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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도 아름다운 ‘소우주’와의 전면전, 김현영 신경과 교수

1.3kg에 불과한 회백질 덩어리인 인간의 뇌는 김현영 교수에게는 우주와 같다. 상상 이상으로 방대하고, 대부분은 미지의 영역인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복잡한 조직이다. 그런 뇌를 맡긴다는 건 의사를 믿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김현영 교수는 환자와 더 뜨겁게 공감하고, 더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

글. 윤진아 사진. 이승헌

안녕하세요, 선생님 - 김현영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인간의 뇌,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의

뇌졸중, 어지럼증, 두통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김현영 교수는 전공의 시절부터 의학적으로 정복하지 못한 인간의 뇌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본과에서 생리학과 해부학을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의학의 매력에 빠졌죠. 신경과로 진로를 결정한 것도 그때였어요. 김주한 교수님과 김승현 교수님께서 임상적인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주시기도 했고, 실습을 돌면서 은사님들이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지켜본 게 큰 울림이 되어줬습니다. 앎에 있어서, 그리고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아주 작은 빈틈도 허락하지 않았던 은사님들 덕분에 저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습관을 체득한 것 같아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장을 맡고 있는 김현영 교수는 후배들이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감하면 한 번 생각할 걸 두 번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질환에 대한 접근방식과 치료방법도 달라질 수 있거든요. 특히 뇌졸중은 경과가 좋다가도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될 수 있고,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재발 위험이 있는 질환이에요. 환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어떤 약물보다도 중요하죠.”

김현영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손상이 오고, 그에 따른 신체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침묵의 저격수’, ‘시한폭탄’, ‘돌연사의 주범’ 등으로 불리는 뇌졸중은 암, 심장질환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지금껏 많은 죽음과 마주했지만, 김현영 교수는 첫 사망선고를 내린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전공의 시절 어느 날, 뇌졸중으로 병원에 실려와 햇병아리 레지던트 곁에서 유명을 달리했던 한 환자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치료했지만, 이른 아침 환자는 결국 숨을 거뒀다. 맥없이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며 김현영 교수는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숭고한 일인지를 뼈저리게 곱씹었다고 했다.

김현영 교수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또한 “의사는 가장 위급한 상태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과 삶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픈 이들을 대하는 모든 순간, 김현영 교수는 그 긴긴 아침 천 번도 넘게 보았을 환자의 얼굴을 떠올릴 터이다.

세계적 수준의 뇌질환 치료 시스템

김현영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몇 해 전 뇌졸중으로 실려 왔던 40세 남성은 김현영 교수로 하여금 환자들에게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뇌졸중으로 말도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태로 내원한 그 환자는 안타깝게도 미국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한 박사였어요. 창창한 앞길 문턱에서 쓰러져 의사 일을 못 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삶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된 채로 일생을 살게 됐죠. 뇌졸중 환자들은 대부분 성인병을 한두 가지 갖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당뇨가 원인질환이었어요. 분명 입도 심하게 마르고 소변량도 증가하는 등 전조증상이 있었을 텐데, 본인 몸 돌볼 새 없이 공부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거죠.”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상당한 후유증이 남았고, 환자의 삶은 달라졌다. 김현영 교수는 “이렇게 병을 키우는 예비환자가 수없이 많다”고 경고한다.

“뇌질환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질환이지만, 분명 우리 몸은 미리 신호를 보냅니다.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두통이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기저질환들을 평소에 잘 치료하고 대처하는 것이 뇌졸중을 예방하는 최선책입니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3시간 이내에 치료하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지만 6시간을 넘긴다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죽는 뇌세포의 면적이 증가하기 때문에, 증상 발병 후 한두 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가 즉시 진행돼야 후유증이 없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통상 6시간입니다. 환자 발견부터 병원 이송까지,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마비·언어장애·균형장애 등 증상이 다양하고 합병증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과의 의사가 함께 봐야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고요.”

한양대학교병원 뇌혈관팀은 신경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총 5개 과가 협진해 뇌졸중 환자를 돌본다. 매일 모여 회의하고, 수시로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다. 뇌졸중 환자 도착과 동시에 전문 의료진이 진료를 시작한다.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응급실 도착부터 혈전용해제 치료까지의 모든 과정이 1시간 이내에 이뤄진다.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주는 연구

김현영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뇌졸중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의사 중 한 명인 김현영 교수이지만, 아직도 학구열은 의대생 못지않다. 아직까지도 뇌는 사람들이 가장 모르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현영 교수는 현재 대한신경과학회 학술위원, 대한뇌졸중학회 교육위원, 대한두통학회와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 대한치매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병원 일과를 마친 뒤 매일 밤늦게까지 최소 2개의 논문을 읽는 김현영 교수의 목표는 ‘박학다식(博學多識)’이 아닌 ‘심학다식(深學多識)’한 주치의가 되는 것이다.

“바쁜 일정 탓에 어쩔 수 없이 문어발식으로 틈틈이 연구하고 있지만,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노력합니다. 과거 뇌졸중 분야 논문들의 체계적 분석, 환자와 의사의 뇌졸중 예후 평가 비교분석,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뇌졸중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 등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뇌의 기능과 연결구조가 많아요.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우리의 연구도 멈추지 않고 진행될 겁니다.”

 

2017.07.03

관련의료진
신경과 - 김현영
난치성세포치료센터 -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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