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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주의 미술의 거장이 겪은 문제 ‘파블로 피카소와 성인 ADHD’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천재 화가의 대명사로 20세기 입체주의 미술의 거장으로 불린다.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가 남겨놓은 작품은 무려 총 5만 점에 이르고 회화만 1,900점에 달한다.

글. 김인향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파블로 피카소_꿈,1932

파블로와 같은 천재에게도 학교는 시련의 장소였다. 어렸을 때부터 규칙을 지키기 싫어했으며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착석이 잘 안 되어 창가로 가거나 창문을 두드리는 행동을 했으며, 수업 시간에는 시계만 쳐다보거나 낙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국어와 산수는 심각할 정도로 학습 능력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그의 천부적인 미술 재능을 알아보고 이끌어준 것은 미술 교사로 일했던 피카소의 아버지였다.

파블로 피카소

말을 배우기 보다 먼저 그림그리기를 시작했으며, 처음 입 밖으로 내뱉은 단어도 연필이었다는 그는 이미 15살때부터 상당한 수준의 그림 실력을 보였는데, 바르셀로나 예술학교 시절 남들이 한 달 정도 준비하는 과제를 단 며칠 만에 완성하고 1등을 차지하였다. 입학 시험을 봤을 때도 일주일 걸리는 과제를 몇 시간 만에 완수해 이를 본 교사가 바로 월반시켰다는 일화도 있다.

학창 시절 모습을 보면 그는 아마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3가지 핵심 증상을 특징으로 하며, 유병률이 6~9%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과잉행동 증상으로는 착석이 어렵고 앉아있더라도 꼼지락거리거나 뒤돌아 친구랑 떠들기도 한다. 주의력결핍 증상으로 알림장이나 숙제 등을 깜빡하기도 하고, 우산이나 학용품도 자주 잃어버리며, 아는 문제라도 계산 실수나 지문을 틀리게 읽는 경우가 흔하고,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더라도 여러차례 말해야하는 등 경청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충동성 조절 증상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어려워하며 다른 사람의 대화나 놀이에 끼어들고, 갑자기 공을 쫓아서 차도에 뛰어 든다든지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카소의 일화만 보고, 모든 사람들이 ADHD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ADHD는 뇌안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불균형에 의해서 발생하는 뇌의 병이다. 특히 주의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 부위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발견된다. 연구에 따르면, ADHD 환자들의 뇌는 보통 아동청소년에 비해서 3년 정도 발달 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ADHD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 사용하는 약물은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계통의 약물이 대표적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비약물적 요법으로는 뉴로피드백이 각광을 받고 있다.

ADHD는 전형적으로 규범화된 생활을 시작하는 6세경(초등학교 1학년)부터 증상이 두드러지는데, 소아 ADHD 중에서 50~60% 정도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최근에는 성인 ADHD에서의 약물 치료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으면서 성인 ADHD에 대한 인식도가 증가하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9세 이상 ADHD 진단 환자는 56.1%가 증가하였다.

성인 ADHD는 성인기에 갑자기 발생한 주의력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고 지냈을 뿐 초등학교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성인기에 자각하여 진단을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 성인이 되면 아동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과잉행동 증상은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 증상은 오래 지속된다.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때 실수가 잦은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시간 약속도 지키기 어려워 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워 중요한 일들을 미뤄 막판에 급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보지만, 에너지가 많이 들고 힘들게 느껴진다. 게으르다, 말을 잘 안 듣는다 등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다보니 자존감도 낮고 대인 관계도 어렵게 느껴져 2차적으로 우울이나 불안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충동적인 성향으로 게임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동청소년기에 ADHD가 있다는 것을 몰라 성인기에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서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 많은 환자들의 경우, 치료 후에 극적인 호전을 경험하면서 왜 진작 치료 받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성인 ADHD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 및 간단한 전산화된 검사를 통해 확진이 가능하고 치료도 비교적 간단하다. 만약 성인 ADHD가 의심이 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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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 김인향
태그

#ADHD ,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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