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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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의 마지막 거장 구스타프 말러와 부정맥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녹여낸 비극의 작곡가 이야기

<그림> 독일의 화가 에밀 오를릭이 그린 구스타프 말러

구스타프 말러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시대를 풍미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특히 그는 다양한 형태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그의 교향곡 속에 담아내려는 듯 갖가지 악기들을 총동원해 온갖 신기한 소리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지나치게 독특한 연주로 인해 당대엔 외면 받았지만, 오늘날 말러의 교향곡은 수많은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60세 이상의 경우 100명 중 4명, 80세 이상의 경우 10명 중 1명이 심방세동으로 진단된다. 건강한 심장의 경우 심장 박동은 일정한 속도로 유지되다가 필요에 따라 속도가 증가하기 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심방세동의 경우 심장 박동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바뀌거나 또는 지속적으로 불규칙하게 유지되는데 이에 따라 증상과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심방세동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두근거림, 숨참, 어지러움 등이 있다. 하지만 약 절반에서는 증상이 없다. 따라서 간혹 그 합병증인 뇌 졸중(중풍)을 겪은 뒤 나중에 발견되기도 한다.

 

구스타프 말러는 50세에 사망하게 되고 그로부터 4년 전 감염에 의한 심장판막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심방세동을 진단받았다.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죽음의 공포 에 시달리며 걸음걸이 수까지 세면서 걸을 정도로 건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말러의 비타협적 성격과 완벽주의에 반감을 품고 있던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19세기 말 유럽을 강타한 반유대주의의 여파로 결국 그는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직을 사임하게 된다. 즉 40세에 심방세동이 진단되었다면 나이에 비해 일찍 발생한 것이다.

 

심장판막 중 승모판은 좌심방과 좌심실의 통로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승모판에 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좌심방의 변형으로 인해 심방세동이 일찍 발생하게 된다. 또한 단순히 심방세동만 있는 경우와 비교하였을 때 증상이 심하고 그 합병증인 뇌졸중이 발생하기 쉽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심장 박동수가 불규칙하게 되고 판막질환으로 인해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남들에 비해 조금만 활동해도 쉽게 지치 고 숨이 쉽게 찬다. 계단을 오르기 힘들고 심한 경우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서 쉬었다가 가야 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40대에 신체적 제약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지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는 심방세동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나 시술이 보편화되어 있고 심장 판막질환의 경우 수술 또는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증상 조절을 위한 간단한 약제도 사용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활동하다가 숨이 차거나 불편하면 안정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말러는 1911년 뉴욕에서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심내막 염이 걸려 발열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애 마지막이 된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파리에서 치료 를 받았지만, 결국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말러 자신의 요청으로 빈으로 옮겨진 후 아내 알마가 임종을 지킨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글.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박진규 교수(링크)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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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심방세동 , #심장 판막 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