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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를 통한 내 마음 바로 보기

작성일
2022-07-18

글.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마스크가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는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2019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면서 생긴 변화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여 작동하는 실상의 접점은 점점 온라인 세상으로 바뀌었다. 필자가 재무이사로 일하고 있는 대한디지털치료학회는 지난 5월 학술대회를 메타버스로 치렀다. 강의장을 임대하여 연자가 발표하고, 청중이 질문하며 소통하던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온전히 옮겨두었다. 비록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나를 대표하는 아바타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만나 대화를 하고, 인증샷을 찍으며 함께 소통할 수 있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바꾸었다. 사람들의 관계를 바꾸었고, 소통의 방법을 더욱 더 빠르게 디지털, 온라인 세상으로 이끌었다.

감염병의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물리적인 거리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감염에 대한 불안감, 이로 인한 고립감, 대인기피, 불면 등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었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말한다. 엄밀히는 우울증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은 우울증의 증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울증의 경우 2주 이상의 우울한 기분, 흥미저하, 식욕 및 체중의 변화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우울증은 마음의 변화이므로 스스로도 알아차리기 힘들 수도 있다. 진료실에서는 이러한 증상의 여부, 빈도, 수면의 질 등을 묻고, 표정변화, 대화의 반응성, 가족의 관찰 등으로 증상을 평가하고 치료한다. 짧은 진료시간 안에서 모든 증상을 관찰 하고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일상을 진료실에 가져와서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는 이러한 진료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이 바꾼 일상

2007년 1월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스티브잡스의 주머니에서 나온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우리의 현실을 바꾸었다. 카메라, 캠코더, 전화기, 컴퓨터, 신용카드를 불과 3.5인치의 기기 속에 모두 넣은 것이다. 모두가 어색해 하였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2015년 4월에는 흔히 차던 시계 속에 스마트폰을 넣었다. 태엽과 바늘, 또는 시간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구성된 시계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나누어 가졌다. 이러한 스마트기기의 가장 큰 활용점은 항상 휴대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치료기기들은 무겁거나, 복잡한 사용법으로 사용의 용이성이 높지 못하였다. 하지만, 스마트기기는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여 측정하고 평가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는 크게 동작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 위치를 인지하기 위한 센서, 환경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들이 있다. 이것은 스마트워치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디지털기기는 진료의 현장도 바꾸었다.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은 하루하루 본인의 활동량을 측정한 걸음 수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고, 불안이 심한 분들은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심박수와, 심전도 기록을 스마트폰으로 함께 확인하며 치료적 방법을 논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었다. 또한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가 상용화 되고 있다. 식품 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20년 8월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해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한다. 즉,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질병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도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질환들이 정신과적 질환들이다. 기존에 이루어졌던 인지 행동치료 등의 이론을 소프트웨어 기술에 접목하여 보다 편하게, 보다 좋은 접근성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임상연구 단계에 있지만, 미국에서 실용화된 치료들이 있다. 이는 바로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reSET과 reSET-O가 각각 2017년,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의허가를 획득했다.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FDA 승인 디지털치료제는 총 3개로, 약물중독 치료제reSET®, 오이오피드 의존증 치료제 reSET-O®, 불면증 치료제 Somryst®이다. 알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 의 EndeavorRx®는 아동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태블릿 게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불안장애, 물질사용장애, 불면증, 비만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과 의학적 검증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여러 업체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서 기존에 사용하던 평가도구들을 디지털화하고, 정서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기계 학습 방법을 도입하였다. 환청으로 고생하는 조현병 환자분들을 위하여 이를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검증의 단계를 밟고 있다. 스마트폰의 사용패턴을 분석하여 우울증 환자의 증상과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기

어린시절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를 보며, 그때가 되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게 될 줄 알았고, 전격 제트작전을 보고서는 시계에 이름을 부르면 내 차가 나를 찾아 달려와줄 줄 알았다. 비록 그보다 2년이나 지난 2022년인 지금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지는 않지만, 스스로 운전하고 주차하는 자율주행차가 있고, 비록 비싸지만 우주를 여행시켜주는 회사도 있는 현실에 살고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며 환경오염으로 모든 사람이 방독면을 끼고 사는 삶을 보고서는 그런 미래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감염병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레 마스크를 끼며 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하였다.

논문을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구글의 학술검색의 첫화면에 있던 뉴턴의 말이 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이다. 이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다. 디지털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올바르게 질병을 바라보고, 보다 나은 치료를, 궁극적으로는 진료실에서 함께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제공할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