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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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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웃어야 얼굴이 웃고 환자가 웃어야 의사가 웃습니다 - 고주연 피부과 교수

‘여드름 피부 세안법’, ‘뾰루지 응급처방’, ‘악건성 피부 보습에 좋은 모이스처라이저’ 등등, 한 포털사이트 지식인을 보니 피부 관련 질문들이 넘쳐난다. 그만큼 피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하는 것일 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고주연 피부과 교수는 피부 건강을 되찾아 환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되찾아주는 피부웃음전도사다. 피부가 웃어야 비로소 얼굴이 웃는 거라고 그녀는 말한다.

글. 임지영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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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슈바이처 위인전에서 찾은 숙명

“안녕하세요? 병원 오시는데 춥진 않으셨어요?”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환자를 맞는 고주연 피부과 교수에게는 보 는 이들에게까지 활기를 전염시킬 것 같은 특유의 ‘에너지업’ DNA가 있다. 상처 재생과 레이저 치료에 있어서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로 꼽히고, 미래의 피부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배울 점이 많은 선배이자 스승으로 인식된다.
17_소식지_2016_01+02고주연 피부과 교수는 KBS <비타민>,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SBS <뉴스> 등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스타 닥터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KBS <비타민>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EXID의 하니에게 얼굴 부위 별로 ‘두 개의 비누를 사용하라’는 피부 관리 비법을 전수해 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관심의 영역이 폭넓었던 그녀는 어린시절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아이였다. 인물전, 위인전을 즐겨 읽던 그녀에게 유독 와 ‘꽂힌’ 것은 <슈바이처>였다. 책으로 읽고 감동을 느낀 슈바이처 박사의 사명감과 봉사 정신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하지만 대학 진학 을 앞두고 있을 무렵, 그녀의 관심은 온통 개발과 엔지니어링에 쏠려 있었다. 남다른 도전, 실험정신에 잠시 함몰되어 공대에 진학했다 1년 만에 방향을 선회한 데에는 ‘조금 늦더라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는 열망이 크게 작용했다. 다시 시험을 치뤄 의대에 진학한 그녀는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어릴 적 <슈바이처>를 읽으면서 어렴 풋이 느낀 숙명을 본과에 들어서면서 깨달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예과보다 본과에서 더욱 공부를 잘했고 장학금을 받으며 차석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누렸다.
“본과로 진학해 병원을 돌고 직접 환자들을 만나면서 더욱 재미있어졌어요. 크든 작든 결국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잖아요? 갈 길을 제대로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전공을 피부과로 정한 것은 그녀가 피부에 관심이 많은 여자라서가 아닌, 피부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라고 생각해서다.

“피부는 건강면에서나 미용면에서나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부위인 만큼 누구나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특히 질환이나 콤플렉스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요.”

피부는 건강, 영양, 노화상태를 일러주는 바로미터

19_소식지_2016_01+02피를 말리거나 분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가 없는 대신, 눈에 보이는 트러블로 신경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환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피부과 전문의의 최대 고비다. 빠른 시기에 눈에 띄게 좋은 효과를 본 환자는 그만큼 기뻐하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는 심리적인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낙담하거나 화를 내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의사에게 피부과질환 진료와 치료는 ‘감정 노동’이 수반되는 과정이다.
“빠른 경과에 만족하시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두고 추이를 지켜보며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의 경우 인내심을 잃고 감정이 폭발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니까요. 그 점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흉터나 상처는 치료하면 언젠가는 좋아질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환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까지 해소해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차라리 의사의 진료와 처방에 따르면 좀 더 쉽게 나을 것을, 조급한 마음에 상처나 질환 부위를 건드리다가 환부를 더 키우기도 한다. 개인병원은 점이나 기미를 없애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대학병원인 만큼 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찾는 환자들이 많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로서 자부심과 보람도 느끼지만, 가끔 인내심을 잃고 돌발행동을 하거나 내원을 중단하는 환자를 경험하게 되면 의사로서 솔직히 속이 상하는 건 사실이다.

