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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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첫 의료봉사 현장

눈으로 소통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다

꽃들이 만개했던 지난 4월 8일, 성동구보건소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온 한양대학교병원의 2015년도 의료봉사가 시작됐다. 성동노인종합복지관, 성수종합사회복지관, 옥수종합사회복지관 등 지난 9년 동안 연 6회에 걸쳐 진행해왔던 의료봉사는 올해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을 추가하며 나눔의 폭을 더욱 확대했다. 의료봉사에 동참한 한양대학교병원 10여 명의 의료 진들은 충분치 않은 진료 여건 속에서도 환자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글. 이지연 사진. 김상민

꽃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네

미세먼지와 황사 사이에서도 여전히 봄은 존재했다. 목련, 매화, 벚꽃 무리들은 삭막한 도시를 포근한 빛으로 감싸는 마법을 부렸고, 한바탕 꽃 잔치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에도 꽃이 피었다. 이 좋은 봄 날에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료소 첫 문을 열게 된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들 역시 모처럼의 나들이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30분, 복지관 6층 강당에 마련된 진료소에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복지관 이용자 중 사전 접수를 받은 80여 명과 현장접수자 등 100여 명의 환자들이 꾸준히 줄을 잇기 시작했다. 성동구보건소 방문간호팀이 환자들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해 기본 진료카드를 작성하면, 한양대학교병원 봉사자인 박주리 간호사가 환자와의 간단한 상담을 통해 진료과를 결정 지었고, 봉사자와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해당 진료과로 안내를 받아 진료가 진행됐다. 장애인복지관의 특성상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보호자의 손을 잡고 나타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의료진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몸을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았고,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들의 얼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평소에 배 아플 때 어떻게 아픈지 말해줄 수 있어요?” 가정의학과 박경민 전공의는 사회복지사의 손을 잡고 진료소를 찾은 어린 환자에게 자주 반복된다는 배앓이 증상을 천천히 되물었다. 그러나 지적장애를 가진 환자에게서 원활한 답변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대신 박경민 전공의는 배앓이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내용을 꼼꼼히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의사소통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네요. 이렇게 배앓이를 유발하는 평소 생활습관이나 주의사항을 써서 보호자에게 전달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정작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마음, 환자의 불편함을 헤아릴 줄 아는 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소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1차 진료밖에 해줄 수 없는 의료진의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꽃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네’라고 읊조렸던 일본의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시처럼 그 시간, 진료소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려가 빛나는 순간

07_소식지_2015_05+06오후 3시가 지날 무렵, 강당 안으로 환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비인후과에선 김홍대 전공의가 “이명이 심하다”는 환자를 진료 중이었고, 안과에선 류소정 전공의가 시력검사표를 이용해 간단하게 환자의 시력을 측정 중이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렸던 내과에서는 박은식 전공의가 바삐 처방전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각 과에서 받은 처방전을 들고 환자들이 꼭 거쳐 가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김현진 간호사가 있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였다. “저희는 환자들에게 투약 설명, 약물 유해반응 설명 및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약물 유해반응이 생기면 환자들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매번 의료봉사에 참여해 약물 유해반응 사례 상담 등 의약품과 관련한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죠.” 제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백해무익한 것이 바로 약이기에 김현진 간호사를 비롯한 한양대학교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는 진료소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약물 부작용’에 대한 안내를 잊지 않는다. 바로 그 곁, 약제부에서는 박소현 약사와 이정희 서무계장이 한 조를 이뤄 환자가 건네준 처방전의 약들을 꼼꼼히 봉투에 넣고 있었다. “미안한데 약 봉투에 ‘파스’, ‘눈약’이라고 크게 좀 써주세요. 내가 눈이 잘 안 보여서 안 적어 놓으면 헷갈려요.” 박소현 약사는 나이 지긋한 환자의 요청대로 약 봉투에 큼지막하게 글씨를 적었다. 6년 전에 뇌졸중이 발병해 좌측 편마비를 앓고 있다는 박광수 씨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나와 의료봉사를 한다기에 일찍부터 신청을 했죠. 제가 앓고 있는 뇌졸중은 환자가 노력해야 나아지는 병이라고 해서 평소 복지관에 나와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초반보다는 훨씬 나아졌어요. 진료소는 처음 와봤는데 일단 의사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 몇 마디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네요. 바쁘실 텐데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치유의 시간이 된 소중한 만남

15_소식지_2015_05+066층 강당에 줄지어 선 환자들이 다시 발길을 옮긴 곳은 1층 주차장에 자리한 한양대학교병원 검진차량이었다. 차량 내에서 검진을 담당한 이인재 방사선사는 의료기계 앞에서 다소 긴장한 환자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었다.

“한양대학교병원과 성동구보건소가 함께 1년에 6회씩 지역사회의 복지관 등을 돌면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어요.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자는 뜻으로 벌써 9년 째 이어오고 있죠. 사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일 텐데 다들 제 일처럼 나서서 열심히 하시니, 담당자로서 항상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인분들이 주 이용대상인 일반 복지관을 찾았는데, 올해부터는 장애인복지관 대상의 의료봉사를 한 만큼 소중한 인연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입니다.”

의료봉사 행사를 주관하는 한양대학교병원 사회복지팀의 강희명 계장은 의료봉사 외에도 장애인 및 취약계층을 위한 가정간호시스템, 의료비 지원 연계, 진료비 보조프로그램 등 한양대학교병원의 다양한 의료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오후 4시를 넘긴 시간, 생각보다 환자들이 많이 와서 초반에 당황했다는 안내 봉사자 배지수(한양대 식품영양학과 2학년) 씨는 환자들이 빠져나간 강당을 보며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료진들 역시 “의료봉사의 여건상,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진료의 한계가 있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병원 의료봉사의 힘은 대단한 치료, 대단한 성과를 넘어 ‘환자의 의사의 만남’이라는 이 문장을 통해 환자에게 잠깐의 치유와 안도감을 주는 사랑의 묘약과도 같았다.

Mini Interview

scr_20150430_190318“항상 감사한 마음 뿐 이에요”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최성자 관장

저희 복지관이 생기고 나서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란 걸 잘 알기에 한양대학교병원 관계자들을 만나면 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죠. 오늘 한양대학교병원의 의료봉사를 통해 복지관을 이용하는 성동구 관내 100여 명의 장애인 및 일반인들이 마음의 치유를 얻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첫 만남을 발판 삼아 병원조차 가기 힘든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확대되길 바랍니다.


scr_20150430_190436“지속적인 치료로 이어지길”

한양대학교병원 내과 박은식 전공의

현장 방문을 통해 이뤄지는 의료봉사는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최소한의 의료 시스템만 갖춰놓고 진행하게 됩니다. 최첨단의 의료기구와 영상장비의 지원을 받기란 어려운 실정이죠. 다만, 환자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안도감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의료봉사를 통해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부분에서 이들의 치료를 지속적으로 연결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Love, Life | 한양대학교의료원 안팎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나눔과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합니다.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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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 ,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 #사회복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