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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학과 기술의 융합, 의료 로봇 -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

최근 의료 현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의료 로봇’이다. 상상 속 로봇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덧 의료 로봇은 진단과 치료ㆍ재활ㆍ간호 보조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의료 현장에 정착 중이다. 첨단 기술과 의학의 융합으로 의료 로봇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역시 의료 로봇의 연구와 활용에 관심이 크다.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 정신건 강의학과 안동현 교수,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를 만나 의료 로봇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글. 정라희 사진. 김재이

첨단 의학과 기술의 융합, 의료 로봇 -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

더욱 정밀하게, 더욱 미세하게 -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

김영수 교수는 국내 의학계에서 의료 로봇 개발 선구자로 꼽힌다. 2003년 보건복지부 산하 차세대지능형수술시스템개발센터에서 공대 교수들과 협업하며 의료 로봇 연구를 시작한 그는 이후에도 다양한 국책 과제에 참여하면서 의료 로봇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에는 대한의료로봇학회를 창립했다. 의료 로봇 분야의 연구자와 의료진, 산업체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발전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이처럼 의료 로봇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해온 그의 연구는 뇌수술용 의료 로봇 ‘제노가이드’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더욱 정밀하게, 더욱 미세하게 -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

“현재 국내에서 많이 활용되는 의료 로봇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에서 개발한 다빈치 수술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복강경 수술을 대체하는 로봇 수술로, 최근 다른 기관에서도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노가이드는 독자적인 접근을 통해 개발한 수술 시스템입니다.”

제노가이드는 김영수 교수가 고영테크놀러지와 손잡고 개발한 국내 최초의 뇌정위수술 특화 로봇이다. 뇌정위수술은 X, Y, Z 좌표가 새겨진 정위틀로 수술 부위 주변의 주요 조직에 상처를 주지 않고 병변 부위만 안전하게 제거하는 수술이다. 기존에는 기계를 수동으로 조립해 수술을 시행하다 보니 오랜 수술 시간과 오차 발생 가능성 등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특화 로봇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에서 개발한 뇌정위수술 특화 로봇이 있었지만, 산업용 로봇 팔을 사용해 크기가 너무 크고 수술 시 편의성도 낮았습니다. 하지만 제노가이드의 시스템은 달라요. 크기는 줄이고 정밀도와 안전성은 높였죠.”

지난해 1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노가이드는 현재 4개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의사들이 시스템 점검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며 더불어 학계의 관심도 매우 뜨겁다.

“빠르면 올가을부터 임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외국 의사와의 교류를 통해 해외 시장에도 해당 시스템을 널리 알려야죠. 이제 시작입니다.”

진단과 치료, 훈련까지 로봇이 맡는다 -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

안동현 교수는 소아정신질환 전문가다. 그중에서도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한 발달 장애를 전문 진료 분야로 두고 있다. 그는 요즘 7개 기관이 동참하는 ‘자폐/ADHD 아동 교육 보조를 위한 신뢰성 95% 이상인 장애 수준 진단 시스템 및 교육 훈련용 로봇 시스템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진단과 치료, 훈련까지 로봇이 맡는다 -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

“4년 전부터 각 참여 대학과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비롯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병원에서는 임상 적용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요. 올해는 본격적으로 대단위 치료 프로그램을 기획해 구체적인 임상 적용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시행해온 ADHD 진단은 부모나 교사의 주관적인 보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의료 로봇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과잉 행동과 과제 수행 시 주의력과 실행 능력을 객관화할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 ADHD 아동의 과잉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평가를 웃도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9월부터는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로봇을 활용한 평가가 진행되는데요. 최종적으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이 시스템은 고기능 자폐장애 등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와 훈련 보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아동들이 수행할 수 있는 10회기 프로그램 개발을 마쳤고, 현재 로봇이 치료사의 보조자 역할을 하며 참여 아동들의 기능 습득을 돕고 있다.

“자폐아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입니다.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던 아이들도 로봇에 관해서는 관심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해가는 단계를 밟을 수 있죠.”

로봇은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할 수 있어 자폐아 치료와 훈련의 보조 도구로 적합하다.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동현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산업화다. 앞으로도 후속 연구를 수행해가겠다는 그의 결단이 아름다운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의학의 미래를 변화시킬 의료 로봇 -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

김미정 교수가 의료 로봇에 관심을 둔 것은 지난 2011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재활의학과 관련한 의료 로봇 개념은 희박했다. 그러나 본교 공대와 인연이 닿으면서, 전통적인 재활의학에 집중했던 그녀의 시야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의학의 미래를 변화시킬 의료 로봇 -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

“재활의학과의 치료 기준은 완치가 아닌 개선입니다. 한 번 입은 장애는 되돌릴 수 없어요. 그래서 이를 어떻게든 나아지게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활 치료를 하다 보면 한계를 많이 느껴요. 잔존하는 장애를 대체하거나, 남아 있는 기능을 보완해야 합니다. 의료 로봇이 그 대안이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뇌성마비 환아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로봇 연구에 참여하면서 의료 로봇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김미정 교수. 최근에는 로봇공학과 한창수 교수 연구팀과 자세 제어 로봇 연구에 동참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개발한 로봇은 현재 식약처 임상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함께하며 인체의 구조와 원리에 관한 자문과 연구 등을 수행했다.

“로봇 연구는 ‘공학의 완전체’라고 일컬을 정도로 전자와 기계,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의 다양한 기술이 활용됩니다. 그런 점에서 본교 공대라는 훌륭한 자원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에요. 지금도 환자의 상태별로 동작 분석을 해서 맞춤형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머지않아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김미정 교수의 재활 의료 로봇 연구를 소개한 KBS 특집 다큐의 한 장면기존 재활 치료는 치료사들이 매뉴얼에 따라 일대일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치료사의 실력에 따라 치료 경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이 등장하면서 치료사의 역량 차이는 물론 시공간의 한계까지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 로봇이 보편화되면 재활의학과의 처방 내용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특정 로봇을 어떻게 세팅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어떤 훈련을 할 것인지 처방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 될 거예요.”

김미정 교수는 “앞으로는 의료 로봇이 대세”라고 강하게 전망한다. 공학적 지식은 이제 의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될 터.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의료 로봇이, 미래의 병원 풍경을 어떻게 바꾸어갈지 궁금하다.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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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학과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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