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한양인의 이야기

한양대학교의료원 임직원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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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 나눔

삶은 곧 선물이다. 우리 주변에 환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항상 서로 잘 살펴보고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 평생 과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셈이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 앞에 아침마다 새롭게 맞는 하루하루는 늘 놀라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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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우리 병원을 사랑한다. 이곳은 나의 일터이자 꿈터이며 인생행로에 필수조건이자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불만을 토해낼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병원이 얼마나 소중한 삶의 현장이고 생명의 젖줄이며 동료와 함께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귀한 곳임을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병원이라는 곳은 출생에서부터 죽음까지 보듬어야 하고, 의사, 간호사, 약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병마와 싸우는 환우들이 병원비 마련의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 투병 중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불안한 예후, 걱정거리 등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도록 치료팀 일원으로 동행하는 의료사회복지사이다.

일 년이면 천여 명 이상의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게 된다.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자체마저도 모르는 순수한 사람들에서부터 정부의 사회복지제도나 후원단체 또는 병원 자체의 지원을 너무나 잘 알고 은행에 맡겨 놓은 돈을 찾듯이 찾아오는 때도 있다.

image최근 급성심장병으로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할머님이 계셨다. 시각을 다투는 상황이라 관할시청과 경찰서를 통해 수양딸을 찾아 수술동의서에 싸인 후 수술을 시행했다. 병원비는 뒤로하고 한 생명을 살리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 의료진은 수술을 강행했다. 다음 날부터 진료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 시간여 동안 상담하는 내내 수양딸은 울기만 했다. 아기 때부터 어린 시절까지 환자가 자신을 양육하고 호적에 입적, 그 이후 친부를 찾게 되면서부터 왕래 없이 지냈다고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데 생계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환자의 딱한 사정을 정부기관과 후원단체에 의뢰하여 지원을 받고 일부는 원내지원금으로 해결하였다. 환자가 퇴원하는 날 환한 모습으로 “고맙습니다.”라는 전해 들었을 때에 나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보람과 행복한 마음을 선물로 받았다.

결혼 8년 만에 시험관아기로 어렵게 얻은 세쌍둥이. 그러나 세 아이 모두 미숙아로 출생하여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사연을 듣고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분유와 기저귀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개인후원자. 한양파랑 모임에서 지체장애 1급과 선천적 근육위축증으로 입원치료를 수시로 받는 성훈이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팔십이 넘은 환자 부부의 오랜 투병생활에 연이은 병원비 마련에 지친 딸의 눈물겨운 사연 앞에서, 출생 시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도 꿋꿋하게 손뜨개질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는 삶 속에서도, 칠십 대 고령으로 사별 후 마흔이 넘은 아들(정신분열증)을 맡길 곳이 없이 함께 입원하여 수술을 받는 환자의 지원을 위해 민・관 기관을 다닐 때에도 나는 늘 건강함에 감사함으로 걷는다.

10여 년 전 사무실 없이 지하 서류 창고 방에 책상과 컴퓨터만 가지고 시작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는 환경이었지만 우리 병원이 나를 선택해주었고 난 병원을 사랑하였기에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분명히 환경은 사람을 지배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환경을 탓하는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 인생은 지나가지 않고 쌓인다.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우리 병원과 동료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쌓이게 되면 우리는 더욱더 병원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나누지 못할 만큼의 가난은 없다. 양손에 더 많은 것을 움켜쥐는 것도 좋지만, 한 손쯤은 남을 위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 나누고 난 빈손엔 더 큰 행복이 채워진다. 움켜진 손은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도 있지만, 빈손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따뜻한 손이 함께 할 때 나눔도 풍성해진다.

글.성명순 한양대학교병원 사회복지과 의료사회복지사

[사랑수첩] 안에서 배운 ‘사랑의 실천’을 세월이 지나 밖에서도 실천하는 한양대학교의료원의 ‘한양가족’을 소개합니다.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