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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건강 체크로 2014년 마무리 - 2. 행동장애

작성일
2014-11-02

우리 아이 집중력은 몇 점?

품성과 행실이 바르고 단정함을 일컬어 품행방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엔 이처럼 품행이 방정한 아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환경이 변한 탓도 있지만 정신건강 측면에서 이른바 행동장애가 증가한 탓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우리 아이의 산만함, 행동장애의 초기 증상은 아닐까? scr 2014-11-02 20.02.44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

ADHD로 진단받은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하루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이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부모는 아이가 외동으로 온갖 귀여움을 받고 자란 탓에 버릇이 없다며 걱정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를 방문했을 때, 부모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유리창을 통해 본 아이는 선생님 책상 바로 앞에 앉아서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뒤에 앉은 아이와 장난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장난이 심하고 부산하여 맨 앞줄에 앉혔다고 했다. 부모는 잘 부탁한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고, 그럭저럭 일학년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이학년이 되자 문제는 점점커졌다. 다시 맨 앞줄에 앉게 되었고, 거의 매일 지적과 야단을 맞았고, 가끔은 체벌을 받기도 했다. 시험을 보면 열심히 준비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알면서도 틀리게 쓴 답과 심지어는 빼놓고 넘어간 문제도 있었다.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방학 중 서예를 가르쳤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고, 요즘은 야단을 치면 오히려 대들고 화를 내며 말을 듣지 않는 일이 점점 심해졌다. 외래에서 만난 아이는 손톱을 물어뜯고, 이곳 저곳을 쳐다보고 만지는가 하면 몸을 비비 틀고, 지루해하며 차분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장난감도 한 가지를 가지고 놀기보다는 여러 개를 집적거리는 모습이었고, 소리를 많이 질러 크고 쉰 목소리를 냈다.

해답은 구체적인 약속과 약물 치료

의학적인 진단명은 행동장애 가운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였으며, 동시에 반항장애도 시작되고 있는 중이었다. 부모에게 ADHD와 반항장애를 비롯해 연관된 원인, 경과, 치료법 등에 대한 상담을 시행했다. 더불어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를 너무 제한하거나 야단치는 대신 과제와 행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서 칭찬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하도록 했다. 부모와 행동수정요법을 시행하기로 하고, 집에서 아이가 가장 야단을 많이 맞는 행동과 언제 아이가 가장 잘 따라오는가를 알아오도록 했다.

어머니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숙제를 하려고 하지 않을 때 제일 야단을 맞고, 아버지가 칭찬을 해줄 때 아이가 가장 흐뭇해하며 말을 잘 듣는다고 했다. 이것을 토대로 어떻게 야단을 맞지 않고 숙제를 해갈 것인가를 의논한 끝에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 시간 정도 바깥에 나가서 논 후에 집에 들어와 어머니와 함께 숙제를 하기로 합의했다. 또 일주일간 이를 잘 수행하면 주말에 아버지와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을 정했다. 당분간 어머니는 숙제에 관련해서만 아이에게 잔소리나 야단을 치기로 하고, 나머지는 일체 상관하지 않기로 했으며 만일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타임아웃으로 15분씩 꼼짝 못하고 자리에 앉아있기와 저녁시간 TV관람을 금하기로 했다.

어머니, 아이와 상담해가며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라고 하는 치료제를 아침에 한 알 반씩 먹도록 하였는데, 치료 시작 후 약 한 달이 지나면서 아이는 학교에서 지적도 훨씬 덜 받고, 받아쓰기 글씨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방학 동안 아이는 바깥에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서예 학원에서도 짜증을 덜 내고 잘 지냈다. 개학 후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몰라보게 점잖아 졌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고 했다. 이제는 어머니가 옆에 붙어있지 않아도 스스로 짜놓은 계획에 따라 숙제를 하곤 한다.

전문가 진단이 필요한 때

행동장애란 이 아이와 같이 ADHD, 반항장애 그리고 나이 든 아이들에서 발생하는 품행장애(흔히 비행)를 묶어서 말하는, 일반인들이 흔히 병이라고 보기 어려운 병이다. ADHD는 선천적으로 뇌기능 가운데 자기억제(Self-inhibition)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병으로 약물치료가 우선되고 부모상담, 행동치료 등이 병행된다. 집중력은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좋아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항장애(지나치게 말을 듣지 않는 일종의 병), 그리고 심지어 더 나이가 들면 품행장애(비행)로 이어지기도 한다. hyumc_maga_2014_11-12-111

물론 반항 및 품행장애가 ADHD를 거치지 않더라도 또래의 영향, 가정불화, 양육상 문제 등으로 인해 생기는 수도 있다. 원인이 어떻든 이런 문제를 단지 말 안 듣는 아이, 못된 아이, 삐뚤어진 아이로 훈육하려고만 하지 말고 상담이나 투약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부모 혼자가 아니라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조언을 바탕으로 협력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도록 노력한다면 비록 타고난 문제라 할지라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글. 안동현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SPECIAL THEME | 2014년을 마무리하며 우리 아이의 건강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