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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두 개의 손이 만나면 -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몽골 환아 치료 지원

가난한 이웃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물질의 빈곤뿐이 아니다. 때론 사랑의 빈곤이 그들을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은 그들을 위한 사랑을 담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지구촌 이웃에게 보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의사의 길”이었단다. 한 줄기 희망이 한 생명과 그 주변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알기에, 맞잡은 의사의 두 손은 못 할 일이 없었다.

글. 윤진아 사진. 김지원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몽골 환아 치료 지원(김희진, 김종덕, 정민성 교수)

손 내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8년 11월 2일 오전, 소아병동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였다. 이날은 몽골에서 온 불가마(G.Bulgamaa, 여・5세)가 수술과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하는 날이었다. 검사부터 수술과 치료, 간호, 행정 지원 등 각자의 위치에서 사랑을 모아준 한양대학교병원 임직원들이 속속 병실을 찾아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낸 환아를 격려했다.

아이의 심장 박동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건강했던 불가마는 2015년 인도에서 무료 심장수술을 받은 후 앞을 보지도, 먹지도, 걷지도 못하게 됐다. 머나먼 한국 땅을 찾아와 영겁 같던 수술 시간을 보내고 그보다 더 오랜 회복 시간이 지나고서, 주치의는 “불가마가 잘 견뎌주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 말에 엄마 어트겅보양트(33세) 씨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제야 정말 ‘이제 살았구나!’ 실감이 났단다.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몽골 환아 치료 지원(신경과 김희진 교수)

“아프기 전 불가마는 똘똘하고 활발한 아이였어요. 방금 주치의 선생님이 한 번 더 보셨는데, 수술경과가 좋고 회복도 잘 되고 있다고 해요. 이제 불가마가 혼자 걸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일을 통해 우리 가족이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걸,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몽골로 돌아가면 불가마의 오빠와 언니에게도 사랑을 나누며 사는 법을 가르칠게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족 모두 평생 노력하겠습니다.”

인술을 향해 몇 걸음 더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몽골 환아 치료 지원(소아청소년과 김종덕 교수)매년 여름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는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올 여름 현지 무료진료소에서 불가마를 처음 만났다. 나이에 비해 무척 왜소했고, 독한 약물로 인해 의식은 더 쳐진 상태였다. 김 교수는 눈도 뜨지 못한 채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한 없이 기다리던 어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환아는 3년 전 심장벽 결손수술 후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합병증으로 뇌 안에 물이 차는 뇌실확장증이 발생해 죽음의 문턱까지 이른 상태였어요. 몽골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귀국 후 지원단체를 알아보던 중,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돼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셨죠.”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시계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영상의학과 이영준·이지영 교수가 뇌 MRI 검사를, 진단검사의학과 김영은 교수가 혈액검사를,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교수가 심장 초음파 검사를, 이현주 교수가 발달상태를 점검했고, 신경외과 이형중 교수 등 여러 의료진의 종합적 판단을 통해 ‘뇌실 션트수술’이 아이의 생명을 구할 마지막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체하지 않고 마취과 김동원 교수, 신경외과 이형중 교수와 외과 안병규 교수의 집도로 수술이 이루어졌다.

이튿날부터 불가마는 다시 간단한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팔다리도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수술 이후에는 소아청소년과 김종덕 교수가 주치의를 맡아 환아의 차도를 살폈다. 소아청소년과 설인준 교수는 불가마의 경기 증상까지 잡아줘 엄마를 행복하게 했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기적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몽골 환아 치료 지원 (몽골 환자, 불가마)불가마의 증상은 나날이 좋아졌지만, 고액의 병원비라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한양대학교병원 진문일 목사의 협조로 광림교회와 광림의료선교회에서 치료비 지원을 확정했고, 외과 정민성 교수를 주축으로 한양대학교병원 기독교수의 사회도 지원에 나섰다. 뒤이어 안동현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한양발달의학센터가 치료비 지원에 나섰고, 사회복지팀 성명순 파트장도 불가마를 도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했다.

뿐만 아니었다. 기독의사회인 이비인후과 박철원 교수가 치료비 지원 요청에 앞장섰고, 이에 공감한 이광현 병원장과 김혁 부원장은 선뜻 치료비 감액을 결정했다. 덕분에 치료비뿐만 아니라 한국 체류비와 외래 진료비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김희진 교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아가 급박하게 들어왔고,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의 수술 케이스라서 지원단체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의료적인 측면에서도, 뇌의 상당 부분에 이미 손상이 진행돼 수술 전후 사망 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악조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수술에 기꺼이 나서주신 신경외과 이형중 교수님, 외과 안병규 교수님, 마취과 김동원 교수님 이하 마취과 스텝진, 수술 전후 환아를 세심하게 보살펴주신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설인준, 이현주, 김종덕 교수님과 간호팀이 없었다면 오늘의 건강한 아이는 없었을 거예요. 불가마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내년 여름 의료봉사 땐 몽골에서 한층 건강한 모습의 불가마를 만날 수 있기를,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몽골을 밝히는 등대가 되길 바랍니다.”

이름 모를 한국의 의사들이 뿌려준 작은 씨앗을, 몽골 소녀 불가마도 하루하루 튼실하게 열매로 맺어갈 터다. 앞으로 또 어떤 꿈 많은 아이가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이 내민 손을 맞잡고 생명을 되찾아 세상을 환히 빛낼지, 지켜볼 만한 일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몽골 환아 치료 지원(김희진, 김종덕, 정민성 교수)

신경과 김희진 교수

어려운 부탁이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케이스였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도와주신 교직원들이 가슴 뻐근할 정도로 자랑스러워요. 한양대학교병원을 통해 불가마에게 이루어진 일들이 몽골 땅에서 또다른 선한 영향력으로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소아청소년과 김종덕 교수

환아는 뇌병변으로 인한 발달지연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경련이나 흡인성 폐렴 발생 위험도 높습니다. 퇴원 후에도 약제를 복용하며 외래진료를 통해 지속적인 재평가가 필요한데, 환아와 보호자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외과 정민성 교수

한양대학교의료원 기독의사회를 비롯한 여러분들이 주저함없이 흔쾌히 도와주셔서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수술과 치료로 놀라울 만큼 회복된 불가마와 가족들, 앞으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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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 #김종덕 , #정민성 , #의료봉사 , #뇌손상 , #뇌실확장증 , #뇌실 션트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