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목록으로 이동

사람과 사람, 마음과 의료를 잇다. 한양대학교의료원 베트남 해외의료봉사

2년 전, 부푼 마음을 안고 향했던 베트남 해외의료봉사를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떠난다. 사람과 사람, 건강과 삶을 이을 의료봉사를 실천할 각오와 신념을 품고서 말이다. 올해로 8기를 맞은 함께한대 해외의료봉사팀은 ‘정확히 치료할 것, 마음으로 다가설 것, 배려하고 헌신할 것’이라는 다짐과 약속을 안고 지난 1월, 베트남 떠이빈면으로 향했다.

글. 손부경 간호사 / 사진. 손화선 대외홍보팀 파트장

사람과 사람, 마음과 의료를 잇다 한양대학교의료원 베트남 해외의료봉사 - 단체사진

따뜻한 희망을 안고 베트남으로

사람과 사람, 마음과 의료를 잇다 한양대학교의료원 베트남 해외의료봉사 - 진료1월 14일 새벽 5시 30분, 일주일간의 ‘함께한대 해외의료봉사’를 위해 베트남 빈딘성 떠이빈면으로 출발했다. 사전회의와 준비기간 동안 의료팀 모두가 설레는 마음과 함께 걱정도 많았다. 진료 과정, 장비와 물품과 같은 시스템적인 고민과 더불어 일주일간의 짧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께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길었다. 긴 비행 끝에 파랑 박스 가득 의료장비와 물품을 챙겨 도착한 베트남은 낮 기온 24도 정도의 흐린 날씨로 우릴 맞이했다.

봉사활동 장소인 떠이빈면은 호찌민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가량 떨어진 뀌논시에서 또 버스로 1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월남전 당시 맹호부대와 베트남 시민군이 교전한 기록이 있는 곳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팀원들은 봉사지 근처에 위치한 위령탑에서 먼저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올렸다. 위령탑 뒤편에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큰 벽화에는 한국군 군복과 부대마크가 선명했고, 전쟁의 아픔이 기록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쟁과 침략의 역사를 겪은 우리가, 한국인에 대한 슬픈 역사를 가진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더큰 책임감과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진심으로 하나된 의료인과 주민들

사람과 사람, 마음과 의료를 잇다 한양대학교의료원 베트남 해외의료봉사 - 진료2년 전 봉사활동에서 환자들이 많아 대기 시간이 길고 의료진도 힘들었던 점을 반영해 올해는 지역 면사무소와 협의 하에 하루 15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여 효과적인 진료를 계획했다. 그러나 첫 진료가 있었던 날에만 160명의 환자가 방문하여 봉사팀이 위치한 떠이빈면 보건소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 통역사 6명이 곳곳에서 도움을 줬지만 의료진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고, 익숙하지 않은 의학용어를 설명하기엔 오랜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했다. 다행히 진료팀에 봉사활동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께서 진료 과정에 혼선이 없도록 안내해 주셨고, 팀원들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사고 없이 첫날 진료가 마무리됐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부터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환자들은 8시가 되기도 전에, 심지어 의료팀이 보건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보건소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먼저 접수한 순서대로 활력 징후를 측정하고 치과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치과로,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예진을 통해 과거 병력과 현재 주 증상을 파악했다. 예진과 진단검사 결과를 토대로 의사의 진료를 통해 필요한 약을 처방 받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관리하도록 안내하였다.

치과에서는 발치를 진행한 환자가 가장 많았고 충치 치료, 스케일링은 물론 치기공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보형물도 제작하여 수준 높은 진료를 이어갔다. 치기공사 이미경 선생님은 환자 중에 앞니가 3개 밖에 없던 여자분이 새 치아 6개를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뿌듯했다며 그 미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병동에서만 근무했던 나에게 하루에 300명이 넘는 인원을 진료하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이했던 것은 방문한 환자들이 10세 미만의 소아이거나 70세 이상 고령 어르신이 많았다는 점이다. 현지 통역에게 물어봤더니 젊은 층은 대부분 농촌마을을 떠나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 시골 마을 사정과 비슷한 것 같아 어르신들께서 느낄 외로움과 만성통증이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 또한 2년 전 의료봉사 때는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지 않았거나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최근 베트남의 빠른 성장 속도를 반영하듯이 이번에는 본인의 질환을 인지하고 통원치료를 하는 분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고, 자신의 질병이 정확히 어떤 병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와 정보 수준이 높지 않았다. 다행히 현지 혈액종양내과 의사와 가정의학과 의사가 함께 진료하여 추가 검사와 정기검진이 필요한 환자는 지역 병원에 연계했다. 또한 올해 처음 함께 참여한 씨젠 의료재단의 협조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었다.

더 나아질 다음 봉사활동을 기약하며

한 분 한 분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듣고 설명하며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못해드린 것만 생각나 미안했던 환자도 있고, 볼에 붙인 하트 스티커 하나에 함박웃음을 보인 할머니의 표정도 잊을 수 없다. 태어나 처음 혈당을 재 보셨는지 채혈침에 깜짝 놀란 할머니, 우리가 배운 짧은 베트남어를 들으며 귀엽다며 손자처럼 대해 주셨던 어르신들 얼굴이 아직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정의학과 전진 선생님은 진료 후에 한 할아버지께서 우리나라 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셨다며 웃는 얼굴로 진료실을 나왔다.

안타까운 환자들도 있었는데 소아청소년과 조상연 선생님이 만난 사시가 심한 4세 아이는 어머님이 경제적 사정으로 큰 병원에 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고 한다. 거동을 거의 못 할 정도로 관절염이 심한 분도, 당뇨로 시력을 많이 상실한 분도 계셨다. 환경과 여건이 더 허락했더라면, 그리고 더 많은 환자와 함께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죄송함도 미련도 많아 발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쌀국수’, ‘월남전’, ‘호찌민’ 정도가 내가 아는 베트남의 전부였다면, 이번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보다 깊고 친숙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또한 의료인으로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자부심을 느끼고 힘차게 병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짧은 일주일을 보냈지만 베트남의 환자들이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고, 또 다른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의 계기가 되었기를, 다음에 방문할 때는 떠이빈면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건강불평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기를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통해 함께 의료팀에서 일주일간 땀 흘리며 고생한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