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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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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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린다는 가치, 안병규 외과 교수

생명이 위독한 급성기 환자부터 암 환자까지, ‘사람을 살리는 진료과’라는 데 매료되어 외과를 선택했다. 사람을 살린다는 것. 의사로서 그 이상의 보상은 없다고 생각하는 안병규 교수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비켜서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글. 윤진아 사진. 김지원

사람을 살린다는 가치 - 안병규 외과 교수

천상 의사 안병규

학창시절, 우연히 한 의학드라마를 보고 의사에 대한 동경이 싹튼 게 시작이었다.

“드라마 배경이 외과 의국이었죠. 예나 지금이나 외과는 전쟁터나 다름없어요. 어린 마음에 TV로 볼 땐 참 멋있게 보였는데, 전공의가 되고서는 환자도 수술도 너무 많아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환자분들께 말 한마디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데, 극도로 피곤한 제 상태 때문에 마음처럼 못 챙겨드려 안타까웠어요.”

의사 가운을 처음 입었을 때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다짐을 지금도 매 순간 되뇌고 있다. 한 사람, 한 가정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안병규 교수는 대장(직장)암, 복강경·로봇수술, 탈장수술, 염증성 장질환, 외상 분야 전문의다. 초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률은 높은 대장암은 국내 암 사망원인 3위이자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최근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안병규 교수는 향후 복막 전이 환자의 선진 치료기술인 ‘세포용적감퇴술 및 복강 내 온열화학요법치료(Cytoreductivcy Surgery with HIPEC)’를 도입, 복막전이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안병규 교수는 이강홍 대장항문외과 교수와 함께 ‘AFAP1’이라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 소실이 대장암의 조기재발 위험을 높인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2016년 미국대장항문학회, 2010년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시상하는 우수연구상을 수상했다.

요즘은 ‘NGS’(Next Generation Sequence)라는 최신 유전자 분석기법을 이용해 복막전이와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대장암 재발과 복막 전이에 관여하는 유전자 선별 검사법을 개발하면, 재발 위험을 예측하고 방어함으로써 대장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과 더불어 인간을 고치고 나아가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안병규 교수가 앞으로 또 얼마나 가슴 설레는 드라마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암 완치를 향한 끝없는 도전

사람을 살린다는 가치 - 안병규 외과 교수

어떤 질환이든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때 이뤄져야 생존율과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 암은 더더욱 그렇다. 한양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항문외과 이강홍, 안병규 교수팀을 중심으로 소화기내과 윤병철, 이오영, 이항락, 이강녕 교수팀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유기적인 협진을 펼치고 있다.

응급수술을 요하는 환자가 많은 만큼, 한양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는 월요일 오전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대장항문 전문가인 이강홍 교수와 안병규 교수가 교대로 진료를 본다. 두 명의 교수가 환자를 보지만, 한 명의 주치의가 진료하는 것과 같은 표준화된 치료 시스템은 한양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의 자랑이다

“교수마다 수술법과 치료방침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두 교수가 교대로 진료하지만, 단일화되고 표준화된 수술기법과 치료계획을 면밀히 공유하기 때문에 한층 체계적인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 환자 진료의 연속성도 유지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의사에게 치료를 받더라도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요.”

최신 수술기법 도입과 표준화된 치료 시스템에 힘입어 한양대학교병원 대장암 환자의 5년 무병 생존율은 2005~2010년 기준으로 1기 96%, 2기 84.3%, 3기 75.3%로 평균 79.7%를 기록했다. 전국 각 병원의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수술 후 환자 관리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겐 신체적인 치유 못지않게 암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치유가 중요해요. 이를 위해 한양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는 정서 안정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령, 대부분의 수술 환자가 수술 다음 날부터 조기 보행 및 경구섭취를 시작하고 있는데요. 이는 면역력을 높이고 금식기간을 단축함으로써 합병증 빈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요. 조기 회복, 조기 퇴원과 더불어 합병증 없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 특히 ‘완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립니다.”

환자 맞춤형 1:1 교육을 통해 환자들의 정신적 충격을 완화해주는 노력도 병행한다. 한양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겪게 되는 식습관 및 배변습관의 변화, 항암치료를 받으며 발생하는 여러 합병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상담으로 회복기 환자들의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마음 치유하는 외과 의사

잘 고치는 의사 그 이상으로 환자를 잘 이해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안병규 교수는 “경험이 쌓이면서 뭐가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환자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살린다는 가치, 안병규 외과 교수 사람을 살린다는 가치, 안병규 외과 교수

“환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겁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환자들이 편안하고 안심하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끔 배려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순간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명약이 되기도 하거든요. 의사가 환자에게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지는 환자가 단번에 알아봐요.”

그는 의사다. 그리고 몸의 질병과 더불어 마음까지 치유하고 싶어 하는 따뜻한 사명을 지닌 사람이다. 외과 의사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불려 나오고 응급수술도 부지기수로 생긴다. 그야말로 시간, 체력과의 싸움이다. 온 세포가 병원에 집중돼 있다 보니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여유가 없지만, 후회는 없다. 당장 죽을 것만 같던 환자들이 소생해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노라고 했다.

인터뷰를 채 마무리하기 전, 예정에 없던 응급수술 호출을 받은 안병규 교수는 못내 미안한 얼굴로, 그러나 일말의 주저 없이 급히 자리를 떴다. 단 몇 분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잰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이 믿음직하게 보였다.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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