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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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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의사’의 약속, 전형준 신경외과 교수

전형준 교수는 참으로 끈질기게, 그리고 치열하게 정진하는 사람이다. 진료실에서든 수술실에서든 연구실에서든 컨퍼런스 강단에서든, 그의 신경은 늘 환자 곁에 있어 왔다. 예기치 못한 불행과 고통이 산재하는 세상에서 이런 의료진을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다.

글. 윤진아 사진. 김재이

‘천상 의사’의 약속, 전형준 신경외과 교수

이토록 집요하고 솔직한 질환과의 전면전

전형준 교수의 철학은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이 확고한 원칙이 많은 생명을 구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크게 다쳐 머리가 찢어진 경험이 있는 전형준 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예 피를 못 보던 소년이었다. 피가 무서워 의대 진학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그가 의대생이 됐다. 본과 1학년 해부학 교실에서 카데바(Cadaver)를 만질 엄두가 안 나 안절부절못하던 그에게 선배들은 ‘다른 진로를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짜 포기하고 나가야 하나, 고민 많이 했죠. 지금은 그 숱한 고비를 넘기고 신경외과 의사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사람 목숨을 살리고 고통을 덜어주는 직업이 어디 흔한가요?”

그는 첫 수술을 집도했던 환자를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젊은 환자는 류마티스를 오래 앓아 심한 목 통증을 호소했고, 전형적인 경추 불안정증 증상을 보였다.

‘천상 의사’의 약속, 전형준 신경외과 교수

“몇 차례 상담 끝에 수술을 결정하면서 주치의인 제게 ‘이런 수술을 많이 해봤냐’고 묻더라고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선한 거짓말 대신 ‘당신이 처음’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는데, 저를 믿고 수술을 결정하셨어요.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경과도 좋아 정말 고맙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 환자 덕분에 더 많은 경추 불안정증 환자들을 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전형준 교수는 환자들에게 ‘솔직한 주치의’, ‘사실대로 알려주는 의사’가 되어 ‘이 의사 말은 믿어도 된다’는 신뢰를 안기고자 노력한다. 실제로 “수술 중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렇게 해결해나가면 될 것 같다”고 말해주는 그에게 환자들도 두터운 신뢰를 보낸다. 환자 곁에서 온 힘을 다해 병인을 찾아내고, 떼어내고, 마침내 고치겠노라는 의사의 약속만큼 큰 위로가 또 있을까. 병을 고치는 데는 의사의 노력만큼이나 환자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전형준 교수는 “의사와 환자가 각자의 몫을 다하면 건강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길 또한 멀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 열심히 진료하고 치열하게 연구해 환자들에게 굳건한 신뢰를 안기겠노라는 약속에도 왠지 믿음이 갔다.

경추 불안정증 분야의 선두 주자

‘천상 의사’의 약속, 전형준 신경외과 교수전형준 교수에게는 ‘경추 불안정증 수술 분야를 이끄는 젊은 주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경추 불안정증은 널리 알려진 질환은 아니다. 7개의 경추(목뼈) 가운데 1번과 2번은 너트와 볼트 형태로 맞물려 있고, 5개의 가느다란 인대와 관절로 연결돼 있다. 보통 1번 경추의 전방고리 후면과 2번 경추 전방 간 거리는 3㎜ 미만을 유지한다. 둘 간격이 5㎜ 이상 벌어져 움직임이 과도해질 경우 ‘경추 간 불안정증’이라고 한다. 간격이 10㎜ 이상 벌어지면 후방의 척수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류마티스 질환을 오래 앓거나 치료약을 먹으면 주변 인대가 약해져 1,2번 경추가 정상적인 간격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초기엔 고개 돌릴 때 경추통이나 후두부 통증을 호소하는 정도지만, 병이 깊어져 척수신경이 압박되면 마비 등의 신경학적인 결손이 발생할 수 있어요. 걷기가 불편해지고 잡은 물건을 놓치는 일이 빈번해질 땐 곧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전형준 교수는 “보존적인 치료로 통증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종국에는 수술적인 치료를 요하게 된다”며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하면 환자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확률도 높고 합병증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1년에 한 번, 경추 X선 촬영을 하면 경추 불안정증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경추통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촬영을 통해 불안정증 발생을 체크하길 권합니다. 류마티스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뼈가 잘 만들어지지 않고 뼈 조직도 약해지기 때문에 1,2번 경추 간격이 7㎜ 이상이라면 빨리 수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적인 경추 검사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환자 고통 덜기 위한 부단한 한 걸음

전형준 교수는 의심과 분석, 검증과 임상 적용을 거듭하며 쉬지 않고 새 길을 연다. 숨을 쉬고 밥을 먹듯 연구하고 논문을 써왔으니, 누구보다도 무기가 많은 셈이다. 2017년 신경손상학회에서 「제1,2 경추 간 유합술을 위한 극돌기간에 메쉬 심지를 이용한 고정술의 효과」라는 논문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1,2 경추 간 유합술은 극돌기 간 골유합이 중요한 인자이지만, 자가골을 이용한 경우가 아니면 골유합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자가골 이식은 합병증이 있을 수 있어 대체재가 필요한데, 메쉬 심지를 이용하면 골유합 확률을 높이고 안정성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요.”

인터뷰 내내 전형준 교수는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언제 실려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천상 의사’의 약속, 전형준 신경외과 교수

“환자는 의사의 지식과 능력만큼 회복되는 법이죠. ‘단 하루만이라도 고통 없이 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환자들의 하소연은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내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것 들을 발견하고 검증하고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겁니다.”

그는 연구실에 들어설 때마다 떨리고 설렌다. 피 보기가 어려워 심호흡을 거듭해야 했던 의대생 시절에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도, 전형준 교수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본을 잊지 않으며 환자들에게 희망의 약손을 건넨다. 그것이 그의 사랑 실천 방식이다.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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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 전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