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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you” 대구동산병원·김제 생활치료센터 코로나 19 의료봉사

팬데믹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기 시작한 지난 3월, 코로나19의 격전지로 발길을 향한 이들이 있었다.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로 대구경북 지역의 봉쇄령까지 운운되며 위기감이 감돌던 그 때. 자원하여 코로나19의 최전선으로 걸어 들어간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들을 만나보았다.

글. 권찬미 사진. 김재이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

녹록지 않았다. 이 낯선 질병 앞에서 의료진들은 경험해본 적 없는 상대를 대상으로 싸워야하는 전장에 선 기분으로 버티어내고 있었다. 방호복과 N95 마스크, PAPR 고글 너머 입소 환자와의 소통은 아득했다. 답답한 환자들은 의료진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자신을 향하는 화살에 서운한 마음도 잠시, 자세히 들여다 본 환자들의 사정도 안타까웠기에 의료진은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폐렴이 심해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던 80대 할머니가 있으셨어요. 식사가 불편하고 힘드신 와중에도 밥 한 공기를 다 드시며 버티어 내셨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부부는 나란히 입원을 했는데요. 부인이 먼저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 남편이 당신 먼저 어서 퇴원하라고 하는데 마음이 찡했습니다. 한편으론 자녀가 계속 양성이 나오고 부모 본인은 음성으로 전환이 되었는데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할 아이가 걱정되어 함께 남기를 선택하는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코로나19의 최전선, 의료진이 마주한 풍경은 생애 의지와 가족애가 빛나고 생사를 건 치열함이 감돌고 있었다.

지역을 넘어 사랑을 실천한 의료진 ‘덕분에’

한양대학교의료원에서 파견한 의료봉사 인원은 총 11명. 의사와 간호사가 한 팀이 되어서 각각 대구동산병원과 김제 생활치료센터로 나뉘어 이동했다. 감염내과, 응급의학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가정의학과 각 진료과의 교수들은 각각 해당 지역에서 의료진을 총괄 지휘하고 진료 일정과 퇴소 및 검사 대상자를 결정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총괄 책임자로서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대구시청팀과 전체적인 일정 진행을 조율하는 역할과 의료지원 직원들의 건강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한양대학교병원, 코로나 19 대구 파견 의료진 한양대학교병원, 코로나 19 대구 파견 의료진

국내 최다 확진자가 있던 ‘대구동산병원’

대구로 간 의료봉사팀은 지난 3월 10일부터 23일까지 14일간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그들이 대구동산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원에서는 350여 명의 확진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담당하는 병원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중환자실 시설 및 장비가 부족한 부분과 치료를 담당할 의료진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경험이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많이 부족했고, 장비도 부족했습니다. 인공호흡기, 인공심폐기, 혈액투석기 등을 타 병원에서 빌려 사용하기도 하고 지원 요청을 통해 확충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어려움을 묻자 응급의학과 강형구 교수가 답했다. 그가 파견된 초창기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4명이었지만, 이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17명까지 증가했다. “처음에 제가 갔을 때 중환자실 현장에는 호흡기내과 교수 한 분이 전공의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교수님을 도와 3교대 시스템을 만들고, 중환자실 환자에 대한 회진과 투약처방, 처치를 담당했어요.”

현장의 근무 환경은 열악했지만 강 교수는 대구에서의 경험이 복귀 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앞으로 장기간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수도권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유행 초기 대구에서 중증 확진 환자를 치료한 경험은 앞으로 응급실 및 중환자실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스템 구축부터 중환자 이송까지 ‘김제 생활치료센터’

총 166명의 대구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던 김제 생활치료센터의 복도는 고요했다. 개인 또는 드물게 가족 단위로 각각 격리가 되었고, 모든 끼니는 도시락으로 배당 되었으며 모두가 방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김제로 의료봉사 활동을 간 의료진들은 일주일간 릴레이로 확진자들을 돌봤다.

한양대학교병원, 코로나 19 대구 파견 의료진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가 첫 주자로 나섰다. “초창기 파견된 의료진이었기에 현장에서 체계가 부재한 상태이었습니다. 때문에 환자 증상 체크 방법을 고안하고 검체 채취 원칙을 설정, 퇴소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등의 생활치료센터 내부 시스템 구축이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면 진료는 문틈으로 했고,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몇 시간의 진료를 하고 나면 온 몸에 땀이 나고 얼굴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버거웠다. 그럴 때면 김 교수는 주변의 산책로를 걸으며 의지를 다졌다.

두 번째 주자였던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손장원 교수는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를 찾아내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송하는 역할을 했다. “검체를 채취하는 공중보건의를 지도 감독하는 일과 환자가 불편한 증상을 호소할 때 의학적 판단을 하고 조치를 취해주었습니다. 일을 하는 동안 환자의 상태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호흡기 환자 진료 경험이 현장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와 황환식 교수의 하루도 분주히 흘러갔다. “오전에는 파견된 공중보건의사와 함께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고, 오후에는 보고된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병실 회진을 했습니다. 밤에도 입소 환자들의 신체 건강 문제나 정신 및 심리관련 상담진료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내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요 통로를 지날 때마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했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느낀 것들

코로나19 최전선의 풍경을 마주하고 치열하게 싸운 의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양대학교병원, 코로나 19 대구 파견 의료진 한양대학교병원, 코로나 19 대구 파견 의료진

“장기간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많은 의료진들이 지치고 긴장감도 초기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확진 환자가 급증하지 않고 사망률을 낮게 유지하는 이유는 최전선에서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개인 방역 및 보호구 착용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의료진들이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화합시다.” (강형구 교수)

“코로나19가 장기전이 되면서 모두가 지치기 쉽고,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치지 않으면 다같이 더욱 힘든 상황을 맞을 것입니다. 모두들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김봉영 교수)

“코로나19는 우리가 처음 마주치게 된 심각한 질병입니다. 의료진만이 이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고 의료진이 포기하면 대신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힘들어도 책임감을 가지고 버텨냅시다.” (손장원 교수)

“처음에는 제가 감염되면, 내 가족, 내 환자가 모두 걱정하고 번거로워질텐데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격리된 입소 환자의 실상을 직접 보고 위로하면서 나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도움과 안심을 얻는 입소자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존재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박훈기 교수)

“지루하고 캄캄한 긴 터널을 기약 없이 서로 손잡고 지나갑니다. 우리 국민 모두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고 특히 의료인, 의사, 간호사로서 도움을 주는 이 순간이 코로나19 극복에 많은 힘이 되길 기원합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인과 직원 모두 힘내시고 건강하십시오.” (황환식 교수)

개인적인 두려움을 뛰어넘어 ‘사랑의 실천’을 몸소 보여준 의료진 ‘덕분에’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2020.07.09

관련의료진
감염내과 - 김봉영
호흡기알레르기내과 - 손장원
응급의학과 - 강형구
가정의학과 - 박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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