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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공학을 잇는 다리, 후각의 미래를 여는 연구

작성일
2026-01-05

새로운 길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 ⑱

미래의학 프론티어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장용우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의 역할과 더불어 한양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의료융합학과 교수진으로 한양대학교병원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장용우 교수. 그의 연구는 ‘새로운 길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 그 자체다.

 

후각 장애의 진단과 치료, 냄새를 디지털화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전자코 등 의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그의 여정은 실제 환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향한다. 실험실에서 시작되는 연구는 한양대학교병원을 통해 환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실천’을 마음에 품고, 의학과 공학을 연결하는 중재자이자 든든한 다리가 될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Q. 교수님께서는 의과대학 약리학교실과 함께 대학원 디지털의료융합학과에서도 활약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의학과 공학을 아우르며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나요?

처음 대학에서는 생명과학을 전공한 뒤, 신약 개발에 관심이 생겨서 약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에서 의과대학 포스닥(박사 후 연구원)을 했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생체공학과 조교수가 되면서 큰 전환을 맞았습니다. 조교수 4년을 마친 뒤에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부교수로 오게 되었고, 약리학교실 소속으로 약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원 디지털의료융합학과에서는 공학적인 지식을 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하며 의대와 공대 교수진이 함께 협업하고 있어요. 학과장을 맡아서 의과대학과 공과대학 교수진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공동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Q. 의학과 공학은 거리가 먼 학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의학과 공학은 연구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의학은 증상을 관찰한 뒤에 그 증상을 분석하고 어떤 치료를 할지, 어떻게 대응할지 목표를 설정하는데요. 공학은 먼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목표를 세운 뒤 설계를 하고, 순서에 따라 연구를 진행합니다. 설계가 잘 이뤄졌다면 예상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 거죠.

바이오를 전공했지만 공과대학의 교수가 되다 보니까 우여곡절도, 힘든 일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는 바이오 전문가이지만 공학은 새롭게 접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학생들과 서로 지식을 나누고 의지하며 좋은 연구 결과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소통하며 의견을 나누고 격의 없이 협력하던 자세가 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적응해 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현재 집중하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수가 된 뒤 처음으로 진행한 과제가 냄새로 마약을 탐지하는 내용이었어요. 마약 탐지와 관련된 내용은 뒤에서 조금 더 말씀드릴 텐데, 그렇게 후각에 관심이 생겼고, 의과대학으로 옮겨오면서 관심을 이어왔습니다. 후각과 관련한 기술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관련 분야를 연구해 보고 싶은 마음에 본격적으로 후각과 냄새를 주제로, ‘전자코’ 등 미래 분야를 연구 중입니다.

후각 관련 기술에 또 다른 중요한 것은 후각 기능 진단을 위한 디지털화 작업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후각 진단 키트는 사실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펜으로 냄새를 전달하고 피험자의 응답으로 후각을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응답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후각 신경의 전기 활성도를 측정하고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원리로 후각을 디지털화하는 측정기를 개발했습니다. 최근 ‘2025 Asian ChemoSensory Meeting’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후각 기능 저하를 진단하더라도 이후 치료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 제제나 비간접적으로 염증을 완화시키는 치료제가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와 해결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치료 또한 전기 자극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구상해 후각 자극기를 개발 중입니다. 지난해에 임상을 진행해 조석현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님과 함께 국제학술지 『APLBioengineering』에 논문 ‘인체 후각 신경에 대한 비접촉형 고주파 자극 연구(Noncontact radiofrequency stimulation to the olfactory nerve of human subjects)’를 발표했습니다.

 

Q. 연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후각 자극기 관련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뒤 언론에도 보도되자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후각 장애 환자분들의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평소 후각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환자분들의 연락을 통해 절실함을 실감하며 제가 가고 있는 방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라는 걸 확인했어요. 연구자로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Q. 한양대학교병원 교수님들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업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공대와 의대, 병원이 모두 가깝게 위치한 덕분에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만족도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했던 연구는 임태호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님과 함께한 것이었습니다. 임태호 교수님께서는 공기를 방전시키는 플라즈마 기술을 기반으로 소독기를 개발하시기도 했는데요. 플라즈마 기술과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연계해, 공기 중 산소의 오존을 이용해서 냄새를 없애는 전자 데오드란트 장비를 개발 중입니다. 지난해에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냉각 대기 플라즈마 기반 전자식 데오드란트의 항균 및 탈취 효과(Antibacterial and deodorizing effects of cold atmospheric plasma‑applied electronic deodorant)’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나재윤 소아청소년과 교수님과도 협업 중입니다. 아기들 기저귀에는 오줌을 싸면 알 수 있도록 표시되는 파란색 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요로 감염도 시각적으로 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요로 감염과 대장균 등 균의 냄새에 반응하는 염료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관련 내용은 올해, 상위 5%에 해당하는 국제학술지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브로모크레졸 그린나피온복합체 기반 비접촉식 비색 센서를 이용한 요로감염 신속 선별 검사(A Non-Contact Colorimetric Sensor Based on Bromocresol Green-Nafion Composite for Rapid Pre-Screening of Urinary TractInfections)’ 논문으로 게재됐습니다.

