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극복하는 난치병] 뇌성마비 치료 제대혈로 가능성을 열다
제대혈이식이나 제대혈 세포치료에 이용되는 제대혈은 기왕 보관되어 있던 제대혈을 활용하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제대혈을 보관하는 곳을 제대혈은행이라고 한다. 제대혈은행에는 기증자가 아무런 대가 없이 기증한 제대혈을 국가에서 경비를 부담하여 보관하는 기증제대혈은행과 보관경비를 지급하고 자신이나 가족을 위하여 보관하는 가족제대혈은행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증제대혈은 75만 단위 정도 보관되어 있으며, 가족제대혈은 54개 국가의 200개 이상의 가족제대혈은행에 4백만 단위 이상이 보관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도약 4만 5천 단위의 기증제대혈과 45만 단위의 가족제대혈이 보관되어 있다. 현재 기증제대혈은 제대혈이식을 위한 용도에 한정하여 사용되고 있으며, 그 활용도는 약 4.3%에 그친다. 가족제대혈의 경우에는 제대혈이식에서의 활용도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주로 제대혈 세포치료에 활용하고 있고, 그 활용도는 0.02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에도 일부에서는 타인의 제대혈을 이용한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대혈 속의 조절T세포를 활용한 각종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증(타인)제대혈의 세포치료에의 활용에 관해서도 향후 임상시험들의 결과에 따라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제대혈에는 조혈모세포뿐만 아니라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도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재생의학 분야 역시 제대혈을 활용하기 위한 임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간엽줄기세포는 혈액줄기세포와 다르게 골세포, 연골세포와 같은 중요한 세포계열로 분화할 수 있으므로, 제대혈에서 배양한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는 연골치료제, 신경 세포치료제 등 각종 퇴행성질환의 치료 약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한편, 제대혈을 직접 주사하여 조직을 재생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뇌성마비 환자들에게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한 자폐, 소아 당뇨 등의 질환에 관한 임상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뇌성마비 환자들에 대한 제대혈 세포치료는 자가제대혈을 이용하여 미국, 한국, 중국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제대혈 정맥주입은 안전하고 일부 뇌성마비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으며, 특히 비중증 뇌성마비 환자들에게 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에서도 제대혈 세포치료로 약 25%의 환자에서 신경기능의 회복을 관찰하였으며, 특히 제대혈 세포치료 이후 약 1~3개월이 지나면서 호전되는 경향을 관찰하였다. 또한, 제대혈 세포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G-CSF(백혈구 성장인자)와 자가 말초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3년간의 임상시험에서도 세포 치료 후 약 1~3개월이 지나면서 약 45%의 환자에서 신경기능 재생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지금까지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는 자가제대혈과 G-CSF의 병합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가제대혈의 신경재생 효과는 제대혈 속의 줄기세포가 신경 세포로 분화된다는 학설보다는 제대혈에 포함된 다양한 염증 관련 및 항염증 관련 싸이토카인(Cytokine, 인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면역체계의 중심)의 분비에 의한 것이라는 학설이 더욱 지배적이다. 자가제대혈은 한번 사용하게 되면 더는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가제대혈과의 병합치료 방법이나 자가제대혈의 증폭을 통한 반복치료 등에 대한 지속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할 것이며, 기증 제대혈을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제대혈 정맥주입으로 인한 신경세포의 재생기전에 관한 기초연구들을 통하여, 다른 난치성 질환으로의 적응확대를 해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글. 이영호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201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