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가기 주메뉴로 가기 카피라이트로 가기

Hihy 건강저장소

HanYang university seoul hospital

{menu_nm=null} 조회 : 제목, 등록일, 조회수, 내용, 첨부파일

조선 왕비도 피하지 못한 열병 - 드라마 <원경> 속 원경왕후를 무너뜨린 학질(말라리아)

작성일
2025-05-19

드라마 <원경> 속 원경왕후를 무너뜨린 학질(말라리아)

글.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박세윤 교수

학질은 말라리아 병원충을 가진 학질 모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법정 전염병으로 말라리아라고 알려져 있다. 갑자기 고열이 나며 설사와 구토 및 발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빈혈 증상을 동반하면 말라리아를 의심해야 한다.

tvN 드라마 <원경>은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가 권력과 국정 운영을 함께하며 부부 간의 애정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다. 원경왕후 역의 차주영은 섬세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드라마는 인기리에 종영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원경왕후가 ‘학질’로 사망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학질로 열에 들뜬 원경왕후는 개경으로 향하다가 쓰러지고, 이방원이 냇가에서 원경의 발을 닦으며 애끓는 대사를 전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극 중 원경왕후가 앓은 ‘학질’은 오늘날 말라리아를 뜻한다. 말라리아는 열대 지역의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으로, 오한과 고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근육통, 구토 등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 장기 손상이나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항말라리아제를 통해 치료하며, 해외 여행 전 예방약 복용도 중요하다.

 

말라리아란

말라리아는 열원충속(Genus Plasmodium)의 원충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서 흔 하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주요 종은 다섯 가지인 열대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 삼일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vivax), 난형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ovale), 사일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malariae), 원숭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knowlesi)으로, 이중 열대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 가장 치명적이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원충이 혈액으로 들어가 간에서 증식한 후 적혈구를 파괴하며 병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vivax)이 토착화되어 발생하며, 기후 조건상 4월에서 10월 사이에 집중 발생한다.

 

말라리아의 증상과 진행

말라리아의 특징적인 증상은 주기적인 발열이다. 원 충의 종에 따라 다른 패턴을 보이는데, 삼일열말라리아 원충 (Plasmodium vivax)과 난형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ovale) 은 48시간, 사일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malariae)은 72 시간 간격으로 발열이 나타난다.

열대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은 24시간, 36시간, 48시간 등 불규칙한 발열 패턴을 보일 수 있으며, 원숭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knowlesi)은 24시간 주기로 매일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발열에는 오한과 발한이 뒤따른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빈혈, 황달, 간 비대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증상은 감염 후 10일부터 시작되지만 빠르면 7 일, 늦으면 1년 후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뇌성 말라리아, 신부전,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되어 생명을 위협한다. 과거 학질(鶴疾)로 불리던 이 병은 이러한 증상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현대 의학에서의 진단과 치료

현재 말라리아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된다. 혈액 도말 검사는 현미경으로 기생충을 확인하는 기본 방식이며, 신속진 단키트(RDT)는 현장에서 빠르게 결과를 제공한다. 치료는 말라리아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삼일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vivax) 과 난형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ovale)은 혈액 내 원충 제거를 위한 클로로퀸과 간에 잠복해 있는 수면소체(hypnozoites)를 제거하기 위한 프리마퀸을 함께 사용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열대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에는 약제 내성을 고려하여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 피로나리딘/아르테수네이트 또는 메플로퀸 등이 사용된다. 중증 말라리아는 비경구용 항말라리 아제(정맥용)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과 오늘날의 과제

말라리아는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모기장을 사용하거나 방충제를 뿌리는 개인적 노력은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인다. 지역적으로는 모기 서식지 제거와 같은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매년 수십만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전파 지역이 넓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외 말라리아 위험지역(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는 경우,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퇴치되었다가 1993년 이후 휴전선 근처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vivax) 감염이 재발생해 현재는 인천, 경기, 강원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연간 수백 명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