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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길을 개척한 연구자, 내시경 치료의 지평을 넓힌 선구자

작성일
2025-10-24

새로운 길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⑰

미래의학 프론티어

글.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

지금은 효과가 입증되어 널리 쓰이는 시술과 치료법도, 그 처음에는 누군가의 도전이 있었다. 존재하지 않던 치료의 길에 도전한 개척 정신이 오늘날의 의료 기술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상부위장관질환 치료의 권위자이자 내시경 초음파 분야의 선구자인 이항락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연구와 논문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해당 분야를 이끌어 온 그는 언제나 ‘최적의 치료’와 ‘환자의 건강’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2004년부터 한양대학교병원의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임상적 성과와 학술적 공헌을 남겨온 이항락 교수는 이제 한양대학교병원을 넘어 대한민국 의학계가 자랑하는 자산이자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다.

 

Q. 교수님께서는 소화기내과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며 선도해 오셨는데요. 가장 처음 진행하셨던 연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04년 9월 교수로 부임하며 어떤 연구를 진행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당시 고려했던 분야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시술입니다. 우리나라에 위암 환자가 많은데, 과거에는 위를 전부 절제했었어요. 반면 내시경으로 문제 부위 일부를 절제하는 시술인 ‘내시경 점막하 박리’는 전신 마취를 하지 않고, 입원 기간도 2박 3일 정도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부담이 적은 편이에요.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이 시술을 시작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던 상태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시술했던 영상이 담긴 CD 등을 통해 공부했고 한양대학교병원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시술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시술이었지만, 지금은 정착되어서 의과대학 교재에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2024년 5월에는 일본소화기내시경학회의 초청을 받아서 ‘위암에 대한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에 대해 제가 가진 노하우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20년간 약 3,000회 정도 시술하며 쌓은 저만의 기술을 공유한 자리였죠.

두 번째로 관심이 있었던 분야는 비만입니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질병이고, 사람들의 관심도 크지만 당시만 해도 비만이 정확하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적었어요. 그래서 비만과 여러 질환의 연관성을 많이 연구해 왔습니다.

특히 비만과 역류성 식도염의 관계를 밝힌 논문이 기억에 남는데요. CT 촬영으로 복부 지방과 역류성 식도염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 2006년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내장 지방이 역류성 식도염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례였습니다. 미국소화기학회에서 직접 구연 발표를 요청했던 논문이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말씀해 주신 내용 외에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신 만큼 기억에 남는 것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큰 의미를 갖는 연구를 몇 가지 더 소개해 주세요.

위 점막하 병변에 관한 연구가 특히 기억이 납니다. 과거에는 명확한 진단 방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대부분 내시경 초음파로 추적 관찰하거나 수술을 했었어요. 그래서 내시경을 통한 조직 검사 방법과 정확한 진단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와 안정성을 보고한 논문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을 이용한 위 위장관 점막하 종양의 내시경 조직학적 진단(Endoscopic histologic diagnosis of gastric GI submucosal tumors via the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technique)’을 2011년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의 공식 저널인 『Gastrointestinal Endoscopy』에 발표했고, 2014년에는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지 『Endoscopy』에 ‘상부 위장관 상피하 종양에서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를 통한 심부 생검: 전향적 연구(Deep biopsy via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in upper gastrointestinal subepithelial tumors: a prospective study)’ 논문을 발표해 학계에서 중요한 연구와 가이드라인으로 인정받아 지금은 완전히 정립되었습니다.

비만의 내시경 치료에 관해 진행했던 연구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종류의 내시경 치료 중 위에 풍선을 삽입해 식사량을 줄이는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로, 미용 시술의 일종으로 시행되곤 했었는데요. 저는 비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로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2023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의 학술지인 『Clinical Endoscopy』에 논문 ‘한국에서 비만 치료를 위한 위 내 풍선의 유효성과 안전성(Efficacy and safety of intragastric balloon for obesity in Korea)’이 실렸습니다.

새로운 의료 기술이 보험 항목에 포함되려면 관련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해당 치료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마련하고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한 덕분에 2024년 2월부터 고도비만 환자의 위 내 풍선 삽입술이 건강보험 선별 급여 항목에 포함되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 있는 성과였습니다.

