치료 방법을 살펴보자.

자궁내막증은 왜 임신을 방해하는가?

 

자궁내막증과 난임의 깊은 연관성은 단순히 하나의 원인이 아닌 해부학적 구조의 왜곡, 만성적인 복강 내 염증, 그리고 자궁내막 수용성의 저하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중등도 혹은 중증의 진행성 자궁내막증은 골반 내 심각한 유착을 유발한다. 이는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가 나팔관으로 방출되고 포획되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억제하고 방해하여 치명적인 난임의 원인이 된다. 둘째, 이소성 자궁내막 조직은 프로스타글란딘,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을 과다하게 생성하여 만성적인 염증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염증 환경 자체는 난자와 정자를 손상시키고, 나팔관의 운동성을 떨어뜨리며, 배아에 독성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수정과 착상을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프로게스테론 저항성과 아로마타제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로 인해 자궁내막 자체의 유전자 발현(HOXA10 등)에 이상이 생겨 배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한 최적의 수용성 환경을 형성하지 못하게 만든다.

회복을 위한 첫걸음: 정교한 수술적 치료

구조적 왜곡을 바로잡고 염증을 걷어내기 위해 수술적 치료는 가임력 향상을 위한 매우 적극적이고 중요한 선택지가 된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자궁과 난소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병변만을 정교하게 제거하는 보존적 복강경 수술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증 질환의 극복: 경증 및 최소 자궁내막증(1~2기) 환자의 경우, 복강경 수술을 통해 병변을 절제하거나 소작하기만 해도 염증이 크게 감소하여 자연 임신 가능성이 치료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약 2배가량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한 명의 추가 임신을 달성하기 위해 약 9명의 불임 여성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그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었다.

자궁내막종(초콜릿 낭종)의 절제: 난소에 생기는 자궁내막종을 완전히 절제한 여성의 경우, 외과적 치료 후 1~3년 동안의 누적 임신율이 약 50%에 달하며 과배란 유도 시 난소의 반응도 크게 향상된다.

• 수술 시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AMH 보존): 난소에 생긴 낭종의 벽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조직 절제나 문맥 혈관 손상으로 인한 난소 기능(AMH 수치)의 저하다. 양측 난소 자궁내막종 절제 후 난소 기능 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약 2.5% 존재하므로, 가임력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의 극도로 세심하고 신중한 수술 기법이 필수적이다. 또한 4cm 이상의 무증상 자궁내막종은 난소암 발생 위험을 고려해 수술적 제거를 적극 권장할 수 있다.

수술 후 호르몬 관리와 임신 계획의 딜레마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 5년 내 재발 확률이 40~45%에 이를 정도로 재발이 대단히 잦은 만성 질환이다. 따라서 병의 진행과 재발을 막고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술 후 3차 예방 목적으로 디에노게스트와 같은 호르몬 요법이 일상적으로 권장된다. 수술 후 장기간 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면 월경통과 자궁내막종의 재발률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딜레마가 존재한다.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 약물들은 근본적으로 배란을 억제하기 때문에 수술 직후 지체 없이 임신을 시도하려는 여성에게는 처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당장 임신 계획이 없고 출산을 미루고자 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호르몬 억제 요법을 유지하여 훗날을 위한 가임력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최적의 기법: 보조생식술(IVF)

증상이 심각한 진행성 자궁내막증이 있거나 다른 방법으로 임신에 실패한 난임 여성에게 가장 성공률이 높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단연 체외수정(IVF)이다. 미국 보조생식기술학회(SART)의 대규모 데이터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의 체외수정 평균 생아 출산율은 약 43.9%로, 난관 요인이나 원인 불명의 불임 진단을 받은 여성들과 유사한 훌륭한 성공률을 보였다.

나팔관이 막히지 않은 경증 환자의 경우 클로미펜이나 레트로졸, 고나도트로핀을 이용한 난소 자극과 자궁내 수정(IUI)을 병행해 임신율을 높일 수 있으나 약물이 병변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어 4주기 이내로 시행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외수정(IVF) 시술 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시술 전 사전 호르몬 억제 치료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이다. 체외수정 시술 전 3~6개월 동안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작용제나 경구 피임약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여 자궁내막증을 충분히 억제한 뒤 배아 이식을 진행하면 임상적 임신율과 출산율이 극적으로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 심부 침윤성 자궁내막증을 가진 불임 여성은 체외수정 진행 전 외과적 수술을 먼저 받는 것이 최종 임신 성공률을 한층 더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난임은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다. 개인의 증상에 맞춘 약물 치료, 가임력을 보존하는 정교한 복강경 수술, 그리고 체외수정(IVF)과 같은 첨단 보조생식술을 생애 주기와 향후 임신 계획에 맞추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건강한 출산이라는 아름다운 결실을 충분히 맺을 수 있다. 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전문 의료진과의 심도 있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지혜로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