박현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님과도 공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채혈조차 힘든 아기들이 있는데요. 그런 아기들을 볼 때마다 피를 뽑지 않고 할 수 있는 검사의 필요를 느꼈고, 전자코를 활용해 아기들의 대변 냄새로 증상을 진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들은 먹는 음식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분유 냄새만 구분된다면 그 외의 냄새는 모두 아기들이 가진 미생물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에어컨을 틀면 나는 꿉꿉한 냄새가 바로 곰팡이 냄새인데요. 이처럼 균마다 가진 냄새가 다르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박현경 교수님과 함께 아기의 대변 냄새로 미생물 냄새를 모니터링하는 일명 ‘기저귀 박스’를 개발했습니다. 기기 안에 기저귀를 넣으면 센서가 냄새를 분석해 패턴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항생제를 처방했을 때의 냄새 등과 비교하며 연구와 논문을 진행 중입니다.

기저귀 박스 외에 박현경 교수님과 함께 권위 있는 학술지인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논문 ‘신생아 인큐베이터 내 전자코를 이용한 비접촉식 실시간 감염 모니터링을 위한 미생물 휘발성 유기 화합물 지문 분석(Microbial volatile organic compound fing

erprints for non-contact and realtime infection monitoring using electronic nose in infant incubator)’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신생아 인큐베이터 안에 미생물 냄새를 학습한 센서를 부착해, 감염이 의심되는 미생물 냄새를 인식하면 알람을 울리는 진단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또한 김희진 신경과 교수님과 공동 연구를 통해 후각 진단 시스템을 활용한 치매 조기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후각 기능을 정밀 측정하면 정상인뿐만 아니라 초기 및 말기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를 구분·예측할 수 있음이 확인됩니다. 이 연구 결과는 현재 상위 5% 이내 국제학술지인 『JMIR mHealth and uHealth』에 투고 후 심사와 수정 중입니다.

 

Q. 그 밖에 전자코 등 후각 관련 미래 기술은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까요?

전자코는 사람의 코를 대신할 수 있는 후각 기기이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르게 발전 중이지만 아직 후각은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로봇 등에도 획기적인 적용이 가능합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마약 탐지를 예로 들면, 지금은 공항에서 마약탐지견이 일을 하고 있죠. 탐지견을 다루는 핸들러가 항상 1명 이상 필요하고, 훈련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로봇에 마약 탐지가 가능한 전자코, 후각 센서를 부착해 마약 냄새를 학습하고 탐지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이고 신밀한 검문이 이뤄질 겁니다.

추가로 관심이 있는 분야는 스마트 헬스 케어와 관련한 ‘스마트 토일렛’입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 중이지만 유독 변화가 더딘 분야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변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변기에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하는 기술을 구상 중입니다. 냄새의 가장 큰 핵심은 ‘비접촉’이며,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활용해서 냄새를 분석하고, 차이가 두드러지는 특이점이 발견되면 경고해 주는 거죠. 이처럼 전자코 같은 후각의 미래 기술은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이 기대됩니다.

 

Q. 앞으로 한양대학교병원 교수님들과 함께 그려나갈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의학과 공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의학 연구와 공학적 기술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공동 연구의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과 한양대학교병원의 교수님 간 연구와 협력에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의학 문제를 공학적 해법으로 풀어내고, 또 공학 기술이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연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학문적인 성과를 쌓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인 활동입니다. 논문을 발표하고 이론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건강이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현실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저에게 연구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사람에게 다가가는 실천’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늘 마음에 두고, 연구 과정 중 실험 설계부터 결과 해석, 그리고 후속 응용까지 항상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제가 개발한 연구가 단 한 명이라도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준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실용적인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장용우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실험실의 의자에서 시작된 연구의 성과가 침대 곁으로, 즉 일상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의 ‘bench to bedside’라는 말로 자신의 여정을 표현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분야를 먼저 개척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더 나은 삶과 건강을 향해 나아간다. 그와 한양대학교병원 교수진이 함께 만들어갈 변화가 앞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환자들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