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의술의 만남 - 앙리 마티스와 관절염 Arthritis
글. 한양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남보라 교수
앙리 마티스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프랑스 북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19살에 미술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 그는 회화와 조각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는데, 특히 컷아웃(Cutouts, 종이 오리기)이라는 예술 방식을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앙리 마티스는 노년에 십이지장 암이라는 질병을 만나 수술한 뒤로 여러 후유증을 앓았다. 특히 관절염이 심해서 통증 때문에 붓을 잡기도 어려웠던 그는 붓 대신 가위를 들고, 물감 대신 색종이를 이용해 들끓는 예술혼을 표현했다. 원하는 모양으로 자른 색종이 조각을 캔버스에 붙여서 완성한 작품 중에는 걸작 <이카루스>도 있다. 관절염은 이렇듯 통증으로 일상적인 활동을 어렵게 한다. 관절염 중에서도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해 알아본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더 이상 삶을 멈추게 하는 병이 아니다.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 전략을 세운다면 질환을 잘 조절할 확률이 높고 관절 변형도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류마티스관절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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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관절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대표적인 염증성 관절염이다. 특히 손가락의 중간 관절과 손등 쪽 관절, 손목처럼 작은 관절을 중심으로 통증과 부기, 열감이 나타나며, 아침에 관절이 뻣뻣한 조조강직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것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염증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연골과 뼈 손상이 진행돼 관절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진단은 증상의 양상과 진찰 소견을 바탕으로 혈액 검사(염증 수치, 류마티스인자, 항CCP 항체 등)와 필요 시 영상 검사(X선, 관절 초음파 등)를 종합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관절 초음파를 통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초기 염증을 더 민감하게 확인하고, 치료 반응을 추적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손목 통증이나 나이 탓으로 넘기기보다는, 부기와 조조강직이 동반되거나 증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될 때 류마티스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관절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 목표는 통증 완화에 그치지 않고, 염증을 충분히 억제하여 관절 손상을 막고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는 질환 활성도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치료를 조정하는 ‘목표 치료(treatto-target)’전략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메토트렉세이트(MTX)를 중심으로 한 항류마티스약제(csDMARDs)로 치료를 시작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레플루노마이드, 설파살라진 등을 병합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 조절을 위해 단기간 저용량 스테로이드를 ‘다리 놓기(bridging)’ 목적으로 병용하기도 하지만, 장기 사용은 부작용을 고려해 최소화한다.
충분한 반응이 없거나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TNF 억제제, IL-6 억제제, T세포 조절제, B세포 표적치료 등)나 JAK 억제제와 같은 표적 치료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이러한 치료 옵션의 확대는 예후를 크게 바꾸어, 과거와 달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면 질환을 잘 조절할 기회가 많아졌고, 관절 변형도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또한 치료는 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로와 통증을 고려한 활동 조절, 관절을 지지하는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금연, 감염 예방과 백신 상담 등 생활 관리가 함께할 때 치료 효과와 삶의 질이 더욱 단단해진다.
오늘날의 류마티스관절염
앙리 마티스가 관절염 속에서도 새로운 표현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그의 작품은 예술을 넘어 더 깊은 감동과 함께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감동은 조용히 말해주는 듯하다. 몸이 힘들어져도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마티스의 시대보다 치료 선택지가 훨씬 많아진 오늘, 류마티스관절염은 더 이상 삶을 멈추게 하는 병이 아니다. 우리는 다시 우리의 손으로 일상을 그리고, 더 밝고 아름다운 색채로 미래를 채워갈 수 있다. 그 여정의 곁에서 의료진이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