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건강을 위한 첫걸음
‘세계 뇌전증의 날’
글.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박진석 교수
뇌전증의 정의
뇌전증(腦電症, Epilepsy)은 뇌의 전기 신호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예전에는 간질(癎疾)이라고 불리었으나 병에 대한 인식 재고를 위해 병명을 바꾸게 되었다. 뇌전증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련이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되는 질환군이라고 할 수 있 다.
영유아기에는 유전, 발생이상으로, 60대 이후에는 뇌혈관질환, 뇌 종양 등이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의 발생률은 10만 명 당 30~50명 정도이며 유병률은 1,000명 당 4~1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은 뇌졸중, 치매에 이어 신경과에서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지만 인식의 부족과 사회적 낙인 등으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문제없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여러가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자 국제뇌전증협회(The International Bureau for Epilepsy, 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nternational League Against Epilepsy, ILAE)은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세계 뇌전증의 날’은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뇌전증 환자의 권익 신장을 도모하고자 2015년 제정되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40여 개 국가에서 기념하고 있다.

뇌전증의 진단
뇌전증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경련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 보호자나 목격자가 경련을 목격하기 때문에 단순히 쓰러진 것인지, 정말 경련을 한 것인지를 감별하기 위해 환자의 모습을 자세히 기록하거나 가능하다면 CCTV등의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조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에게 의식 소실 전후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경련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경련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실신, 일과성 허혈성 발 작, 수면 장애, 가성 발작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뇌전증 진단 시 이에 대한 감별 과정이 중요하다.

뇌 영상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은 가장 기본적으로 뇌의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대뇌피질의 발달이상(Cortical Dysplasia), 해마경 화증(Hippocampal Sclerosis), 해마위축(Hippocampal Atrophy)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뇌종양이나 혈관 기형 등 해부학적 이상을 확인한다.
단일 광자 방출 컴퓨터 단층촬영(Single-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과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도 뇌의 기능적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서 함께 경련이 발생하는 위치를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뇌파검사
뇌파(Electroencephalogram, EEG)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이다. 실시간으로 뇌의 전기적 이상을 확인하기 때문에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뇌전증 환자라도 정상 소견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경련이 없음에도 뇌파검사에서 경련파가 관찰되는 경우도 있으나 경련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뇌전증 환자가 아니라는 결론은 아니다.
보다 경련파를 잘 발견하기 위해서 밤새 잠을 자지 않거나 적게 자고 촬영하는 수면박탈 뇌파를 촬영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30분 정도 검사를 진행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뇌파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거나 환자의 증상과 뇌파 이상을 함께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 뇌파검사(Video Electroencephalogram, Video EEG)를 시행하기도 한다.
기타검사(혈액검사, 뇌척수액검사, 유전자검사 등)
감염, 고·저혈당, 전해질이상, 간성혼수, 알코올과 같은 물질 중독 등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가 이루어진다. 또한 중추신경계 감염, 자가면역 뇌염, 면역질환 등을 감별하기 위해 뇌척수액검사(Cerebrospinal Fluid Study, CSF Study)를 시행한다. 또한 가족력이 있거나 영유아기에 발생한 경우에는 유전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뇌전증의 치료
뇌전증 치료의 목표는 경련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뇌전증은 적절한 항경련제(Anti-Seizure Medication, ASM)로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 며 약물치료 만으로도 환자의 70~80%는 경련 발작이 없는 상태로 지낼 수 있다. 항경련제 선택 시 환자의 기저질환, 나이, 성별을 고려해 치료를 시작한다.
경련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용량에 도달하기 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경련의 재발이 발생할 수 있고 체질에 따라 항경련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와 짧은 간격의 병원 방문이 필요할 수 있다.
약물치료 중 복용을 잊어버리거나 복용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여유분의 항경련제를 준비해 외출이나 여행 시 반드시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 항경련제마다 부작용이 있고 이에 대한 반응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약물복용을 시작할 때 환자의 상태,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한 후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더불어 환자에게 가장 좋은 항경련제는 경련이 재발하지 않으며 부작용이 없는 약물이기 때문에 현재 복용하고 있는 항경련제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신약이 나왔다고 해서 약을 교체할 필요는 없다.
뇌전증 환자의 20% 정도는 두 가지 이상의 약물 치료에도 발작이 재발되는 약물 저항성 뇌전증에 해당한다. 약물 저항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는 뇌 MRI, SPECT, PET, 뇌파검사 등으로 경련이 발생하는 부위(발작초점)를 특정해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한다.
또한 최근에는 뇌의 심부에 전극을 삽입하는 뇌심부 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이나 자율 신경계를 자극하는 미주신경 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응급 상황의 수술은 아니며 발작 초점의 위치에 따라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신경학적 손상, 다중 약물치료에 의한 조절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뇌전증 수술을 통해 항경련제의 용량을 감소시키고 증상을 조절할 수는 있으나 수술적 치료가 모든 경우에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이에 대한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또한 소아환자의 경우 케톤 생성 식사용법(Ketogenic Diet)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저단백 식이법으로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해 지방대사의 산물인 케톤체를 뇌의 에너지로 사용해 경련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다만 이는 성인에서는 시행하기가 어렵다.
위험인자 및 주의사항
음주,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은 경련이 쉽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 유발 요인이 될 수 있으니 꼭 피해야 한다. 감염, 조절되지 않는 당뇨와 같이 전신적인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도 경련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항경련제를 복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빼먹지 말고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술을 마셔서, 한약을 복용해서, 혹은 다른 약물을 복용하는데 부담이 될까 항경련제를 먹지 않고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재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수술이나 내시경 준비로 금식을 할 경우에도 항경련제는 꼭 먹도록 안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칙적인 약물 복용으로 경련이 없는 상태가 최소 2~5년 정도가 된다면 약물을 감량해볼 수 있다. 물론 감량 기간 중에 경련이 발생한다면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약을 감량 혹은 중단할 수 있는 경우라도 환자의 직업,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니 약물 복용과 관련해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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