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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세대 찬란한 청춘을 누리다] 스마트시대의 새로운 질병, 드꿰르벵병

스마트시대의 새로운 질병 드꿰르벵병

요즘 진료를 하다 보면 손목 건초염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가 많아졌다. 질환명은 드꿰르벵병(de Quervain’s disease)으로 드꿰르벵은 스위스 의사의 이름이다. 프리츠 드꿰르벵(Fritz de Quervain)은 이 질환을 중년의 여성들에게서 발견하고 1895년 학계에 보고했다. 당시에는 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를 해야했고, 가사일을 도맡아 하던 중년 여성들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최근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여성, 40세 이상, 흑인이 이 질환의 위험 인자다. 모두 손을 많이 쓰는 집단이다.

그런데 왜 최근 20대가 많아졌을까?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젊은 학생들이 드꿰르벵병으로 병원을 찾는 빈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즉 드꿰르벵병은 손을 많이 사용할 때 특히 엄지를 많이 사용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글. 이창훈 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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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꿰르벵병의 증상과 발병

손에서 엄지를 펴는 힘줄은 크게 3개다. 이름도 어려운 장무지 신전건(EPL), 단무지 신전건(EPB), 장무지 외전건(APL)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단무지 신전건과 장무지 외전건은 하나의 통로를 통해 전완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엄지를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면 통로에 협착이 발생하고 순차적으로 염증이 발생하여 통증이 유발된다.

단무지 신전건과 장무지 외전건이 통과하는 통로를 제1신전 구획(First Extensor Compartment)이라고 하는데 이 통로는 신전 지대(Extensor Retinaculum)로 덮여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신전 구획 내에 2개의 힘줄 외에 별다른 구조물이 없다. 그러나 해부학적으로 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신전 구획 내에 중격(Septum)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의 통로를 둘이 공유하는데, 중앙 분리대까지 있으니 더욱 비좁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장무지 외전건이 여러 가닥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하나의 통로를 둘이 나누어 써도 비좁은데, 가운데 중앙 분리대를 두고, 한쪽에는 여러 개가 지나다니면 얼마나 비좁겠는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엄지를 많이 사용하면 협착이 쉽게 발생할 것이고, 드꿰르벵병은 이 같은 상황에서 발병한다. 드꿰르벵병이 발생하는 환자 중 해부학적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80%에 까지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드꿰르벵병의 진단과 치료

진단은 매우 간단하다. 특별한 검사 도구를 요하지 않아 방법만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손을 쓸 때 손목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다른 부위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데 제1신전 구획이 위치한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면 드꿰르벵병이라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엄지를 손 안으로 위치시키고 주먹을 쥔 뒤 주먹을 척측(새끼손가락 쪽)으로 향하게 할 때 손목의 통증이 유발되면 진단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드꿰르벵병과 함께 감별해야 할 질환이 있으니 방사선 검사, 초음파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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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방법은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누어진다. 증상이 오래되지 않은 젊은 환자는 우선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엄지를 움직이는 것을 제한하거나, 소염제를 처방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한다.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엄지의 움직임 제한이다. 하지만 손의 기능에서 40~50%를 담당하는 엄지를 움직이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증상이 아주 경미한 경우에는 경구 소염제를 처방하고, 뚜렷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행하곤 한다. 약물에 의해 염증이 가라앉고 협착이 완화되면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으로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의 효과는 훌륭하지만 주변 피부의 탈색, 피하지방 위축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 방법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해부학적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나 당뇨가 있는 경우는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 재발이 흔하다. 이 경우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국소마취 하에 제1신전 지대를 절개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은 5분가량 소요되고, 2cm가량 절개하므로 입원을 할 필요가 없고, 수술 당일부터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신전 지대를 절개하여 협착은 수술 후 즉각적으로 해소되지만 힘줄 주변의 염증은 서서히 가라앉으므로 수술 부위 통증은 1개월가량 지속된다. 협착이 사라졌으므로 수술 후에 엄지를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이 염증을 빨리 해소시킬 수 있으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수술 후 합병증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수술 시 천부 요골신경을 손상시키면 엄지의 감각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신전 지대나 중격의 완전한 절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증상이 호전되기 어렵다.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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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 이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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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꿰르벵병 , #손목통증 , #스마티폰 , #건초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