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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비만 표현형과 자살의 관계

작성일
2023-05-16

“여성에서의 고도 비만은 원인으로든 결과로든 자살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적당한 수준의 비만(허리둘레 74.0~79.1)은 자살 보호요인이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1년 9월 호에 실린 ‘The relationship between 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and suicidal ideation’ 중에서

비만의 공중보건학적 중요성

비만이란 과다한 체내 지방이 건강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축적된 상태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경고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대되고 있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의 만성질환과 관절염, 간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은 비만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비만과 정신건강

비만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와 관계가 있다. 우울증과 비만 간에는 상호 연관성이 존재하며 비만이 우울증의 위험성을 높이고, 우울증도 비만 발생의 위험성을 높인다. 더 나아가 비만도가 높을수록 더 심한 우울 증상을 보고한다.

비만과 자살에 대한 연구에서는 마른 사람이 비만한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살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리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으며 실제로 신체적인 질환뿐만 아니라 자살, 자살 관련 사고, 우울감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그리고 이전의 연구 중 체질량지수와 우울감, 자살 관련 행동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대사 비만 표현형에 따른 분류

비만도를 반영하는 지표로는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주요 대사 질환의 주된 병인인 인슐린 저항성의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BMI는 근육량과 지방량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많은 경우에는 BMI가 높아도 비만이 아닐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정도의 비만 상태라 할지라도, 일부의 사람들에서는 비만과 관련된 질환의 유병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집단에 대해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MHO)’ 혹은 ‘양성 비만(benign obesity)’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BMI로 평가했을 때는 비만한 군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슐린 감수성이 높고 내장 비만도가 낮으며 혈압이나 지질대사 이상의 빈도가 낮아 대사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일컫는 임상적인 표현이다. 아직까지 비만 관련한 평가들은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과 건강하지 않은 비만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분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체질량지수 기준으로도 비만에 속하고 대사적으로도 비만한 전형적인 비만군과 비교해 상이한 임상 경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되나 아직까지 이러한 차이와 정서적 문제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에 비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은 질병 경과에 있어서 상이한 임상 경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적 문제 역시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의 추적 연구에서 건강한 사람에 비해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의 우울 증상의 위험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일관되지 않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체질량 지수 기준으로도 비만에 속하고 대사적으로도 비만한 전형적인 비만군과 비교한 자살위험도 역시 다를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대사 비만 표현형에 따른 분류와 이들의 정서적 문제와 자살 위험도와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사진. The relationship between 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and suicidal ideation 대사 비만 표현형과 자살의 관계

 

대사 표현형에 따른 자살위험도

본 연구는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30만 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대사적으로 건강한(Metabolic heahthy) 집단과 건강하지 않은(Metabolic unhealthy) 집단으로 분류했다. 여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자살 위험도가 감소했다. 대사 표현형에 따른 분석에서 40세 이상 일부 여성 MH의 경우에서 자살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고도비만인 경우에도 자살 위험도가 증가하지만 수면, 우울등 정서적 어려움을 함께 고려할 경우 자살 위험도에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에서의 비만과 자살생각

우울증이 비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기전에 대해 생물학적 모델로, ‘신경-염증-호르몬’ 기전으로 설명된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과활성화로 이어지며 이것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CRH) 억제, 렙틴 저항성, 신경펩타이드 Y(Neuropeptide Y(NPY)) 분비 증가 등의 항상성 기전(homeostatic pathway)과, 도파민 및 아편유사제를 매개로 고칼로리 식이로 이어지게 되는 음식 관련 보상의 비항상성 기전(non-homeostatic pathway)을 통해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여성에서의 비만은 스트레스와 연관되고, 이것은 자살,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의 원인과 결과가 될 수 있다.

적당한 수준의 비만은 자살의 보호요인이 될 수 있어 기존 연구들의 결과를 통해 추론해 볼 때 여성에서의 고도 비만은 원인으로든 결과로든 자살 위험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본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우울감을 함께 고려하였을 경우 여성에서의 비만은 자살 위험도와 크게 상관이 없고, 적당한 수준의 비만도(허리둘레 74.0-79.1)가 오히려 자살 보호요인이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대사 표현형에 따른 분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이전의 비만과 자살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비만과 자살 사이에는 역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와 부합하는 내용이다.

뇌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인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같은 지방질의 부족은 세로토닌 합성과 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자살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너무 심한 다이어트를 하면 뇌를 구성하는 주요 지방 수치의 저하를 유발해 세로토닌 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대사 표현형이 정서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일부 여성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집단에서 이러한 표현형이 자살 보호요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