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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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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희망을 재건하는 사람, 김연환 한양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

다쳐서 생긴 상처나 사고로 결손된 신체 복원, 선천적 기형을 가진 환자들의 신체 모양과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성형’ 분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신체 부위를 담당해야 하는 광범위하고 실력을 요하는 미세수술 분야다. 몸에 퍼져있는 미세한 혈관들을 찾아 생명의 끈을 잇고, 손상된 부위에 피부를 이식해 신체를 재건(Reconstruction)하는 일에 몰두하는 김연환 성형외과 교수는 자신의 손길로 삶의 희망을 얻는 환자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재건성형 분야가 자신의 천직이라 확신한다.

글. 이지연 사진. 정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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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세계를 향한 ‘최고’라는 꿈

13_소식지_2015_09+10파란 수술복을 입고 마스크를 낀 김연환 교수가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4시간에 걸친 하지재건술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수술이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1시간가량이 더 걸려 지칠법한데도 그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마치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하고 결승점에 돌아온 마라토너 처럼 숨은 가쁘지만, 행복함이 만연한 모습이었다.

“수술이 아주 잘 됐어요. 자가조직을 이식한 재건술이었는데요. 성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큰 수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조직을 받아서 이식하지 않고, 환자의 신체 중 일부를 떼어 다리 쪽에 이식한 수술로 피판술 또는 미세 현미경 수술이라고 합니다.”

이날 진행된 수술은 어렸을 때 사고로 무릎 아래쪽이 절단된 환자가 의족을 착용하기 수월하도록, 옆구리의 살을 떼어 튀어나온 뼈를 감싸는 수술이었다. 김연환 교수는 이식을 위해 떼어낸 신체 부위의 미세혈관을 다리 쪽의 혈관과 연결해야 하기에, 수술용 현미경을 사용하고 초고도의 집중 상태가 필요했음을 덧붙였다.

“미세수술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그 중 동맥에서 나와 피부로 올라오는 아주 가는 미세혈관을 이용한 술기를 천공지라고 해요. 천공지는 환자의 근육이나 신경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도 이식이 가능하고, 덧댄 피부 자체가 얇아 모양이 예쁘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각광받고 있는 재건수술이에요.”

김연환 교수는 천공지 피판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클래스라며, 그 중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는 옆구리 쪽인 흉배 천공지를 이용한 미세수술의 리딩그룹에 속함을 강조했다. 그의 말마따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에는 김연환 교수의 스승이자, 미세수술 분야의 권위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복벽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의 권위자인 안희창 교수를 비롯해 흉배 천공지를 이용한 두경부 재건에 능통한 김정태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스승들의 수술을 보며 재건성형분야 전문의를 꿈꿔온 김연환 교수의 목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하지재건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다. 훗날 자신의 입으로 ‘꿈이 실현되었다’는 말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연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의사 정신’에 매료된 공학도

“아주 어렸을 때는 공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로봇과 관련된 분야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매력을 느껴 실제로 공대에 진학했어요.”

김연환 교수가 공대 1학년을 마치고 진로를 바꾸기 위해 다시금 전쟁터 같은 입시 현장으로 돌아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손을 다쳐 봉합술을 받은 아버지가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 치료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 봉사와 사랑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정신’을 발견했고, 곧 그것에 매료됐다. 남들이 늦은 때라고 만류했지만, 김연환 교수는 의대진학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1_소식지_2015_09+10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의대는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서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죠. 멀쩡히 잘 다니던 대학까지 그만뒀으니, 합격에 대한 부담감도 컸고요. 운이 좋아서, 운명처럼 의사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아버지의 일을 겪으며 정형외과 전공, 그중에서도 손(Hands) 파트를 전공하려 했다는 그는 인턴시절, 위에 언급했던 두 스승의 수술 장면을 보면서 어린 시절 관심 가졌던 공학과 의술의 만남이 이런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없는 조직을 만들어주고 손상된 신체 부위를 재건하는 의사가 된다면 낙심했던 환자의 삶에 편리함과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의사의 그림에 성형외과가 더 맞는 것 같아서 노선을 바꿨죠.”

하지만 아들이 미용성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그의 아버지는 오래도록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오해가 풀린 것은 김연환 교수의 레지던트 시절이다. 갈아입을 속옷과 셔츠를 들고 병원을 찾았던 그의 아버지가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얼굴을 2시간 가까이 꿰매고 있다는 아들의 상황을 전해 듣고 나서였다.

“아직도 일반인들의 인식에는 제가 진행하는 다리 쪽의 큰 재건수 술들이 정형외과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뼈가 아닌 부분, 예를 들어 우리 몸에 있는 조직이 결손 됐다거나, 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성형외과에서 치료와 수술을 진행하죠. 성형외과에서 미세 재건수술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있어서 종종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실력을 쌓는 노력은 ‘환자’를 위한 것

김연환 교수의 하루는 꽉 짜여있다. 수술과 외래진료가 없는 날에는 강의와 연구 스케줄로 빡빡하다. 이런 그의 일과가 말해주듯 김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미세수술을 기반으로 60여편의 논문을 작성해 외국저널에 기고하는 근면·성실함이 돋보이는 사람이다. 2011년엔 ‘2,398례의 표재성 지방흡입술 후 발생한 합병증의 후양적분석’,‘혈관병변 환자에 있어 천공지 피판을 이용한 하지재건’ 등의 연구 논문을 통해 미국의 인명연구소 ABI와 영국의 국제인명센터 IBC에 동시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또한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미용성형외과 학회 등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세계 최고의 하지재건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2_소식지_2015_09+10

“때때로 이 정도면,열심히 살고 있구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다가도 더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동료 선생님들을 볼 때면 자극을 받아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인성과 실력이 갖춰진 의사인데요. 실력이 없는 의사는 최고가 될 수 없을뿐더러, 좋은 의사도 될수 없죠. 저 역시도 실력있는 좋은 재건 의사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약한 사람들, 다쳐서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되새긴다는 김연환 교수. 또 하나, 언제나 ‘내 동생, 내 어머니, 내 아버지’를 수술한다고 생각한단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정확하고 빠른 수술로 시간을 단축하려는 그만의 노력이자, 환자가 더욱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의 밑바탕이 된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고 친절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엄격하고 가장 혼을 많이 내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가장 우선에 두는 그의 깊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성형외과에는 미용성형만이 아니라 성형외과의 가장 큰 분야이기도 한 재건성형 분야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재건수술을 망설였던 환자가 “수술받기 잘했다”고 말할 때 성형외과 의사로서 가장 뿌듯하다는 김연환 교수. 그가 누군가의 삶에 한 줄기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재건성형외과의’를 천직이라 스스럼없이 말하는 이유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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