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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여는 협력, 융합연구의 새로운 지평

작성일
2026-01-23

 

새로운 길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

미래의학 프론티어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임영효 교수

세상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연구들 중에 의미가 없는 연구는 없겠지만, 보다 효능성이 높은 연구는 있다. 임영효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치료 수준을 높이거나 합병증을 줄이거나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능성 높은’ 연구에 집중한다. 환자 진료와 의대 강의, 심혈관 중재시술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공과대학 교수들과 틈틈이 만나 열심히 소통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임상 현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들을 공학자의 기술 언어로 바꾸는 ‘하이브리드 연구’를 통해 효능성 높은 솔루션을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Q. 교수님께서는 심장내과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일구어오셨습니다. 초기에 진행하셨던 연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전임의 시절에 처음으로 동물 실험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뇨병성 심근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편인데,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하게 된 것이었죠. 당뇨병 모델인 OLETF(Otsuka Long-evans Tokushima Fatty) 쥐와 정상 대조군인 LETO(Long-evans Tokushima Otsuka) 쥐를 이용해 과립구 집락 자극 인자(Granulocyte-colony Stimulating Factor, G-CSF)가 당뇨병성 심근병증의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G-CSF가 당뇨병성 심근병증을 가진 OLETF 쥐에서, 특히 심근 섬유화를 중심으로 이완기 기능장애와 형태학적 손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지요. 2011년 발표한 이 연구의 논문 ‘당뇨병성 심근병증에서 과립구 집락 자극 인자의 치료효과 기전 규명(Action mechanism of therapeutic effects of granulocyte-colony stimulating factor (G-CSF) on diabetic cardiomyopathy)’은 SCI급 학술지에 실렸고, 저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공과대학과 협력하신 첫 번째 융합연구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계기로 함께 하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에 계셨던 조성호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퇴임하셨는데 레이더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분이세요. ‘사람을 대상으로 레이더를 쏘아보니 이상한 신호가 감지됐다’면서 제게 문의를 하셨어요. 그분은 그 신호가 심전도일 것이라고 기대하셨지만, 확인해보니 심장박동과 호흡으로 인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심전도가 아님을 알고 실망하신 그분께 저는 ‘굉장히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게다가 레이더는 인체에 무해한 만큼 의미가 컸습니다.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연구 과제에 저와 조성호 전 교수님, 이비인후과 조석현 교수님, 소아청소년과 박현경 교수님 등이 참여했습니다. 한 연구재단으로부터 5년간 30억 원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대규모 과제였고, 한양대학교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이 함께 따낸 최초의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임펄스 라디오 초광대역(IR-UWB) 레이더 기술을 이용한 비접촉 심박수 모니터(A novel non-contact heart rate monitor using impulseradioultra-wideband (IR-UWB) radar technology)’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출간한 것이 2018년이었습니다. 임펄스 라디오 초광대역(Impulse-radio Ultra-wideband, IR-UWB) 레이더가 비접촉 방식으로 심박수와 심장 리듬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음을 밝혀냈지요. 당시 유럽심장학회(ESC Congress 2018)에서 이 내용을 발표해 베스트 포스터 발표상을 수상했습니다. 공대 교수가 심장학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Q. 그 논문 이후에 관련 논문이 여러 편 출간된 것으로 아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논문을 공개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고 ‘비접촉’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죠. 병원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비접촉 모니터링이 가능한 레이더의 장점이 부각됐습니다. 레이더를 이용하면 환자들 몸에 직접 뭔가를 붙이지 않아도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수면 중 모니터링이나, 신생아 모니터링, 낙상 위험이 큰 어르신 모니터링 등에도 효과적입니다. 낙상 같은 경우 CCTV로도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큽니다. 과제에 참가했던 저와 교수님들은 이 같은 내용으로 후속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습니다.