Q. 최근 관심을 두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요즘 비만 치료에 관심이 상당히 커진 것 같은데요. 특히 ‘위고비’ 같은 치료제가 언론에 많이 소개되면서 약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는 수개월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서 말씀드린 위 내 풍선 삽입 시술과 약물 치료를 병행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연구 중입니다. 약물 치료만 진행하는 경우, 풍선 삽입을 함께하는 경우의 차이를 임상으로 확인하고자 합니다.

 

Q. 교수님께 연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연구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저는 임상의로서 실제 현장에서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기초적인 실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가는 과정인 거죠.

예를 들어, 내시경 치료를 진행하며 어떤 방법이 환자에게 더 효과적일지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그런 고민이 자연스럽게 연구로 이어지고,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연구의 의미와 맞닿아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보다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단순한 연구 결과 이상으로, 현장에서 직접 활용 해 환자의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Q. 언제 가장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시나요?

제가 치료한 환자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는 식도와 기관지 사이에 구멍이 있던 10살 환자입니다.

음식물이 기관으로 계속 넘어가면서 폐렴이 반복되는 상황이었는데요. 내시경으로 그 구멍을 막는 시술을 했고, 해당 사례에 대한 논문 ‘Histoacryl 접착제를 활용한 기관과 식도 사이의 연결 부위 내시경 치료(Endoscopic treatment of recurrent congenital tracheoesophageal fistula with Histoacryl glue via the esophagus)’가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의 학술지 『Gastrointestinal Endoscopy』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치료가 쉽지 않았던 만큼 큰 보람을 느꼈던 사례입니다. 논문을 발행했던 게 2009년이니, 이제 그 환자는 건강하게 자라서 어른이 됐는데요. 결혼 소식을 알리러 오기도 해서 기억에 남아요. 그 외에도 위암이 완치되신 환자 등 기억에 남는 분이 많습니다.

Q. 힘들다고 느끼실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업무가 많아지면 힘이 들기도 하고, 제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처음 교수가 되었던 때의 초심을 떠올려 봅니다. 제가 의사, 그중에서도 의대 교수가 된 이유는 의사로서 소명과 명예를 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저의 원동력이자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Q. 지난 4월,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로부터 한국 대표로 초청받아 스페인에서 진행했던 강연은 어떠셨나요?

독일에서 새롭게 개발한 내시경 기구인 ‘캡 장착형 클립’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최초로 다기관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발표했었는데, 관련 연구를 진행한 사람이 저밖에 없었기에 초청해 주신 것 같습니다.

해당 클립은 기존 기구와 조금 다른 것으로, 위장에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 지혈이 가능하고, 천공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내시경 지혈 클립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였습니다.

해당 논문의 제목은 ‘위장관 누출, 천공 및 천공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클립 시스템의 효과: 한국 다기관 연구(Efficacy of the Over-the-Scope Clip System for Treatment of Gastrointestinal Fistulas, Leaks, and Perforations: A Korean Multi Center Study)’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대회인 ‘KSGE Days 2019’에서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 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의 학술대회인 ‘ESGE Days 2025’에서도 해당 논문을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 지금 품고 계신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10년이라는 임기가 더 남았는데요. 지금 시작한 비만 치료에 대한 연구를 잘 마무리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한, 한양대학교병원의 부원장으로서 병원이 더 좋은 의료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기반을 다지고 싶습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시설과 우수한 의료진이 함께하는 만큼, 환자분들이 더욱 편하게 진료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10년 후에는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실까요?

물론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직접 모든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면서 과거에 배웠던 것을 되짚어 보고, 다시 공부하기도 했고요. 바쁘고 힘들었지만, 동시에 저를 한 단계 발전시킨 시간이었습니다.

 


 

이항락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연 의사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길을 내고 다지며, 후배 의사와 환자들이 치료라는 목적지를 향해 안전하고 분명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이정표를 세웠다. 그 노력과 헌신의 원동력은 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의사로서 환자를 향한 고민과 마음에 있었다. 이러한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새로운 의학의 길을 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