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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 프리다 칼로

작성일
2025-01-20

프리다 칼로와 섬유근통 - Fibromyalgia

글.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세림 교수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출신의 열정적인 화가로 알려져 있다. 6세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쇠약해지는 장애가 생겼고 이로 인해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해갔다. 여기에 18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 오른쪽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쳤으며 이러한 사고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그녀의 작품세계의 주제가 되었다. 작품은 주로 밝고 강렬한 색채로 구성되었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는 고통, 죽음 등 무겁고 심오했다. 프리다 칼로는 단순히 고통을 견디는데 그치지 않고 그림으로 승화하며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만들어 나간 것이다. 특히 프리다 칼로는 교통사고와 연이은 수술 후 자신이 겪는 섬유근통을 온 몸에 못이 박힌 그림 ‘부서진 기둥’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유 없이 온 몸이 쑤시고 아픈 섬유근통, 프리다 칼로에게 고통을 안겨줬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예술 세계에 영감을 선사한 ‘섬유근통’에 대해 알아본다.

 

섬유근통은 만성적인 전신 통증과 피로를 주요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다. 주로 근골격계의 통증과 압통을 동반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여성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며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섬유근통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계의 비정상적인 통증 처리 기전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추신경계의 통증 처리 방식의 이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주요 병태생리적 특징으로는 통증 신호의 과민성과 억제 신호의 감소가 있다. 정상적인 통증 처리 과정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하향 조절 기전(Downregulatory Mechanism)이 손상되어 경미한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발생하며 특히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감소가 통증 민감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증가도 통증 과민성에 기여할 수 있다. 면역계와 염증 반응의 역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며 일부 환자에서 저강도의 전신 염증이 관찰되기

도 한다. 이러한 병태생리적 기전은 섬유근통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증상 발현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섬유근통의 주요 증상으로는 만성적인 전신 통증이 있다. 몸 전체에 퍼진 통증은 종종 타는 듯하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며 충분히 쉬어도 지속되는 만성 피로감이 특징적이다. 또한 깊은 수면을 유지하기 어려워 숙면 후에도 피곤함을 느끼는 수면 장애가 흔히 동반된다. 이와 함께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 인지 장애, 흔히 ‘섬유근통 안개’로 불리는 증상도 보고된다. 그 외 두통, 과민성 대장 증후군, 우울증 및 불안증 등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섬유근통의 진단은 주로 임상적인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2016년 미국 류마티스학회에서 개정된 진단 기준이 널리 사용되며 주요 진단 기준으로는 특정 신체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의 정도를 평가하는 광범위 통증 지수(Widespread Pain Index, WPI)와 피로, 수면 장애 및 기타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하는 증상 심각도 척도(Symptom Severity Scale, SS)가 있다.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이나 전신홍반루푸스와 같은 다른 질환을 배제해야 한다.

섬유근통의 치료는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약물 치료로는 통증 완화를 위한 항우울제(아미트리프틸린, 듀록세틴)와 항경련제(프레가발린)가 주로 사용된다. 비 약물 치료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이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 치료 및 마사지와 열 요법을 포함한 물리치료도 유용하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수면 습관 형성,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단 유지 등의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섬유근통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으로 증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통증과 피로를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환자들은 꾸준한 관리와 지원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섬유근통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협력적인 접근이 중요하며 증상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류마티스내과 최세림 교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