Q. 최근에는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정예환 교수 연구팀과도 협력해 성과를 내셨습니다. 어떤 연구인지 알려주세요.

대동맥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하는데, 시술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합병증으로 엔도리크(Endoleak)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엔도리크란 스텐트 그라프트 주변으로 혈액이 새어 대동맥류 주머니에 혈류가 재유입되는 심각한 상태를 말합니다. 엔도리크의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CT나 초음파를 촬영해야 하는데, 조영제의 독성을 줄이면서 간단하고 편리하게 엔도리크 여부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정예환 교수님의 전문 분야가 근거리 통신이고 의료기기 연구 개발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문제를 말씀드린 것이 융합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예환 교수님 연구팀과 논의를 거쳐,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 후 발생하는 혈액 누출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초박막 무선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그라프트 바깥의 혈액 흐름(엔도리크)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기존의 스텐트 그라프트에 부착해 혈액 유입 여부를 신체 외부에서 전기 신호로 감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초박막 소재로 만들어진 센서는 스텐트가 접히거나 펴지더라도 손상되지 않으며, 복부 위에 외부리더기를 가볍게 대는 것으로 센서 신호를 확인할 수 있어서 환자가 병원 방문 없이 쉽게 점검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대동맥류 시술 치료 후 관리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엔도리크를 조기에 진단해 파열 위험을 낮추는 것은 물론, 필요시에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추가 치료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혈관 내 동맥류 복원술 후 혈액 누출의 지속적 모니터링을 위한 무선 이식형 센서(A wireless, implantable sensor for continuous monitoring of blood leakage after endovascular aneurysm repair)’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한 이 연구는 학술지 『Science Advance』에 실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Q. 의료 연구 분야에서 융합연구가 왜 중요하며, 한양대학교병원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부터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연구를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일상에서 환자를 살피다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 연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를 생각하다보면 막막해지곤 하는데, 공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만나면 방법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공학 연구가 입장에서는 의료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의료 분야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연구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공대 교수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가지고 있어서 놀라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들 중에는 의료 현장에서 그다지 필요치 않은 것들이 꽤 많습니다. 의료기기의 최종 사용자는 저 같은 의료진이기에 무엇이 어떻게 필요한가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에서 융합연구를 할 때는 연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래야 좋은 성과가 나옵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좋은 연구이지만 쓸모는 없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한양대학교는 병원, 의대, 공대가 가까이 위치해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기 쉽습니다. 의학과 공학의 융합연구에 있어 최적의 환경을 갖춘 몇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한양대학교병원에 여러 융합연구팀이 설립돼 융합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송시몬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MRI 관련 연구를 함께 할 파트너를 찾으시길래 ‘우리 병원 영상의학과에 좋은 교수님들이 계시니 같이 식사하시면서 아이디어를 들려주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이처럼 처음부터 함께 시작하면 우리 의료 현장에 꼭 필요한, 실효성 높은 융합 연구가 이루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Q. 바쁘신 중에도 꾸준히 연구에 열정을 쏟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상 연구는 환자를 모으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분석과 검증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칩니다. 어렵사리 결과를 도출했더라도 그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의학 교과서에 실리려면 일관된 연구 결과들이 모여야 하지요. 오늘 시작한 연구의 답이 10년 뒤 세상에 나올 수도 있고 못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선배들도 모두 같은 여정을 거치며 연구했고, 그 결과들이 모여 교과서가 되었으며, 덕분에 저 같은 의사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답이 나오지 않아도 쌓이고 모여서 의학을 발전시킨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그냥 즐겁게’ 연구하려고 합니다.

 

Q. 연구에 있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나요?

논문을 잘 쓰고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세상을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병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논문은 한 사람이 평생에 한 편 쓰기도 힘들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기관을 모으고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대규모 연구 과제에 동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연구 책임자가 되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저 혼자서 연구를 짊어지고 가려는 생각이 제겐 없기 때문입니다. 내 업적임을 주장하는 순간, 계속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저와 공동으로 연구하려는 사람도 줄어들 테지요. 특히 욕심이 많으면 융합연구가 원활하게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환자 진료와 강의에 집중하면서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의료’에 다가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임영효 교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정신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어떠하든 그저 지금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 뿐. 힘들다거나 지친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생각들은 그냥 스쳐지나가게 놔두면 그만이다. 그러다보면 오늘 시작한 연구가 미래의 어느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실현해줄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