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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와 안면실인증

관계를 위협하는 아픔

안면실인증의 문제는 ‘기억’이 아니라 ‘인식’에 있다. 매일 보는 사람은 물론 자신의 얼굴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목소리와 말투, 작은 몸짓이나 습관까지 모두 관찰하고 기억하며 이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정리. 편집실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와 안면실인증

동명의 영화를 재구성한 JTBC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가 막을 내렸다. 남자주인공의 몸과 얼굴, 체형과 성별이 매일 달라져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영화 속 설정은, 여자주인공인 한세계(서현진)가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만 변한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설정이 추가되었다. 한세계의 상대역인 서도재(이민기)가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는 것. 모습이 변하는 여자와 변화하는 모습을 인식할 수 없는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뷰티 인사이드>의 주요 내용이다.

서도재는 이십 대 중반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이후 그는 자신의 장애를 감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개개인의 옷차림, 손버릇, 걸음걸이, 체형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했다.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매 순간 온 힘을 다했다.

나이와 성별에 제한 없이 겉모습이 바뀌는 주인공의 설정 때문에, 서도재가 겪고 있는 안면실인증 역시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이와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인물이 많다.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와 안면실인증

그 대표적인 인물은 할리우드 배우이자 영화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다. 그는 2013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자신을 모른 척하며 모욕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관계적 문제는 드라마 속에서도 드러난다. 서도재의 이복동생은 오빠의 병을 알게 된 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빠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어”라고.

한편 국내 유명인사들 가운데도 안면실인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인물들이 있다. DJ DOC 멤버 이하늘, 배우 조미령, 가수 호란 등이 사람의 얼굴을 잘 인식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특히 영화배우 오정세의 경우 증상이 심각해 “사진으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찾을 수 없다”는 아픔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다는 죄책감,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외로움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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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원인에 따라적절한 치료방법 달라

김영서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안면실인증이란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은 그리스어의 ‘얼굴(Prosopon)’과 ‘알지 못한다(Agnosia)’의 합성어로,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나 장애를 말한다.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배우자나 자녀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심지어 자기 얼굴을 인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보인다. 하지만 지적인 능력이나 사물을 감별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안면실인증 환자들은 사회생활 중에서 정상인들보다 훨씬 심각한 어려움을 매일 경험하게 된다.

안면실인증의 원인

사람이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면 양쪽 후두엽으로 시각정보가 들어가 해석되며 보이게 된다. 후두엽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양쪽 측두엽으로 연결된 방추상회(Fusiform Gyrus)를 통해 이전에 기억했던 정보와 맞춰보면서 얼굴을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시각정보 전달체계가 무너지고,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이름과 매칭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뇌졸중이 있으며 일산화탄소중독, 뇌염, 뇌종양, 외상,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이 있다. 대개는 뇌의 양쪽에 손상이 있는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우측에만 손상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안면실인증의 진단과 치료법

안면실인증이 후천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양쪽으로 뇌졸중이 발생했거나 외상이 있었다거나, 퇴행성질환과 같은 뇌질환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뇌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검사가 응급으로 필요할 수 있으며, 뇌에 어떤 질환이 있느냐에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실시하게 된다. 간혹 선천적으로 안면실인증이 있는 환자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유전적인 문제가 있 을 것으로 판단한다.

2019.01.28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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