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목록으로 이동

아픈 어깨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 이봉근 정형외과 교수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명제는 건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인체의 형태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골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골관절질환. 이봉근 교수는 삐걱대는 환자들의 일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치료와 더 나은 치료 방안을 고안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이봉근 정형외과 교수

미소가 친근한 어깨 명의

이봉근 교수는 이른바 ‘어깨 전문가’다. 정형외과의 수많은 세부 분야 중에서도 어깨뼈와 위팔뼈 사이의 관절을 지칭하는 견관절(어깨관절)이 전문 분야다. 특히 그는 어깨의 힘줄에 해당하는 회전근개질환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종의 내시경인 관절경을 통해 파열된 부분을 봉합하는 것은 물론 인공관절 수술도 병행한다.

인체의 일부인 어깨 하나에도 시행할 수 있는 수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는 대중이 익히 아는 대표적인 어깨질환인 오십견이나 류마티스관절염도 담당하고 있다. 수부를 전공했던 그가 견관절로 전문 분야를 전환한 것은 은사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은 비교적 늦게 발달한 영역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에 어깨 전공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은사님의 권유로 어깨를 새롭게 공부하기 시작했죠.”

지금이야 어깨 수술이 정착한 것은 물론 점차 발전하는 추세에 있지만, 당시만 해도 회전근개 파열을 치료하는 역행성 어깨인공관절 치환술을 비롯한 다수 어깨 수술이 도입 단계에 있었다. 이 때문에 그가 느끼는 긴장감도 남달랐다. 요즘은 많은 의사가 비슷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이란 어렵게 여겨지게 마련. 두터운 책임감 위에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갔고, 2010년 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최초의 어깨 전문 임상교수로 부임했다.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골관절외과장이기도 한 그는 월간 <헬스조선>의 대학병원이 추천한 ‘설명 잘하는 의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루에 수시로 회진을 돌며 환자와 소통하는 것은 물론 외래 진료를 할 때도 환자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주려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병원을 오가며 마주치는 환자들이 그에게 유난히 반가움을 드러냈다.

더 나은 진료를 위한 꾸준한 연구

이봉근 정형외과 교수

어깨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던 환자들이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볼 때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 스포츠가 보편화하면서 정형외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 빈도가 잦아지는 퇴행성질환도 무시할 수 없다. 기계가 오래될수록 닳는 것처럼 몸도 세월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많은 분이 생각하기에 ‘정형외과에는 운동하다가 다쳐서 온 젊은 환자들이 많겠다’ 싶겠지만 실제로는 퇴행성질환을 겪는 어르신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퇴행성질환 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임상과 별개로 연구개발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힘줄을 꿰매는 데 사용하는 수술 기구를 국산화 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의료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산 의료 기구 수요는 갈수록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국산 의료 기구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해에는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독특하게도 그는 의과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에서 1년을 보냈다.

“한국의 임상의학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이제는 기초의학도 발달해야죠. 미국에서 인공관절을 디자인하는 공학자와 함께 관절의 생역학을 연구했습니다.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질환이 있을 때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연구에 관한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익혔죠. 제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꼈던 점 위에 적용 가능한 테크닉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인공관절 역시 대다수가 외국산”이라고 말하는 그는 “최근에는 국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한다. 논문이 점차 쌓이다 보면 지식이 형성되기 마련. 그는 지식의 축적이 새로운 인공관절 개발의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지식을 하나씩 더해가는 과정이다.

봉사와 도전의 여정

정형외과 이봉근 교수선비 같은 인상을 지닌 그에게도 독특한 이력이 있다. 여러 생활·의학 프로그램에서 자문의로 출연했던 그는 EBS <세계테마기행>에 큐레이터로 참여해 직접 캄보디아로 날아가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오지에서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일까. 이봉근 교수가 출연한 ‘자연 그리고 인간의 땅, 캄보디아’ 편은 그 해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덕분에 그는 2014년 EBS 연말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캄보디아행 권유가 들어온 데에는 캄보디아와의 남다른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2014년 7월,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봉사팀을 이끌고 본교 동문사회봉사단 ‘함께한대’와 함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진료 봉사를 다녀왔던 것. ‘한국에서 진료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는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열심히 진료에 나섰으나, 아무래도 모든 것이 갖추어진 병원과는 달리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생애 첫 해외의료봉사. 하지만 그는 함께 봉사활동을 떠난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개방성 골절을 앓는 한 환자의 경우, 몇 년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리뼈가 드러난 채로 지내고 있었어요. 한국으로 데리고 오려니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해 행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의료진이 모금을 시작했어요. 현지인들도 십시일반 참여했고, 부족한 비용은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지원했죠. 덕분에 그 환자는 캄보디아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6년간 주말도 방학도 반납하고 국내 각처에서 의료 봉사를 했던 경험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내공을 키워주었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의 자질은 환자를 향한 끝없는 이해와 공감이다. 이는 ‘환자 중심 치료’를 지향하는 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훗날, ‘가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봉근 교수.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지친 어깨까지 보듬을 수 있는 따스한 마음도 있어야 할 터. 그렇게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타협하지 않는 기준을 세워두고 매일 성장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해와 공감을 배경으로 많은 환자의 어깨를 보듬는 명의로서 우리 곁에 든든히 자리하길 바라본다.

2017.11.02

관련의료진
정형외과 - 이봉근
태그

#어깨 , #인공관절 , #회전근개질환 , #오십견(동결견, 유착성 관절낭염) , #골절 , #퇴행성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