“물집질환같은 자가면역계 이상으로 인한 피부질환은 아무리 국소 부위라 할지라도 장기치료를 요하는게 사실이에요. 독한 치료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거나 내원빈도에 비해 가시적 효과가 떨어진다고 중도포기하신 환자가 있었어요. 한의원도 가보고 산속 에 들어가 민간요법을 쓰기도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결국 상태가 더 악화되어 다시 병원을 찾으셨어요.”

어렵사리 다시 병원에 발걸음을 한 그 환자에게, 고 교수는 처음과 똑같이 ‘인내’를 강조했다.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없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 것. 그 대신 의사를 믿고 따라주면 분명 거울을 보며 웃게 되는 날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십 년 만에 물집질환을 치료한 그 환자가 이제는 딸과 함께 그녀를 찾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른 세월의 무게만큼, 그리고 조용히 지켜진 약속만큼 어느덧 탄탄한 신뢰가 쌓인 것이다.

“일 년이면 만 명이 넘는 환자를 봐요. 그 중에는 물집질환이나 루푸스처럼 장기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도 상당수 있지요. 아마 저만큼 많은 물집질환, 루푸스 환자를 치료해본 의사도 많지 않을 거예요. 성급한 개선효과에 집착한 나머지 속 끓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걸릴 뿐, 피부 질환은 언젠가는 치료가 되는 병이니까요.”

웃음 찾은 환자들이야말로 가장 큰 에너지의 원천

22_소식지_2016_01+02 그녀는 피부 또한 이해와 소통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 으면 악화되고, 상태를 이해 못하면 나빠진다. 피부는 체내건강과 노화 정도까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에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피부 관리법이요? 아주 간단해요.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수분과 자외선 차단.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무리 흐린 날이더라도 모이스처라이저와 자외선 차단제는 꼭 잊지 마세요. 모이스처라이저는 피부가 촉촉해질 정도로 듬뿍, 자외선 차단제는 진정한 차단 효과를 위해 자주 덧발라주시는 게 좋아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은근히 어려운 팁. 어쩌면 우리는 너무 적은 모이스처라이저와 단 한 번의 자외선 차단제로 그동안 엉터리 피부 관리를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더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에요. 당연히 피부에도 적이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충분한 물을 섭취한다면 금상첨화고요. 건강한 피부를 지키려면 뭐니 뭐니 해도 즐겁게 사는게 최고예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바쁜 일정 속에서 가끔 시간을 훔쳐 즐기곤 하는 운동과 영화는 그녀에게 숨 쉴 틈을 허락하는 유일한 취미이자 오아시스다. 최근에는 영화 <암살>과 <사도>를 극장에서 봤다. 암실에서 가진 두 시간여의 휴식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여가를 즐길 여유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연구에 몰두하려고 해요. 레이저기기를 만드는 회사와 현재 함께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요. 논문이 빨랫감처럼 밀려있는 상태죠 (웃음). 부지런히 논문을 써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지금은 시간이 더 주어진다 해도 하고 싶은 일이 없네요.”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해외 연수는 고 교수에게 새로운 도전 플랫폼이다. 공부도 맘껏 하고 싶고 이 참에 글로벌 인맥도 쌓아 앞으로 국내 의료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픈 생각이다.

“피부병리를 더 연구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은 이미 세계 정상급에 도달해 있어요. 문제는 진단이에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하는데, 조직 검사를 얼마나 잘 판독하느냐가 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피부병리와 함께 우리병원의 강점인 류마티스 관련 피부질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볼 생각이에요.”

환자가 좋으면 의사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천상 의사 고주연 교수. 울상으로 대기실에 앉았다가 환한 얼굴로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의 웃음꽃은 오늘도 그녀를 웃게 하는 엔도르핀이자 힘찬 발걸음으로 병원 곳곳을 누비게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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