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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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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심장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손길 - 박진규 심장내과 교수

심장은 예로부터 생명 그 자체를 뜻했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박진규 교수는 생명이 멀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지지 않도록, 환자들의 아픈 심장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뛰고 있는 심장처럼 환자를 향한 그의 마음도 열심히 채워지고 있다.

글. 황원희 사진. 김지원

박진규

환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의사

지난 2015년 심혈관과 전신 혈관의 진단은 물론 내과적 중재 시술과 외과적 수술까지 가능한 복합 진료 시스템인 하이브리드 수술 시대가 열리면서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최신 장비와 무균 수술실의 도입은 물론 부정맥 시술을 위한 전문 의료진을 충원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서 부정맥 시술을 담당하는 박진규 교수도 한양대학교병원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시술적 치료를 통해 부정맥의 완치를 돕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부정맥 치료 방법이 다양해졌어요. 이전에는 부정맥 치료를 위한 약 자체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위한 시술도 거의 없었거든요. 최근 들어서야 부정맥 치료를 위한 시술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부정맥 환자분들은 몇 시간의 시술만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어요.”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불규칙하게 되는 심장 질환의 한 종류이다. 60대 이상의 경우 100명당 4명 정도가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심방세동을 앓고 있고, 80대 이상의 경우 10명당 1명이 부정맥을 앓고 있을 정도로 환자의 연령층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심방세동은 노화 현상의 하나로 나타나는 질환이에요. 인간의 힘으로 노화를 막을 수는 없듯 질환 자체를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죠. 다만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병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건강한 삶을 이어 갈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가끔 발생하는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해 평생 약을 먹는 불편함 대신 시술적 치료 한 번으로 병이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박진규 교수는 환자의 완쾌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다시 진료실을 찾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부정맥 환자가 시술적 치료를 받은 후 완치가 되면 더는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공 심장 박동기를 장착한 환자가 아닌 이상 시술 후에도 계속 제 얼굴을 마주하는 환자가 있다면 아직 병이 완치되지 않았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환자가 병원을 계속 방문하는 일이 마냥 좋지만은 않죠. 부정맥은 무소식이 희소식이에요.”

호기심이 진솔함으로 물드는 순간

박진규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인체에 대한 궁금증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의과대학에서 배운 심전도학은 심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박진규 교수는 환자들의 아픈 심장을 어루만지는 심장내과 의사가 되었다.
“진단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CT나 MRI 등 다양한 영상 장비를 활용해 각종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부정맥은 심전도 검사 하나만으로 대부분의 진단이 가능하죠. 과거부터 이어져 온 진단 도 구인데 A4 용지 한 장에 보이는 기록만으로 복잡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간단한 진단 도구로 복잡한 해석을 내놓는 과정이 힘들지만 재미있거든요.”

심전도의 매력에 빠져 심장내과 의사를 업(業)으로 삼게 된 박진규 교수이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마주할 때면 그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응급환자 중에서도 특히 젊은 환자를 볼 때면 마음이 더 아파요. 치료를 잘 받아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환자들도 만나게 되니까요.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요.”

박진규 교수는 부정맥 치료 자체도 중요하지만, 질환에 대한 환자와 환자 주변 사람들의 인식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정지로 응급실을 찾은 남성 환자가 있었어요. 응급 수술로 심장은 살렸는데 뇌사 상태에 빠져서 결국엔 세상을 떠났죠. 심정지 상태에서 너무 늦게 병원에 오게 된 경우였어요. 정말 안타까운 건 발견 즉시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처치가 이뤄졌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거예요.”

어린 날 호기심에서 시작된 박진규 교수의 업은 세월이 지나며 진솔함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자신의 만족이 아닌 환자의 삶 그 이후를 생각하는 의사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일

“환자 대부분이 부정맥이라는 병에 대해 잘 몰라요. 이 질환이 얼마나 심각하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낯설어하죠. 하지만 질병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치료도 계획대로 이끌어 갈 수 있기에, 처음 환자를 만나면 항상 부정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져요. 그것이 부정맥 치료의 첫 번째 과정인 셈이죠.”
2016_1112_%ec%86%8c%ec%8b%9d%ec%a7%80_03 부정맥은 낯설다.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부정맥은 친근하지 않다. 박진규 교수는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병이 어떤 병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약을 먹어야 한다면 환자는 병을 이겨내야 할 뚜렷한 동기가 부족한 채로 치료를 이어가게 되고, 의사는 병을 이겨 내려는 의지가 없는 환자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최대한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편이에요. 병에 대한 이해 없이 치료가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질환의 심각성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극복하려는 의욕이 사라질 수 있거든요. 또 대부분 만성질환 환자이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조차 무기력해질 수 있어요. 당연한 일이지만 안부를 묻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환자가 삶의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환자의 마음마저 어루만지는 박진규 교수는 좀 더 많은 환자가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뇌졸중 환자나 수면무호흡증 환자 등 부정맥과 연관된 질환이 꽤 있어요. 관련 진료과와의 협업을 통해 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구축한다면 부정맥뿐 아니라 다른 질환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요. 이러한 진료 체계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진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결국, 이 모든 것은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일이니까요.”

의사의 최종 목표는 환자의 건강, 환자의 행복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박진규 교수는 이 목표를 위해 환자의 심장을 규칙적으로 뛰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덕분에 그들의 심장은 오늘도 건강하게 뛰고 또 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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