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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 소아환자의 각성 흥분과 불안을 줄이는 방법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는 각성 시기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줄 경우, 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성 후 섬망’의 발생률과 점수가 감소했다. 또 수술 중 각성을 감시하는 지표인 ‘전두엽의 뇌파신호(Bispectral Index)’ 역시 빠르게 회복되었다.”

- 대한소아마취학회 최우수학술상 수상 논문 「Mother’s recorded voice on emergence can decrease postoperative emergence delirium from general anaesthesia in paediatric patients: a prospectiv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중에서

연구자. 김유진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각성 후 섬망의 문제를 줄이는 안전한 방법

소아환자는 전신 마취 후의 회복 과정에서 ‘각성 후 섬망’이라는 독특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이는 주변 사물이나 상황 등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안과 함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과흥분 현상으로 학령기 이전의 유아에게 흔히 발생한다. 대부분은 특별한 후유증 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낙상을 입거나 주사바늘을 뽑고, 수술한 부위의 드레싱을 잡아뜯는 등의 신체적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들도 수술 및 마취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기존에는 진통제나 진정제 등을 투여하여 조절했으나 제한된 회복실 의료 인력과 약물의 과다 투여 등으로 환자가 일시적 저산소증에 빠지거나 과진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회복실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되기도 했다. 본 연구는 기존의 표준 치료와 다른 방식인 ‘마취 후 각성 시기 동안 목소리 자극’을 통한 방법으로 약물이나 특별한 시술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부작용이나 비용 부담 없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의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엄마의 목소리가 환아에게 미치는 영향

수면 상태에서 인간의 뇌는 주변의 소리 자극에 가장 먼저 반응한다. 특히 엄마의 목소리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가 인지할 수 있고 출산 후 양육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최근에는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가 대뇌 피질에서 나오는 뇌파의 변화를 유도할 뿐 아니라 특정 뇌영역(전뇌 영역, 해마 영역 등)을 활성화시키고 주의 집중을 유도한다는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다. 이를 응용하여 신생아 중환자실과 같이 보호자의 접근이 제한된 공간 내에서 미숙아 및 질환을 가진 환아들에게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환아들의 감정 및 인지의 촉진 효과를 보았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마취 영역에서의 음성 자극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착안하여 수술 종료 후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각성기’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살펴 보았다. 전신마취 하에 안과 및 이비인후과 수술을 받는 2~8세 사이의 환자 66명을 대상으로 했다.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룹과 녹음된 낯선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두 그룹으로 각각 33명씩 배정했다. 이후 수술 종료 시위의 방법대로 각각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려주고서 눈을 뜨는 시간, 기관에 삽입한 관을 빼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측정했다. 수술 및 마취 종료 후에는 회복실에서 환아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여 각성 섬망 점수와 그 외 상태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준 군에서 각성 섬망 점수가 낮았고 각성 섬망의 발생률 또한 감소했으며, 수술 중 각성을 감시하는 지표인 전두엽의 뇌파신호(Bispectral Index) 역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준 군에서 빠르게 회복되었다.

환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소아환자의 각성 섬망은 자연히 회복되므로 회복실에서가 아니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며,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아니라면 경험하지 못하는 특수한 현상이다. 그러나 몇몇 연구에서 각성 섬망이 수술 후, 수 주가 경과한 뒤에도 환아들의 수면 패턴을 변화시키고 행동 및 심리 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기도 하다. 본 연구자는 현재 이와 관련해서 수술 후 추적 관찰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를 개발하고 있으며 동시에 각성 섬망이 발생한 환아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뇌파를 수집하여 분석 중에 있다.

Remarkable research

Remarkable research  「Mother’s recorded voice on emergence can decrease postoperative emergence delirium from general anaesthesia in paediatric patients: a prospectiv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마취 각성기의 엄마 목소리가 전신 마취를 받는 소아환자에서 각성기 섬망을 줄여준다)」

「Mother’s recorded voice on emergence can decrease postoperative emergence delirium from general anaesthesia in paediatric patients: a prospectiv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마취 각성기의 엄마 목소리가 전신 마취를 받는 소아환자에서 각성기 섬망을 줄여준다)」

2019년 4월 13일 대한소아마취학회에서 ‘최우수 학술상’을 받은 논문이다. 대한소아마취학회 학술상은 직전 해에 소아 마취와 관련된 주제로 SCI 및 SCIE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가운데 가장 우수한 논문을 대상으로 한다.

김유진 교수의 논문은 전신 마취 후 소아환자의 각성 흥분 및 불안을 줄이는 예방법을 밝혀낸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마취통증의학분야 최고 학술지인 에 게재된 바 있다(인용지수=6.499, 2018년 8 월). 김유진 교수는 뇌신경마취, 심장마취, 소아마취 등이 전문 분야로 하고 있으며, 대한마취통증학회, 대한뇌신경마취 학회, 대한심폐혈관마취학회, 대한소아마취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9.07.05

관련의료진
마취통증의학과 - 김유진
태그

#섬망 , #마취 ,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